초고령화 시대, 노인도 살기 좋은 나라 - 조선일보
초고령화 시대, 노인도 살기 좋은 나라검색결과
19 건신문 지면 기사만

프랑스 노인 70% 만족… 요양원 없는 노년의 비결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잃어버렸습니다. 물질적 풍요를 좇는 생활방식은 인간의 관계를 약화시키고, 사회 전체를 고립시키고 있습니다.
월간조선 > 사회_월간조선 |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 2025.11.01

과거엔 시설 입소, 이제 ‘살던 곳에서’ 노후 보내기로 전환
노인만 살기 좋은 나라가 아닌 젊은이도 살기 좋은 나라가 되기 위해 전문가들은 연금개혁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이와 연계해 정년 연장 등 세대 간 이해관계가 얽힌 복잡한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월간조선 > 사회_월간조선 | 이경훈 월간조선 기자 | 2025.10.26

초고령화 시대, 노인도 살기 좋은 나라 ④ 스웨덴그는 “스톡홀름이 살기 좋은 도시”라고 말했다.“대중교통이 잘돼 있어 어디든 쉽게 갈 수 있습니다. 버스는 차고(車高)가 낮아 쉽게 타고 내릴 수 있죠.
월간조선 > MAGAZINE | 이경훈 | 2025.10.23

초고령화 시대, 노인도 살기 좋은 나라 ③ 프랑스‘좋은 삶이란 무엇인가’― 고령화가 ‘위협’으로 인식되는 사회에서 복지 철학은 어떻게 다시 세워야 할까요.“진정한 정의는 약자를 실제로 보호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잃어버렸습니다. 물질적 풍요를 좇는 생활방식은 인간의 관계를 약화시키고, 사회 전체를 고립시키고 있습니다.
월간조선 > MAGAZINE | 박희석 | 2025.10.23
초고령화 시대, 노인도 살기 좋은 나라 ② 일본시마자키 교수에게 “일본은 고령자가 살기 좋은 나라로 알려져 있다”며 인사말을 건넸다. 하지만 그는 “일본이 과연 ‘고령자가 살기 좋은 나라’라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며, 고령화·인구 감소 관련 정책은 뒤늦은 면이 있다”고 대답했다. 이어 “(제도적으로) 한국에 참고나 귀감이 될 만한 것이 그리 많지 않다”고 했다.
월간조선 > MAGAZINE | 김광주 | 2025.10.23
초고령화 시대, 노인도 살기 좋은 나라 ① 한국연령주의를 극복하고 노인이 사회에 통합되기 위해서는 사회 연대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고 했다.노인만 살기 좋은 나라가 아닌 젊은이도 살기 좋은 나라가 되기 위해 전문가들은 연금개혁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이와 연계해 정년 연장 등 세대 간 이해관계가 얽힌 복잡한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월간조선 > MAGAZINE | 이경훈 | 2025.10.23
[기자수첩] 차기 정부의 ‘지방균형발전’, 우선 교육·의료부터 품어야아이들을 교육시키기 좋은 환경과 더불어 늘어난 노인인구를 위해 의료복지가 뒷받침되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 놓고 직장을 이전해야, 거주지를 이동할 마음이 조금이라도 생길 것이란 얘기다. 최근 들어 교육의 작은 변화에서 희망을 엿볼 수 있다. 지방 소도시에 위치한 전국형 자립형 사립고의 약진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조선비즈 > 오피니언 | 조은임 기자 | 2025.05.13

노동시장 흔드는 ‘2차 베이비부머’… 파워 시니어 시대가 열린다또한 민간 연구센터와 협업해 경력, 고용형태, 좋은 일자리에 대한 인식 등을 알아보는 ‘서울시 중장년 일자리 수요조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사회 | 김연진 기자 | 2025.01.26

노동시장 흔드는 ‘2차 베이비 부머’ ‘파워 시니어’ 시대가 열리고 있다노션을 쓰는 것이 불편하지 않느냐고 묻자, 빈센트는 “좋은 자동차에 좋은 기술이 많더라도 쓰는 것만 쓰듯이, 내 스타일대로 노션을 쓰면 된다”며 “파일을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전의 업무 스타일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다른 직원들에게 자료를 공유하는 방식을 찾은 것이다.김 대표는 빈센트를 회사의 ‘이정표’라고 표현했다.
주간조선 > 사회/르포 | 김연진 기자 | 2025.01.24

"실버타운 공급대란 해법? 버려진 임야 잘 활용하면 숨은 노다지"그럼 ‘죽기 살기로 한번 해보자’하고 시작했다.” -입지 선정 기준은 어떻게 이뤄졌나. “처음엔 강원도 인제·양양 등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을 검토했다. 그런데 어르신들이 귀양살이를 하면 결국 제 명에 살지 못하고 돌아가실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수록 병원을 찾을 수밖에 없어 전원형이 아닌 도심형 실버타운을 계획해서 분양했다.
땅집고 > 뉴스 | 박기홍 기자 | 2024.04.16
초고령화 시대, 노인도 살기 좋은 나라검색결과

“100세까지 살고 싶다” 한국인은 50%, 일본인은 22%B01면나머지 78%는 ‘100세까지 살기 싫다’고 답했다. 주변에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59%), 몸이 약해질까 봐(48.2%), 경제적 불안감(36.7%) 등이 이유였다.
경제 일반 > 머니 | 이경은 기자 | 2023.06.02

“100살까지 살고 싶다” 韓 50%, 고령화 먼저 겪은 日은 22%극소수의 운 좋은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쌩쌩→비실비실→보살핌’의 사이클을 피할 수 없다. 몸이 점점 쇠약해져 결국 움직일 수 없게 되고, 결국엔 다른 사람(배우자 혹은 자녀)에게 돌봄을 받아야 한다. 이번 설문 조사에서도 이런 냉혹한 현실이 반영됐다.
머니 > 조선경제 | 이경은 기자 | 2023.06.01

건강 백세인, 8가지 장수 비결… 8년 만에 조사우리나라는 무서운 속도로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OECD국가의 평균 최근 10년간 65세 이상 고령 인구 증가율은 2.6%인데, 우리나라는 무려 4.4%다.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속도다. 2030년 세계 최장수국으로 우리나라를 꼽은 영국의 연구도 있다. 장수는 피할 수 없는 미래가 됐다.
헬스조선 > 건강뉴스 |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 | 2022.01.13
박보검, 군 입대 환송식 생략! 연예인 입대의 좋은 예?그는 21일 환자복을 입은 채 "경기의료원에 있는데 시설이 너무 좋다"면서도 "이렇게 살기 좋고 편리하고 모든 것이 풍족한 나라를 선조들이 만들어놨는데 어째서 문재인 이 악당, 독재자는 이 나라를 망치려 하고 있나"라며 정부 비판을 빠뜨리지 않았다.서울 보라매병원에 입원했던 신 대표 또한 유튜브 채널 '신의한수'에 영상을 올리고 있다.
여성조선 > TODAY'S PICK | 이상문 부장 | 2020.08.27

[핫이슈 기본소득]⑩ 反 윤덕룡 "기본소득?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 주는 게 사회보장의 원칙"하지만 그 방법이 꼭 기본소득이어야 하는지, 지금 우리나라에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게 가장 좋은 대안인지에 대해서는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장기적으로 도입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다른 대안이 먼저 검토돼야 하지 않나 싶다."- 기본소득의 지향점에는 동의하지만, 전면 도입에 대해서는 아직 물음표라는 건가."그렇다. 세상이 바뀌고 있다.
조선비즈 > 정책 | 김종일 기자 | 2016.11.01

[유럽, 戰後체제 종언] '모두에게 똑같이' 포기… 연금개혁 성공한 스웨덴A18면스웨덴은 노인이 가장 살기 좋은 나라다.
국제 > 유럽 | 양모듬 기자 | 2014.01.06

[트레킹 | 정신과 명의 이홍식 교수와 ‘힐링 트레킹’] “가슴 떨릴 때 걸어야지, 다리 떨릴 때 못 걷잖아요!”나쁜 습관을 고치고, 운동하고, 좋은 음식 먹는 것이 세컨드라이프에 가장 중요합니다. 건강검진보다 더 중요합니다. 세컨드라이프에선 좋은 일, 즐거운 일은 뒤로 미루지 마세요. 먹고 싶은 것 먹고, 하고 싶은 것 하세요. 제1의 인생이 내일을 위해서 살았다면, 제2의 인생은 현재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생자필면(生者必眠)입니다.
월간산 > 계절산행 | 글·사진 박정원 부장대우 | 2013.10.22

[긴급진단] 鄭求鉉 前 삼성경제연구소장이 말하는 대한민국號의 미래선진국이란 어떤 나라를 말합니까. 정치 수준이 글로벌 기준에 오른 나라들입니다. 글로벌 시각에서 경제를 봐야 하는데 로컬 시각에서 문제를 풀다 보니 괴리가 생기는 겁니다. 한국 정치에서 포퓰리즘이 심화하는 것도 문제입니다.”—좋은 정치 지도자의 조건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까.
월간조선 > MAGAZINE | 백승구 월간조선 기자 | 2013.10.21
Part 3 예비 실버들이여 이렇게 준비하라
물론 간접 투자 방식의 금융 상품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0년이든 30년이든 은퇴 후에 맞이할 노후는 적어도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 온 개인에게는 만족할 만한 삶의 질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삶을 살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 그러나 노후의 만족할 만한 생활은 그냥 오는 것은 아니다.
이코노미조선 > ISSUE&PEOPLE | 권용욱노화전문 AG클리닉 원장 | 2005.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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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2025 MAGAZINE전체기사
초고령화 시대, 노인도 살기 좋은 나라 ① 한국
시설 입소에서 ‘살던 곳에서’ 노후 보내기로 전환
글 : 이경훈 월간조선 기자 liberty@chosun.com
⊙ 용돈벌이식 공공일자리, 교육 수준 높은 베이비부머에겐 안 맞아
⊙ 한국 노인 10명 중 4명, 월 100만원 미만으로 생계 유지
⊙ 노인 돌봄, 개인이나 가족 차원에서 국가 차원의 문제로 넘어가
⊙ IMF 외환위기, 부동산 중심 자산 형성이 오늘날 노년 빈곤 불러
⊙ 노인 산업 육성 발표해 놓곤 2024년 육성 예산 전액 삭감
“이거 참 어렵네.” “어떻게 하는 거야…”
한강의 기적을 만드는 데 일조했던 베이비붐 세대가 무인 주문 기계, 일명 키오스크(kiosk)를 마주하면 벌어지는 일이다. 디지털 기술 이용 방법에 익숙지 않아 겪는 불편함과 당황스러움에 발길을 돌린다.
1차 베이비붐 세대는 1955~1963년생, 2차 베이비붐 세대는 1964~1974년생을 통칭한다. 2023년을 기준으로 1차는 약 705만 명, 2차는 약 955만 명이다. 두 세대를 합하면 1700만 명인데 첫 1차 베이비붐 세대인 1955년생은 올해로 70세를 맞았다. 2차 베이비붐 세대는 지난해부터 법정 은퇴 나이(60세)에 들어섰다. 한국은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 중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화 사회’를 맞이했다. 2070년이면 전체 인구 3765만 명(약 46.4%) 중 노인이 1747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강의 기적’의 이면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세대’라는 찬사와 달리 한국 노인(65세 이상)은 다중의 위기에 처해 있다. 이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용어가 ▲노인 빈곤 ▲노인 자살 ▲만성질환 ▲사회적 고립 등이다.
한국의 노인이 겪는 상대적 빈곤율은 통계마다 차이가 있지만 40% 수준이다. OECD는 2020년 기준(2023년 발표) 한국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을 40.4%로 보고했다. 이는 OECD 평균(14.2%)보다 약 3배 높고, OECD 가입국(38개국) 중 최고 수준이다. 2023년 통계청에 따르면 노인의 가처분소득(개인 의사에 따라 쓸 수 있는 소득)을 기준으로 상대적 빈곤율은 38.2%였다.
상대적 빈곤율이란, 월평균 중위소득(1인 기준 약 200만원)의 절반에 이르는 소득을 받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홀어르신은 2020년 기준 상대적 빈곤율이 72%였다. 홀로 사는 노인 10명 중 7명은 100만원 미만으로 생계를 이어간다는 의미다.
2023년 한국 노인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40.6명이다. OECD 가입국 중 가장 많다. 하루 평균 10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80대 이상 노인 자살률은 10만 명당 60.6명이다. OECD 가입국의 노인 자살률은 20~28명 수준이다. OECD는 한국처럼 특정 연령대에 대한 비율은 공개하지 않는다.
2023년 통계청 지표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기대 수명(출생 시 기대 여명)은 83.5년(남성 약 80.6년, 여성 약 86.4년)이다. 반면 질병이나 노화로 인한 질환 없이 건강하게 생활하는 기간을 나타내는 ‘건강 수명’은 약 72세다. 〈2023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 중 만성질환을 1개 이상 앓고 있는 비율은 84%, 2개 이상은 약 55%, 3개 이상은 36%였다. 건강한 노인은 14%였다.
사회적 관계도 단절돼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홀어르신 중 32.6%는 대화할 상대가 전혀 없다고 답했다, 40.7%는 위기 상황에 도움을 청할 곳이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노인이 겪는 어려움을 ▲‘압축적 근대화’의 부작용 ▲국가적(연금·복지 등)·개인적 차원(자산 등)의 준비 부족 ▲사회 문화의 변화 ▲부동산 중심의 자산 등 여러 원인이 얽혀 있다고 분석한다.
1988년 도입돼 1999년 전 국민으로 확대된 국민연금 제도는 현재 노인 세대가 은퇴 소득을 축적할 시간을 주지 못했다. 1997년 IMF 외환위기는 당시 중장년층이었던 지금의 노인 세대의 소득 기반과 민간 저축을 붕괴시키는 계기가 됐다. 또 대가족 중심이었던 가족 부양 체계가 핵가족화로 해체됐으나 이를 대체할 공적 안전망은 미성숙했다.
부동산 보유 빈곤층
노인들의 만남의 광장 역할을 하는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노인들은 모여 앉아 장기나 바둑을 두며 시간을 보낸다. 사진=뉴시스
부동산 편중은 ‘자산 보유 빈곤층’이라는 역설적인 상황을 낳았다. 60세 이상 가구주의 평균 순자산은 4억8630만원, 39세 이하의 순자산은 2억3678만원이었다(2024 통계청). 노인이 보유한 자산이 2.1배 많았지만, 집을 처분하지 않고는 현금화가 어렵다.
현재 국민연금의 명목 소득대체율 40%는 40년 가입을 전제로 한 수치다. 현재 노인 세대에게 40년 가입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2023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의 월평균 연금 수급액은 약 60만원으로 1인 가구 최저생계비(약 125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연금 수급자 중 절반 이상은 월 25만~50만원 사이의 금액을 받고 있다.
한국은 고령 사회(전체 인구 중 노인이 15% 이상)에서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데 7년(영국 50년, 미국 15년)이 걸렸다. 이 때문에 법과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를 할 시간이 부족했다. 초고령 사회는 인구 구조 변화를 불러 생산연령 인구(15~64세)의 부양 부담으로 이어진다.
나이가 들수록 돌봄 수요는 증가한다. 문제는 돌봄에는 비용이 따른다는 점이다. 경제적 여력이 있어 노후를 안정적으로 대비해 온 이들에겐 돌봄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노후 대비가 부족한 이들은 공적 돌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세대 간 디지털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앞서 소개한 무인 주문 기계는 한 사례에 불과하다. 컴퓨터와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노인 세대 간의 정보 격차는 사회적·경제적 격차로 이어진다. 디지털 기기 이용에 익숙한 이들은 손쉽게 ‘민생 지원금’을 신청하고 카드로 간편 결제를 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세대는 직접 동사무소를 방문해야만 했다. 노년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과 비교할 때 약 70%에 그친다(▲2019년 64.3% ▲2021년 69.1% ▲2023년 70.7%).
과거 대가족 중심으로 가족 단위에서 이뤄졌던 돌봄은 점차 공공 영역으로 이동했다. 노인 돌봄은 개인이나 가족 차원의 책임을 넘어 국가 차원의 지원 체계로 넘어가고 있다. 동시에 노인을 대상으로 한 민간 실버산업도 성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초고령 사회를 맞아 공공과 민간을 아우르는 전방위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살던 곳에서 노후 보내기
어버이날을 맞아 요양병원에 입원한 어머니에게 카네이션을 전달하는 딸. 사진=뉴시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3월 ‘어르신 1000만 시대,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을 살펴보면 ‘집으로 찾아오는 의료·요양’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살던 곳에서 노후 보내기(Aging In Place·AIP)’, 재가 돌봄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재명 정부도 통합 돌봄 체계를 구축해 AIP를 위한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노인들을 시설(요양원·요양병원 등)에 입소시킨 후 수동적으로 ‘방치’하는 돌봄에서 노인 개인이 주체가 되는 삶을 살도록 여건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부산대 생활과학연구소 오지영 연구교수는 “누구나 익숙한 동네에서 익숙한 사람들 사이에서 노후를 맞이하고 싶어 한다. AIP는 익숙한 곳에서 노후를 보낸다는 개념을 넘어 어르신들의 삶의 만족도, 자존감, 독립감, 정신적 안정감, 유대감과 깊이 연결된다”며 “시설에서 노후를 보내는 것보다 훨씬 정서적으로 건강한 상태에서 사회적으로 고립이 되지 않고 커뮤니티의 일원으로서 자긍심 있는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한다”고 했다.
AIP를 뒷받침하기 위해선 재가 노인 복지 서비스(방문 요양)의 질이 높아야 한다. 재가 노인 복지 서비스를 이용하는 노인은 2019년 5만3831명에서 2023년 12만5048명으로 늘었다. 재가노인복지시설(방문 요양업체)은 같은 기간 4821개소에서 1만5896개소로 약 3.3배 늘었다.
한국의 고령 친화 도시
세계보건기구(WHO)는 2007년부터 ‘고령 친화 도시(Age-Friendly City)’를 제시해 왔다. 핵심 개념은 ‘활기찬 노년(Active Ageing)’이며, ▲외부 공간 및 건물 ▲교통 ▲주거 ▲사회적 참여 ▲존중 및 사회 통합 ▲시민 참여 및 고용 ▲의사소통 및 정보 ▲지역사회 지원 및 보건 서비스 등 8가지를 평가한다.
한국에선 서울특별시(2013년)를 시작으로 부산광역시, 수원시, 정읍시, 제주특별자치도 등이 참여했다.
서울시는 ‘건강하고 활기찬 100세 도시’를 목표로 ‘9988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주요 내용으로는 ‘서울형 돌봄 시설’을 확충해 의료·요양·주거·식사·정서 등 5개 영역에 대한 24시간 상시 돌봄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다. 노인을 위한 맞춤형 주택 2만3000호도 민관 협력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3세대 분리형’은 자녀·손자와 물리적 공간은 분리하되 가족 간 유대는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
2016년부터 고령 친화 도시를 조성해 온 부산시는 초고령 사회에 대비해 지역사회 차원에서 노인과 모든 세대가 함께 지낼 수 있는 대안을 찾고자 동(洞)별 특화 마을을 조성하고 있다.
고령화라는 추세에 따라 첨단 기술을 노인 돌봄에 적용하는 고령 친화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 외국에서는 실버경제(silver economy)라고도 한다. 국내 고령 친화 산업 규모는 2020년 72조원에서 2030년에는 168조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2022). 브루킹스 연구소는 2030년에 이르면 65세 이상 노인이 주요 소비층이 된다고 분석했다.
네이버 클로바 케어콜, 일본 진출
쪽방촌의 모습. 폭염 속에서 선풍기와 부채만으로 여름을 보낸다. 사진=뉴시스
한국에선 네이버가 첨단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음성 인식 AI를 활용한 ‘클로바 케어콜(CLOVA Care Call)’을 통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AI가 홀어르신에게 주기적으로 안부 전화를 걸어 대화를 나누는 서비스다. 몇몇 지자체에서 이를 도입해 사회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 시장에도 진출했다.
글로벌 실버산업 선도국인 일본은 센서, 로봇 등 물리적 돌봄(Physical Care) 시스템이 고도로 발달했지만, 고령화로 인한 외로움, 사회적 고립과 같은 정서적 문제에 대응할 확장 가능한 수단이 부족했다. 네이버는 클로바 케어콜을 일본 시마네현 이즈모시에 수출했다. 이 서비스의 핵심 기술은 네이버의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를 기반으로 한 대화형 AI로, 과거의 대화 내용을 기억하고 맥락을 이해, 자연스럽고 공감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다. 클로바 케어콜은 고령자에게 실질적인 정서적 유대감을 제공함으로써 일본의 하드웨어 중심 접근 방식이 채우지 못했던 공백을 성공적으로 메웠다. 현지 고령자와 지자체 담당자 모두로부터 높은 만족도를 얻었으며, 서비스 지역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미래가 기대되는 고령 친화 기술로는 돌봄 로봇이 있다. AIP를 위해선 꼭 필요한 부문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일상을 유지하는 활동이 어려운 이들에게 신체적·정신적 도움을 제공하는 기기다. 노인의 이승(移乘)과 배설 보조 등을 지원한다. 정부는 제3차 장기 요양 기본 계획에 따라 돌봄 로봇 9종 개발에 270억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2024년에는 ‘고령 친화 산업 육성 사업’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한국의 고령 친화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와 AI·소프트웨어 역량이라는 강점과 불안정한 정부 정책, 하드웨어·제조업 경쟁력 부족, 내수 시장 부족이라는 약점을 동시에 갖고 있다.
고령화로 인한 사회문제에는 치매가 있다. 치매는 개인은 물론 가족, 공동체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가정 차원에서는 치매를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 2022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 중 추정 치매 유병률은 10.3%(약 84만 명)였다. 2025년에는 15.9%(약 302만 명)로 증가할 전망이다.
정부는 2011년 ‘치매관리법’을 제정했다. 2017년 ‘치매 국가책임제 추진 계획’을 발표했고 전국 256개 시·군·구 보건소에 치매안심센터를 설치·운영해 치매 조기 검진과 1:1 사례 관리를 제공해 왔다. 치매안심센터의 2021년 서비스 누적 건수는 치매 조기 선별 검사 약 607만 건, 맞춤형 사례 관리 약 13만 명이었다.
老老케어
노인 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한 노인이 채용공고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노인들이 한데 모여 외로움을 달래고 유대를 쌓을 수 있는 노인여가복지시설은 증가세다. 노인여가복지시설에는 노인복지관, 경로당, 노인 교실 등이 있다. 2019년 6만8413개소에서 2023년에는 7만455개소로 늘었다. 노인복지관에서는 평생교육 지원, 취미·여가 지원, 건강생활 지원 등을 돕는다.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선 경제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정부는 노인 일자리 사업을 통해 노인이 활기차고 건강한 노후 생활을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노인 고용률은 2019년 32.9%에서 2023년 37.3%로 늘었다. 하지만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노인은 전체의 6.7%이며 아예 신청한 적도 없는 노인은 83.8%였다.
노인 일자리 사업 중 주목받는 사업은 ‘노노케어(老老-Care)’다. 홀어르신, 조손가정 노인, 경증 치매 노인 등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돌봄 취약 노인의 가정을 방문해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사업은 지역사회 노인 간의 ‘느슨한 유대’를 만드는 게 목적이다. 2022년 기준 돌봄 제공 노인 6만2000명, 돌봄 수급 노인 9만 명이 참여했다. 돌봄 제공 노인 중 80% 이상이 여성이며 평균 연령은 75.9세였다. 80세 이상 노인 비중도 2021년에는 31.7%였다.
12개월 동안 활동하는데 월 30시간 이상 근무해야 한다. 급여는 1인 월 27만원이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설문 조사에 따르면, 향후 계속해서 이용을 희망하는 비율이 ‘노노케어’ 참여자, 수혜자 모두 90% 이상이었다.
문제는 위와 같은 공공 노인 일자리 사업이 ‘용돈벌이’ 수준에 그친다는 점이다. 이인실 전 통계청장은 “베이비붐 세대의 교육 및 소득 수준이 과거에 비해 크게 향상됐기에 (공공이 제공하는 수준의 일자리는) 이들의 수준과 맞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베이비붐 세대는 주요 직장에서 평균 52.8세에 은퇴하지만, 희망 근로 나이는 73.3세로 20년 이상 격차가 나고 대부분은 평생 축적해 온 인적 자본을 활용하는 직무와는 거리가 먼, 저임금 단기 일자리에 종사하게 된다”고 했다.
노인 근로자의 34.6%는 단순노무직, 23.3%는 농림어업에 종사했다. 관리자·전문가는 5.8%에 불과하며 노인 소득은 40대 근로자의 절반 수준이었다.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해야
요양병원의 모습. 사진=조선DB
모두가 살던 곳에서 노년까지 마칠 순 없다. 누군가는 요양원·요양병원에서 생을 마감해야 한다. 이러한 시설에서 노인들과 가장 가까이서 함께하는 이들이 요양보호사다. 복지 전문가들은 요양보호사에 대한 처우가 개선돼야 노인들이 행복한 마무리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요양보호사가 받는 대우는 최저임금 수준에 그친다. 이 때문에 젊은 사람들은 일하기를 꺼린다. 요양보호사의 평균 연령은 62세다.
이들은 고된 일과 함께 일부 환자에게는 폭언도 들어야 한다. 육체 노동과 감정 노동을 함께 해야 하는 직업이다. 문제는 요양보호사에 대한 열악한 처우로 공급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초고령화 시대를 맞아 요양보호사 구인난까지 벌어질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요양보호사에 대한 전문화 강화와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
이원필 건강돌봄시민행동 운영위원장은 “원활한 돌봄 인력 수급을 위해 장기 요양 인건비를 개혁해야 한다. 다양한 나이가 돌봄 제공 인력으로 유입되도록 수가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돌봄 인력난을 완화하기 위해 일부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를 활용하자는 주장도 하고 있으나 최저임금 적용 문제 등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하는 문제가 있다.
박창제 경북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노인 빈곤 방지를 위해 노후 소득 보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초연금 급여 수준을 조정해 국민연금 급여가 노후 소득의 적정 수준을 보장할 때까지 기초연금 급여액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후 적정 생활비 350만원
폭염 속에서 노인들이 무료 급식을 받기 위해 줄 서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9월 28일 KB금융그룹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이 생각하는 노후 적정 생활비는 월 350만원, 최소 생활비는 월 248만원이다.
1955년생인 정인용(남)씨는 서울에 거주한다. 15년 전 2억원을 대출받아 강북에 아파트를 샀는데, 지금은 8억원이 됐다. 그는 서울에서 시내버스 기사로 20년간 일했다. 매달 국민연금을 10여만원씩 10년 가까이 냈다. 여기에 일시금으로 3년 치를 추가로 내 지금은 24만원가량 국민연금을 받는다고 했다. 첫 연금을 수급할 땐 19만원이었다고 한다. 국민연금을 받은 지 10년이 넘었고, 국민연금에 자부담으로 낸 돈 이상을 받았다고 한다. 여기에 노령연금 약 30만원을 받는다. 이 둘을 합하면 50만원쯤 되는데 용돈이라고 생각한다. 정씨는 보습학원 통학 차량을 운전하며 약 150만원을 받는다.
“연금만으로는 생계를 꾸리기 힘들죠. 소일거리라도 하니 먹고는 삽니다. 주변에선 ‘서울에 아파트가 있으니 노후 준비는 끝났겠다’고들 말합니다. 아파트 빼곤 가진 게 없습니다. 건강도 크게 나쁘지 않아 아직까진 걱정이 없는데 앞으로가 문제죠. 지금 받는 연금 수준으론 어림도 없으니까요.”
초고령화 시대를 맞아 노인만을 위한 연금 제도를 마련할 수도 없다. 미래 세대가 짊어져야 할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젊은 층에서는 “어차피 우리 세대는 국민연금을 받지 못한다. 받지도 못할 돈인데 내고 싶지 않다”는 의견이 다수다. 젊은 층에 노인 세대에 대한 과도한 부양 의무를 강요하는 풍토는 노인 세대에 대한 반감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노인에 대한 혐오 표현이 대표적이다.
연령주의 극복해야
이를 예방하기 위해 노인 혐오와 연령주의, 세대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 충남대 김주현 교수는 ‘노인네’ ‘틀딱’ ‘꼰대’와 같은 용어는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고 노인 차별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연령주의를 극복하고 노인이 사회에 통합되기 위해서는 사회 연대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고 했다.
노인만 살기 좋은 나라가 아닌 젊은이도 살기 좋은 나라가 되기 위해 전문가들은 연금개혁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이와 연계해 정년 연장 등 세대 간 이해관계가 얽힌 복잡한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근본적인 해결을 외면하고 땜질 처방만을 하다간 노인과 젊은이 모두가 살기 어려운 사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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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화 시대, 노인도 살기 좋은 나라 ② 일본
“개호보험 제도, 다른 나라가 그대로 도입하기는 어려워”
글 : 김광주 월간조선 기자 kj961009@chosun.com







⊙ ‘나이에 관계없이 건강하게 일하며 사회에 지속적으로 공헌’하는 ‘생애현역’ 강조
⊙ 초등학교에서 노인들이 그림책 읽어주기도
⊙ “노인 의료비 무료화는 일본 의료제도 사상 가장 큰 실패… ‘의료는 무료’ 인식 심어줘”(시마자키 겐지 국제의료복지대학 대학원 교수)
⊙ “세금과 보험료 너무 비싸… 월급의 거의 절반 나가는 느낌”(택시기사)
⊙ “개호 대상자의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고바야시 히로미 개호지원전문원협회 부회장)
⊙ “개호지원전문원 없이 어떻게 개호 서비스를 받는지”(고야부 모토시 요코하마시 스스키노 지역케어플라자 소장)
일본의 한 요양원에서 생활하는 노인들. 사진=조선DB흔히들 일본은 한국의 10년 뒤 모습이라고 한다. 고령화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시기도 대략 10년의 격차를 보인다. 유엔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1% 넘는 국가를 ‘초고령 사회’로 분류한다. 일본 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는 3624만 3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29.3%다. 같은 시점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19.2%다. 고령화에 따른 제도 정비 과정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가 시행된 시기는 2008년 7월, 일본은 이보다 8년 앞서 2000년 4월 우리의 노인장기요양보험 격인 개호보험(介護保險)을 시행했다. 개호란 ‘곁에서 돌봄’이다. 한국과 다른 점으로, 돌봄 지원을 총괄하는 전문가인 ‘개호지원전문원(介護支援專門員)’이 있다.
리어카를 끌며 폐지를 줍는 고령자를 일본에선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생애현역(生涯現役), 즉 ‘평생 현역’이라는 취지로 운영되는 실버인재센터에서 가벼운 강도의 작업을 소일거리 겸해 한다. 나이를 먹는 과정에 대한 인식도 다르다. 노년학(제론톨로지·Gerontology) 검정시험도 여러 방면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9월 25일부터 10월 3일까지 초고령 사회를 앞서 겪은 일본을 방문해 각계 전문가 10명을 만나고, 일반 시민과 일선 종사자들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들어 봤다.
한일 의료 안전망의 쌍두마차
고령층에게 가장 중요한 복지제도는 역시 의료다. 의료에 한정해서 놓고 보면 한국과 일본처럼 국가 차원의 두터운 안전망을 구축한 국가도 드물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보편적 건강보장 제도인 ‘UHC(Universal Health Coverage)’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한국과 일본은 전 국민 건강보험과 요양(개호)보험이라는 두 기둥으로 UHC를 지탱하고 있고 보장 범위도 폭넓다. 두 제도 모두 일본이 한국보다 먼저 시행했다.
문제는 지속 가능성이다. 1960년 일본 정부는 국민 개인 소득을 10년 안에 두 배 올리겠다는 ‘소득배증계획(所得倍增計劃)’을 발표했고, 8년 만에 목표치를 뛰어넘었다. 일본의 국민개(皆)보험 제도는 이 경제성장기 때 논의되기 시작해 1961년에 도입됐고, 보장 범위를 넓히려는 노력이 계속됐다. 일본에선 노인 의료비 무료화가 시행된 1973년이 ‘복지 원년(元年)’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그해 가을 오일 쇼크가 터졌고, 경제적 고도성장기도 끝났다.
한국의 노인장기요양보험에 참고가 된 일본 개호보험 제도는 1990년대, 이른바 ‘버블 경제’ 붕괴 이후 본격화됐다. 일본은 1970년 노년 인구 비율이 7%인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기에 관련 논의는 이미 이때부터 있었다.
하지만 이제 한국과 일본 모두 저출산과 고령화가 맞물려 부양 인구는 늘어나는 반면, 고도성장은커녕 지금의 제도를 뒷받침할 예산 및 후속 세대의 부담마저 우려되는 실정이다. 이처럼 재원과 인력 규모가 과거보다 쪼그라드는 상황에서 두 나라의 두 제도는 모두 ‘효율화’와 ‘개혁’이라는 두 가지 과제에 직면했다.
“일본이 고령자가 살기 좋은 나라?”
시마자키 겐지(島崎謙治) 일본 국제의료복지대학 대학원 교수.
시마자키 겐지(島崎謙治) 일본 국제의료복지대학 대학원 교수는 현실적이었다. 시마자키 교수에게 “일본은 고령자가 살기 좋은 나라로 알려져 있다”며 인사말을 건넸다. 하지만 그는 “일본이 과연 ‘고령자가 살기 좋은 나라’라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며, 고령화·인구 감소 관련 정책은 뒤늦은 면이 있다”고 대답했다. 이어 “(제도적으로) 한국에 참고나 귀감이 될 만한 것이 그리 많지 않다”고 했다. 의외였다.
시마자키 교수는 일본 중앙 정부 부처 의료보험 제도의 실무 책임자 겸 연구자로서 그 과정을 가까이서 봐왔다. 1978년 후생성(現 후생노동성)에 입직한 그는 개호보험이 시행된 지 1년 후인 2001년 후생노동성 보험국 보험과장을 역임했다. 그는 현재 일본의 사회보험 제도에 대해 “재정 부담도 문제고, 서비스를 제공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개호 서비스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까지 하면서, 직접 작성한 자료들을 건네며 3시간 넘게 관련 설명을 이어 갔다.
우선 의료 인력난에 대해선 202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토대로 작성한 도표를 꺼내들었다. 이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병상 수는 독일 7.8개, 프랑스 5.7개, 영국 2.4개, 미국 2.8개다. 그런데 한국과 일본은 각각 12.8개, 12.6개에 달한다. 반면 진료에 종사하는 임상 의사 및 간호사의 수는 오히려 한국과 일본이 이들 국가보다 적게 나타났다. 인구 1000명당 임상의(臨床醫) 수는 한국과 일본이 모두 2.6명이지만 독일은 4.5명, 프랑스와 영국이 각각 3.2명, 미국이 2.7명이다. 인구 1000명당 임상 간호사는 독일 12명, 프랑스 8.6명, 영국 8.7명, 미국 11.8명이다. 당연하게도 더 많은 병상 수에 걸맞도록 간호사 수도 많아야 할 텐데 일본은 12.1명, 한국은 그보다 더 심한 8.8명이다.
시마자키 교수는 “지난해 한국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들이 찾아왔을 때 한국의 의사 부족 문제도 화제가 됐는데, 내가 보기엔 간호사 부족 문제가 더 심각하게 보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에서도 간호사 부족으로 병동을 폐쇄하는 병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진료 수가(酬價)가 억제돼 있기 때문에 일이 힘든데도 간호사의 임금이 오르지 않아 지원자가 줄고 있다. 5년 뒤 일본에 오면 간호사 부족 문제가 더 심각해져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간호사의 열악한 처우 문제는 분명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도쿄에서 만난 한 30대 간호사는 “야근을 하면 월급이 오르지만, 정해진 시간표대로만 근무하면 일의 난이도에 비해 급여가 턱없이 낮아서, 대학원에 진학해 이직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개호보험
유아사 모토유키(湯淺資之) 준텐도대 교수.
재정 지출 부담도 큰 문제다. 시마자키 교수는 “일본은 국가가 보험을 통해 제공하는 보장 범위가 한국보다도 넓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1961년 전 국민 건강보험 제도를 시행했다. 이전엔 국민의 30% 정도는 공적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고, 국민건강보험의 보장 범위도 기본적인 진료에 한정됐다. 본인부담금도 컸다. 이후 1961년 보험 적용 범위를 전 국민으로 하고 보장 범위도 일반 진료 대부분으로 넓혔다. 1973년 오일 쇼크가 일어날 때까지 국민건강보험의 급여율도 종전 50%에서 70%로 올랐다. 환자 부담률도 낮아졌다. 시마자키 교수는 “(일본의) 국민건강보험 제도가 정착하는 데 10년이 걸렸다”고 했다. 한국은 이 제도를 1977년 직장의료보험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1989년 전 국민으로 확대했다.
더 나아가 일본은 1973년 ‘노인 의료비 무료화’를 시행, 70세 이상 고령자의 의료비를 전액 국가 부담으로 돌렸다. 이에 대해 시마자키 교수는 “일본의 의료제도 사상 가장 큰 실패다. 국민과 환자들에게 ‘의료는 무료’라는 인식을 심어 주고 말았다”고 평가했다. 이해를 일본에선 ‘복지 원년’이라고 부르지만, 결국 재정 부담과 증세(增稅)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1973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는 의료비는 1960년대 초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 도쿄의 한 택시 운전사는 “일본은 다른 나라에 비해 사회보험과 같은 안전망이 잘 갖춰진 편이지만, 세금과 보험료가 너무 비싸다. 월급의 거의 절반이 날아가는 느낌”이라고 했다.
개호보험의 경우도 마찬가지. 유아사 모토유키(湯淺資之) 준텐도(順天堂)대학 사회보건학부 교수는 “일본의 경제 상황을 보면 개호보험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수준으로 유지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했다. 따라서 일본의 개호보험 제도를 다른 나라가 쉽게 도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는 “일본은 감염병과 모자(母子)보건 등에 관한 안전망은 잘 갖춰져 있다”며 “이러한 경험을 다른 나라에 알릴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일본의 개호보험 제도는 다른 나라가 그대로 도입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일본은 인구의 14% 이상이 65세 이상인 ‘고령 사회’에 접어들었을 당시 1인당 국내총생산(GNP)이 4만 달러였는데, 동남아시아에서도 비교적 풍요로운 태국의 경우 고령 사회 진입 당시 1인당 GNP가 7000달러였다”고 했다.
유아사 교수는 “일본에서도 개호보험 제도가 처음 시작됐을 때 반대가 심했고, 겨우 정착이 됐다”며 “지속 가능한 제도라고 하기엔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이를 그대로 도입하는 건 무리에 가까운 일이라고 본다”고 했다. 개호보험을 지속 가능한 제도로 도입하려면 소요 비용을 낮추면서도 효율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일본 내각부와 재무성 및 후생노동성이 2018년 발표한 ‘고령화와 인구 감소에 따른 사회보장비의 미래 부담 추정’에 따르면 2018년 일본의 연금·의료·개호·복지 등 사회보장 비용은 총 121조 3000만 엔이었다. 그런데 2040년엔 이 비용이 최대 190조 엔까지 불어날 수 있다고 일본 정부는 전망했다.
개호보험
2000년 4월 1일 시행된 개호보험 제도에 따라 40세 이상 일본의 전 국민은 의무적으로 개호보험에 가입, 보험료를 납부한다. 운영 주체는 기초지방자치단체에 해당하는 시·정·촌(市町村)이고, 보험료 50%와 세금 50%(국가 25%, 도도부현 12.5%, 시정촌 12.5%)를 통해 운용된다. 피보험자에게 제공되는 서비스는 방문 간호 및 개호 등의 재택 형태와, 노인복지시설 및 개호의료원과 같은 시설 서비스, 그리고 지원을 필요로 하는 대상자에 대한 기능 훈련과 생활 지원 서비스 등이다. 피보험자가 각 시정촌에 ‘개호 인정 신청’을 하면 개호인정심의회를 통해 ‘요개호(要介護·1~5등급)’ 또는 ‘요지원(要支援·1~2등급)’ 판정을 받는다. 이후 개호지원전문원이 필요한 ‘개호서비스계획’을 수립한다. 승인된 서비스는 소득 수준에 따라 일정 비율의 본인부담금을 내고 이용할 수 있다. 본인부담률은 일반 10%, 중간 소득 이상 20%, 고소득자의 경우 30%다.
“정치인, 포퓰리즘에 휘둘리지 말아야”
이변이 없는 한 한국과 일본 모두 과거의 경제적 번영기를 다시 맞기 어렵다. 오히려 15~64세인 생산가능연령 인구 비율은 2008년 63.8%에서 2070년 52.1%로 급감할 것이라는 게 일본 후생노동성과 국립 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의 전망(2023년)이다. 45년 뒤면 전체 인구의 절반이 나머지 절반의 인구를 부양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유엔 세계 인구 전망에 따르면, 2055~60년 사이를 기점으로 한일 양국의 고령화율은 35%를 넘어서고, 이즈음 한국의 고령화율이 일본을 앞지른다. 이에 대해 시마자키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인구가 감소하고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회가 되면, 사회보장제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논의가 일어납니다. 국민건강보험을 예로 들면 모든 국민을 정말로 포괄해야 하는지, 공적 보험 급여 범위가 너무 넓은 것은 아닌지, 급여율을 낮춰야 하는 것은 아닌지 등과 같은 논의입니다. 그리고 현역 세대가 부담하는 사회보험료의 상당히 많은 부분은 고령자의 의료비와 개호(장기요양) 비용에 충당됩니다. 연금뿐만 아니라 의료와 장기요양도 세대간 부양(현역 세대가 고령 세대를 지원하는 구조)의 한 형태입니다. 앞으로 노인 인구, 특히 85세 이상 고령자가 증가하는 반면 생산 가능 인구는 감소하기 때문에, 현역 세대에서 사회보험료 부담 증가를 억제해 달라는 목소리가 커질 것입니다. 실제로 최근 중의원과 참의원 선거에서 이러한 주장을 분명히 내세운 정당도 등장했습니다.”
― 이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러한 주장이 나오는 배경과 이유는 이해할 수 있지만, 사람들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안이한 선택은 허용될 수 없습니다. 일본의 의료보험과 장기요양보험의 전체 구조를 제대로 이해한 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저는 의료의 고도화와 고령화의 진행에 따라 의료비와 장기요양 비용의 증가는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안이하게 공적 의료보험이나 개호보험의 급여 범위를 좁히면 사회보험료 부담은 줄어들 수 있지만, 해당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개인 부담이 증가하고 사회적 불안이 높아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물론 의료와 장기요양의 제공 체계 효율화나 개혁은 필요합니다. 의료와 고령자의 부담 능력에 따라 본인 부담 비율을 올리는 것도 불가피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회보험료나 공적 재원(세금)을 늘리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 대안이 있을까요?
“정치가 현실의 부담 문제로부터 도피해서는 안 됩니다. 정치인은 포퓰리즘에 휘둘리지 않고 국민에게 사회보장 급여와 부담의 전체상(全體像)을 제시하고, 이러한 급여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부담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정성껏 설명해서 이해와 납득을 구해야 합니다. 국내외 정치 상황이 혼란스러운 가운데서 결코 쉬운 길은 아니지만, 민주주의가 얼마나 올바르게 성숙했는지 시험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1 대 1 관리의 장단점
일본 개호지원전문원협회 시바구치 사토노리(柴口里則·왼쪽) 회장과 고바야시 히로미(小林廣美) 부회장.
일본 개호보험 제도에선 개호지원전문원의 역할 비중이 크다. 도쿄도 지요다(千代田)구에 위치한 일본 개호지원전문원협회를 방문했다. 고바야시 히로미(小林廣美) 협회 부회장은 개호지원전문원이 개호 대상자를 1 대 1로 관리하는 데 대해 “개호 대상자의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그 한 사람에게 집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호지원전문원은 대상자를 위한 서비스 계획을 작성할 때 개호 등급과는 별개로 필요한 지원이 있으면 지역사회가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주기도 한다. 개호 대상자 한 사람을 책임져야 하는 부담감은 없는지 묻자 고바야시 부회장은 “개호지원전문원 혼자 모든 걸 다 떠안지는 않는다. 지원에 앞서 개호지원전문원들이 팀을 구성해서 회의를 진행하기도 한다”고 대답했다.
고야부 모토시(小藪基司) 요코하마시 스스키노 지역케어플라자 소장.
고바야시 부회장은 다만 “개호지원전문원이 담당하게 되면 지역사회에서도 안심하고 신경을 덜 쓰게 돼서 사회적 교류가 부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아사 모토유키 교수도 “개호지원전문원이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서비스 제공을 돕기 때문에 자립 측면에선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며 “개호 필요도에 따라 요개호·요지원 등으로 등급을 나누는데, ‘요지원’ 등급의 본래 취지는 자립을 위한 중간 지점이지만, 개호 서비스에 의존하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시마자키 교수가 언급한 간호사 부족 문제처럼 개호지원전문원도 인력난을 앓고 있다. 시바구치 사토노리(柴口里則) 개호지원전문원협회 회장은 “개호지원전문원 자격은 취득 과정이 까다로운 데다, 간호사 등과 마찬가지로 사람이 부족하다”며 “인재 확보의 어려움이 제일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가나가와(神奈川)현 개호지원전문원협회 이사장을 겸하고 있는 고야부 모토시(小藪基司) 요코하마시 스스키노 지역케어플라자 소장도 “인력 부족이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짚었다. 이처럼 인력난이 존재하지만, 그만큼 개호지원전문원의 자격 요건도 까다롭고 제공되는 서비스는 체계적이었다.
개호지원전문원
일본의 개호지원전문원은 개호 대상자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연계해 주는 1 대 1 총괄 코디네이터 역할을 한다. 개호지원전문원이 되려면 사회복지사 또는 간호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와 같은 보건의료 관련 자격이나 후생노동성에서 인정하는 자격을 보유하고 5년 이상 경과해야 한다. 여기에 개호지원전문원 자격시험도 따로 치러야 한다. 시험 합격 이후엔 강의, 연습, 실습을 이수해야 한다. 한국은 일본의 개호지원전문원에 해당하는 직역이 법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고, 기능이 분산돼 요양보호사·사회복지사·장기요양기관 직원 등으로 대신한다.
국내에서도 ‘통합 돌봄’이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법제화가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구체화되진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9월 25일 ‘지역사회 통합돌봄 전문가 포럼’을 열고 통합 돌봄에 대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살던 곳에서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기초자치단체가 중심이 되어 의료·요양 등 돌봄 지원을 통합·연계해 제공하는 사업”이라고 정의했다. 내년 3월 27일 시행될 ‘의료·요양 등 지역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 제24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통합 지원에 필요한 전문 인력의 양성·확보 및 자질의 향상에 필요한 시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통합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 인력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하위 시행령과 시행규칙에서 정하겠지만, 일본의 개호지원전문원 제도가 참고가 될 수 있다.
“여러 전문가 관점도 제각각”
나카시마 야스하루(中島康晴) 레지오노(REGIONO) 그룹 대표.
스스키노 지역케어플라자에 처음 방문하면 개호 대상자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찾기 위한 상담이 진행된다. 한 달에 100여 건의 상담이 이뤄지며 대부분이 개호보험 신청에 관한 내용이라고 고야부 소장은 설명했다. 첫 방문 시 작성되는 개호 관련 상담 기록 양식을 살펴보니, 가족 구성과 개호보험 정보(신청 상태, 자부담 비율, 요양 인정 등급, 유효기간, 희망 서비스 등)을 기입하는 난이 있었다. 이 밖에도 장애 유무, 주거 상황, 기타 보험 및 수급 여부, 기존 병력, 일상생활동작(ADL·이동 식사 배변 목욕 착의 등의 자립 여부) 상태, 시청각 및 언어 등 일상생활 난이도 등을 상세하게 기록한다. 또 상담 내용을 입력하면 인공지능(AI)이 자동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상담이 끝날 때쯤 결과를 보고 개호지원전문원이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도입됐다.
지난 5월엔 한국의 한 사회복지법인에서 약 12명의 관계자들이 일본의 지역돌봄 현장을 견학하기 위해 이곳을 방문했으며, 9월에도 인천의 한 사회복지관 관계자들이 찾아왔다고 한다. 한일 연계 이중 돌봄 프로젝트에도 10년 전부터 참여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고야부 소장이 건넨 명함엔 한국어도 쓰여 있었다. 그는 “한국에선 개호지원전문원 없이 방문개호 서비스 등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궁금했는데, 사회복지사가 그 역할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차이를 느꼈다”고 했다.
일본에선 민관(民官) 할 것 없이 개호 인력이 부족할지언정 해당 직역에 요구되는 전문성만큼은 타협하지 않는 듯했다. 지역 밀착형 복지 관련 계열사와 법인을 두고 있는 레지오노(REGIONO) 그룹의 나카시마 야스하루(中島康晴) 대표는 “개호복지사(개호지원전문원과는 다른 자격증) 자격을 가진 직원이 많은 시설엔 (국가나 지자체로부터) 가점 등의 이점이 부여된다”고 했다. 나카시마 대표도 사회복지사·정신보건복지사·개호복지사 등 3개의 국가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오카야마, 히로시마 등에서 40개의 크고 작은 개호 시설을 운영하는 그는 “같은 문제를 바라보더라도 각 전문가들의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개호 대상자에게 어떤 지원을 할 것인지 매달 정보를 공유하는 회의에 참여한다”고 했다.
“정년 70세 연장 목소리도”
신카이 쇼지(新開省二) 일본 응용노년학회 이사장.
일본이 고령화를 바라보는 인식은 확실히 한국과 달랐다. 일본 응용노년학회(日本應用老年學會·SAG Japan)가 주관하는 노년학 민간 자격 ‘제론톨로지(Gerontology)’ 검정시험이 존재한다. 사지 선택형 50개 문항 중 70점(35문항) 이상 맞추면 합격으로 ‘제론톨로지 컨시어지(고령사회전문안내인)’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시험을 준비하기 위한 교재는 목차와 6개장(章) 121 페이지로 구성돼 있었다. 고령사회의 이해, 고령기의 건강, 고령기의 사회 교류, 노화 예방 및 개호 예방, 고령기의 사회보장, 치매의 이해와 공생 등 내용이 담겼다. 합격자의 직종은 금융·보험업 종사자 18.2%, 의료·복지업이 16.4%, 교육·학술 관련 12.7% 등이었다. 응용노년학회 측에 따르면 일본의 한 유명 은행에선 고령자 고객에게 신뢰와 안심을 주기 위해 제론톨로지 시험에 합격한 직원의 명함에 이를 기재하고 있다고 한다.
신카이 쇼지(新開省二) 응용노년학회 이사장은 노년학에 대해 “의학, 심리학, 사회학, 경제학 등 여러 학문이 융합된 학문”이라며 “고령자를 비롯한 모든 세대의 삶의 질(QOL)을 향상시키기 위한 실천적인 지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제론톨로지 자격 활용 범위가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하기와라 마유미(萩原眞由美) 일본사회보험출판사 고문은 “소학교(초등학교) 등에서는 노인들이 그림책을 읽어주기도 해서 세대간 간극 해소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신카이 이사장은 “나이가 든다는 건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쇠퇴기라고도 하지만, 성숙해 가는 과정이라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년을 예로 들면, 60세에서 65세로 늘어났고 이젠 정년을 70세로 하자는 의견도 많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생애현역’
일본엔 ‘생애현역’이라는 단어가 있다. ‘평생 현역’이라는 의미로, 나이에 관계없이 건강하게 일하며 사회에 지속적으로 공헌한다는 의미다. 요코하마시 가나자와(金澤)구 소재 특정비영리활동법인(NPO) ‘이플러스’를 찾아갔다. 공익재단법인 요코하마시 실버인재센터가 연계한 고령자 일자리 시설이다. 시에서 설립한 실버인재센터는 60세 이상의 고령자를 대상으로 월 10일 이내 또는 주 20시간 미만의 가벼운 일자리를 찾아 준다. 주요 일거리로는 맨션(아파트) 공용 부분 청소, 슈퍼마켓 내 업무, 가지치기와 제초, 가사 보조, 아침 시간대 초등학생 돌봄 등이 있다. 장기적인 일자리도 있고 단발성에 그치는 곳도 있는데, 구직을 하는 고령자의 요청에 따른다. 경영 상담 및 컴퓨터 관련 업무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경력을 갖춘 이들은 이를 고려해 일자리를 주선하기도 한다.
이시카와 지히로(石川千裕) 요코하마시 실버인재센터 사업기획담당주사는 “요코하마는 도쿄에 인접한 베드타운으로도 발전해 왔으며, 최근엔 사무직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 회원으로 등록해 데스크 워크(사무 업무)를 희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했다. 모든 회원이 근무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10월 3일 현재 실버인재센터에 등록한 고령자 회원 수는 1만 112명이다.
우에하라 가쿠(上原學) 이플러스 시설장은 “처음엔 도시락을 만드는 일자리로 시작했다”며 “액세서리나 양털 공예품을 만드는 일자리, 빵을 포장하는 일자리 등을 의뢰받았으며 현재 가방 주머니의 마무리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시카와 주사는 한 고령의 근무자로부터 받은 쪽지를 보여 줬다. 쪽지엔 “이용자의 웃음을 소중히 여겨 주셔서 감사하다”고 적혀 있었다. 이곳에서 바움쿠헨(Baumkuchen·나무 나이테 같은 단면의 롤빵) 포장 상자를 만드는 일을 돕던 가사 아쓰코(75)씨는 이렇게 말했다.
“그간 전업주부였기 때문에 인간관계는 남편과 아이들, 그리고 그들과 관계된 사람들 정도였는데, 이곳에 와서 사회적 소속감과 새로운 환경을 얻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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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2025 MAGAZINE전체기사
초고령화 시대, 노인도 살기 좋은 나라 ④ 스웨덴
“요양원 대신 살던 곳에서 돌봄 받으며 독립적인 노후 보내”
글 : 이경훈 월간조선 기자 liberty@chosun.com

⊙ 모든 노인이 돌봄 대상 아니야… 각자에 맞는 맞춤형 지원
⊙ 스톡홀름, 편리한 대중교통으로 노인 이동권 보장
⊙ 노인 돌봄 대상 선정되면 본인 부담 5% 수준으로 각종 복지 혜택
⊙ “스웨덴도 과거에는 한국처럼 방치형 요양… 20년 전부터 돌봄 문화 달라져”
⊙ “건강 비결은 정원 가꾸기와 부지런히 움직이기”(안데르센·96세)
⊙ 제2도시 예테보리, 정책 결정에 노인 참여
지역사회 돌봄 시설에서 함께 생활하는 노인들이 친교 시간을 갖고 있다.복지 모범 국가 스웨덴. ‘국민의 집(Folkhemmet)’이라는 이념을 바탕으로 ‘국가는 모든 국민을 위한 좋은 집이며 이 집(국가)에서는 누구도 소외되거나 뒤처지지 않으며 구성원 모두가 서로를 돌봐야 한다’는 책임의식을 공유한다. 사회민주주의를 앞세우면서도 국가경쟁력은 상위권이다. ‘지속가능발전 보고서(SDR)’ 세계 2위(2024년), ‘세계행복보고서(WHR)’ 4위(2024년), 삶의 질을 보여 주는 지표인 ‘인간개발지수(HDI)’ 5위(2023년)를 기록했다.
스웨덴 인구 1049만 명(2025년 기준) 중 노인(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19만 명(20.7%), 평균 기대수명은 83.6세, 노인 빈곤율은 15.8%다. 한국은 5169만 명 중 노인이 약 1051만 명(20.3%), 기대수명 84.5세로 스웨덴과 비슷하지만 노인 빈곤율은 39.8%로 스웨덴의 2.5배가 넘는다. 질병이나 노화로 인한 질환 없이 건강하게 생활하는 기간을 나타내는 ‘건강수명(HALE)’은 통계마다 차이가 있지만 스웨덴이 약 74세, 한국은 약 72세다. 스웨덴 노인이 한국 노인에 비해 1~2년 더 건강하게 살다가 생을 마감한다.
에델 개혁
19세기 스웨덴은 인구가 급증했으나 농업 중심 사회가 이를 부양하지 못했다. 1867~69년에는 대기근이 발생했다. 1850년부터 1930년까지 전체 인구 중 약 20%(약 150만 명)가 미국 등지로 이주했다.
이민 행렬은 스웨덴인들에게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 주지 못한 실패한 사회’라는 자기반성을 불렀다. 이에 1930년대 집권한 사회민주당은 ‘국민의 집’이라는 국가 목표를 제시하고, ‘보편적 복지’를 추진했다.
반세기가 지나자 새로운 문제가 나타났다. 복지 덕분에 국민 평균수명은 늘고 노인 인구도 증가했지만, 1990년대 초 경제위기를 겪으며 복지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부득이 기존 복지 체계를 개선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당시 의료는 광역자치단체인 ‘란스팅(Landstin)’, 요양·주거는 기초자치단체인 ‘코뮨(Kommun)’이 담당했다. 책임을 나누는 바람에 노인 한 명을 두고도 기관 간 협력이 원활치 않았다. 1992년 단행된 ‘에델 개혁’은 요양원을 포함한 모든 장기요양시설의 책임 주체를 란스팅에서 코뮨으로 이관했다. 개혁의 직접적인 동기는 장기요양시설 입주를 기다리며 급성기 병상을 장기간 차지하는 ‘사회적 입원(bed-blocker)’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는 이른바 ‘방치형 요양’이 스웨덴에서도 벌어졌다.
비효율적인 복지를 해소하기 위해 스웨덴은 이른바 ‘살던 곳에서 여생 보내기(Ageing in Place)’, 재가(在家) 요양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병원이나 시설 중심의 돌봄에서 벗어나 가능한 한 자기 집에 머물며 필요한 지원(빨래, 식사 등)을 받는 방식이었다. 덕분에 불필요한 입원이 줄었고 지역사회 중심의 저비용·고효율 돌봄 체계가 구축됐다.
290개 코뮨이 노인 돌봄 책임져
스웨덴은 공공 서비스 책임이 ▲중앙정부 ▲지역(레기온·Region, 광역시·도에 해당, 21개) ▲지방자치단체(코뮨, 290개)로 분담돼 있다. 노인 돌봄도 이 구조를 따른다.
국가 수준에서는 보건사회부가 사회서비스법과 같은 법률 제정으로 노인 돌봄 정책의 틀과 방향을 설정하고 상위 수준의 감독 역할을 수행한다. 법적 기반은 제공하지만 복지 운영의 세부 사항에는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
지역 수준에서는 주로 의료 서비스의 재정 조달과 제공을 책임진다. 의사 등이 제공하는 1~3차 의료 서비스에 해당한다.
지방자치단체 수준이 노인 돌봄 서비스 제공의 핵심 주체이다. 코뮨은 법적으로 담당 지역 노인의 사회 서비스, 재가 보건의료, 돌봄 요구를 충족시킬 의무가 있다. 이를 위해 높은 수준의 자율성을 보장받는다.
스웨덴의 노인 돌봄 시스템은 전적으로 조세 수입으로 운영된다. 이는 코뮨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재정적 기반이 된다. 전체 비용 중 85~90%는 코뮨이 징수하는 지방세로 충당한다. 중앙정부 교부금이 약 5%, 이용자 본인부담금은 4~6%다. 이는 사회보험 방식에 기반한 한국식과 대조적이다. 서비스 접근이 개인의 지급능력보다는 필요에 따라 결정되는 보편주의 원칙이 강하다.
스웨덴이 세금을 많이 징수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지방세는 32% 수준이다. 연소득 52만 3200크로나(약 7850만원)를 초과하면 초과분의 20%를 추가로 내야 한다. 국세를 추가로 내는 고소득자는 최고 세율이 약 56.4%까지 올라간다.
스웨덴 복지 급여는 가족이 아닌 개인을 단위로 한다. 이는 개인의 독립을 중시하기 때문인데 노인복지에도 적용된다. 스웨덴 노인들은 자녀나 친인척 등 의존적인 돌봄이 아닌 독립적이고 자립적인 생활을 목표로 한다.
스웨덴은 “스웨덴 노인복지 체계는 사람들이 독립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힌다.
노인 돌봄 받으려면 코뮨 평가 거쳐야
공적 재원으로 지원되는 노인 돌봄 서비스를 받으려면 코뮨의 평가를 거쳐야 한다. 돌봄 서비스를 신청하면 사회복지사 자격을 갖춘 공무원 격인 케어 매니저가 노인 돌봄의 필요성에 대해 평가한다. 이를 ‘욕구 심사’라고도 하는데, 이 과정은 개인의 필요에 초점을 맞추도록 설계됐으나 표준화된 평가 도구가 없다. 코뮨마다 심사 기준과 결과에 편차가 발생할 수 있다. 스톡홀름의 한 노인 돌봄 기관에 근무하는 안나 씨는 코뮨마다 사정이 다르다며 이렇게 말했다.
“재정이 넉넉한 지자체에서는 욕구 심사를 통과하는 게 수월합니다. 반면 그렇지 않은 지자체에서는 노인 돌봄에 필요한 평가를 통과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이는 사회적으로 문제이기도 합니다.”
신청자의 욕구 심사 결과에 따라 돌봄 지원 범위가 결정된다. 재가 지원 서비스는 목욕, 옷 입기 등 신체활동 지원과 쇼핑, 청소, 세탁 등 가사활동에 해당한다. 주택 지원 서비스는 노인이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주택 환경을 개선(개조)하거나 노인 거주 전용 주택을 제공한다. 이 외에 식사 배달 서비스, 교통 서비스, 전구 교체 등 가사 도움 서비스를 제공한다. 욕구 심사 결과 광범위한 지원이 필요할 경우 ‘특별 주거’를 제공하는데, 요양원에 입주할 자격이 주어진다.
돌봄 비용은 ‘비용 상한제(Maxtaxa)’가 적용된다. 이는 재가 돌봄 서비스, 주간활동 서비스 등을 이용할 때 개인이 지급하는 월별 부담액에 상한선을 두는 제도다. 2024년 기준 상한액은 약 2350크로나(약 30만원)다. 아무리 많은 돌봄 서비스를 받더라도 개인이 부담하는 비용은 이 상한액을 넘지 않는다. 실제 돌봄 비용에 대한 지급액은 이보다 더 낮을 수 있다. 개인소득에서 주거비와 생활을 위한 ‘보호금액’을 공제한 후 남는 금액을 기준으로 산정되기 때문이다. 소득(자산)이 낮은 노인은 돌봄 비용이 면제된다.
2021년 스웨덴 정부 통계에 따르면 재가 돌봄 직원들은 65세 이상이거나 기능 장애가 있는 이들 약 25만 5000명을 지원했다.
비영리 노인 돌봄 기관 블롬스터폰덴
한스(왼쪽)와 올레 씨가 운동을 하고 있다. 오른쪽 운동 기구는 균형감각을 기르는 데 도움을 준다.
요양원에 입주한 스웨덴 노인들은 어떻게 생활할까?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서 남동쪽으로 약 15km 떨어진 나츠카(Nacka)의 살트쇠스텐(SaltsjÖsten)을 가봤다. 이곳에는 블롬스터폰덴(Blomsterfonden)이 운영하는 요양원이 있다. 블롬스터폰덴은 1921년 설립된 비영리 노인복지단체로 ▲노인 임대주택(5곳) ▲요양원(4곳) ▲재가 방문 서비스 제공 ▲노인 활동 지원 등을 하고 있다. 2024년 매출은 약 3억 8400만 크로나(약 576억원)였다. 여기에는 노인 주택 임대료, 재가 돌봄, 요양원, 기금 모금 및 회비 수익이 포함된다. 직원 수는 약 500명이며 재가 돌봄 노인 2000명, 요양원 223명을 돌본다. 월 입주 비용은 6000~1만 2000크로나(약 90만~180만원)다. 이 중 본인 부담은 5% 수준이다.
기자가 방문한 곳은 재개발 구역에 새로 지은 5층짜리 24시간 돌봄 요양원이다. 입주 자격은 60세 이상(2026년부터 65세 이상)인데, 평균 입주 나이는 77세다. 주로 재가 요양을 한 뒤 다음 단계로 요양원 입주를 선택한다.
요양원은 주택, 유치원과 한 구역에 있다. 이는 주택-교육-돌봄을 결합해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함께 살고 성장하며 생활하는 동네를 조성하려는 목적으로 계획됐다. 블롬스터폰덴은 장기 임대 형식으로 입주했다. 시설 입원은 지난 4월부터 시작했고 지난 9월 3일 정식 개원했다. 건축 당시부터 부동산업자와 의견을 나누며 시설을 설계했다.
기자가 방문한 9월 19일 요양원에서는 노인 25명이 생활하고 있었다. 형태는 주방과 화장실이 딸린 1인 1실인데 최다 84명을 수용할 수 있다. 이 중 40실은 치매 환자를 위한 공간이다. 부부를 위해 투룸 형태인 공간도 있었다. 방 사이에 이동식 벽이 설치돼 있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했다.
개인별 맞춤운동
블롬스터폰덴 책임자 크리스텔 씨(왼쪽)와 살트쇠스텐 지역을 총괄하는 요나스 씨.
블롬스터폰덴에 근무하는 크리스텔 씨는 “치매 환자를 배려하기 위해 벽지 색상부터 디자인에 많은 신경을 썼다”고 했다. 바닥에는 동작 감지 센서가 설치돼 있었다. 넘어지면 요양보호사에게 경보가 전달된다. 천정에는 자동 리프트가 설치돼 있어 거동이 힘든 이들도 비교적 손쉽게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주방에는 금고도 있었는데, 이 금고에 약을 보관한다. 금고를 개방할 수 있는 이는 입주자 본인과 시설 관리자뿐이다.
5층으로 올라가니 한스(86)와 올레(92) 씨가 운동하고 있었다. 한스는 실내 자전거를, 올레는 판에 올라 게임을 하듯 균형을 유지하는 동작을 이어 갔다. 한스는 이곳에 오기 전까지 휠체어를 탔지만 매일 20분씩 실내 자전거를 타며 체력을 길렀고, 이제는 스스로 걸어다닌다.
간호사 경력 30년 차인 요양원 관리자 요나스 씨는 이렇게 말했다.
“과거에는 노인을 위한 운동이 걷기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지금은 근력과 균형감각의 중요성을 알게 됐죠. 입주자들은 개인별 맞춤 운동을 합니다. 각자 카드가 있는데, 이를 운동기구에 갖다 대면 알맞은 운동 강도가 설정됩니다.”
운동기구는 공기압을 이용해 운동 강도와 무게를 조절하는 형태였다. 무거운 금속을 갈아 끼우지 않아도 됐다.
운동을 마친 두 노인은 응접실로 이동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하루 2차례 프로그램이 열린다. 입주자들의 의견을 받아 내용을 짜는데 영화 시청부터 포도주 시음 등 다양하다. 프로그램 활동 교사인 제시카 씨는 “계속해서 새로운 자극을 주는 게 중요하다”며 “노인들이 어떤 활동을 할지는 입주자회의에서 결정한다. 노인들의 의견을 우선한다”고 했다.
“건물 아래에 있는 유치원과도 협력합니다. 세대를 통합하고 서로에게 멋진 협력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죠. 함께 그림을 그리기도 합니다. 10~20년 전 스웨덴의 노인 돌봄은 꽤 지루했고 별 내용이 없었습니다. 단순히 밥을 먹고 잠만 자는 게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의미 있는 삶을 계속 살아가기 위한 활동에 초점을 맞춥니다. 매일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야 할 이유와 의미가 있어야 합니다. 매 순간이 즐겁도록 해야 합니다.”
“스웨덴도 과거엔 한국처럼 병원식 운영”
제시카 씨는 한 달에 한 번은 소풍 가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동할 때는 ‘페르디옌스트(Färdtjänst)’를 이용한다. 질병이나 장애로 인해 대중교통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활용하는 공공 이동 지원 시스템이다. 대중교통 요금 수준으로 택시를 탈 수 있다.
요나스 씨가 한국의 노인 돌봄은 어떤 방식인지 물었다. “노인 관리가 쉽도록 병원식으로 관리한다”고 했더니 “과거 스웨덴도 병원식으로 운영됐으나 이제는 달라졌다”고 했다.
요양원은 층마다 6명의 요양보호사가 3교대로 근무하며 노인 21명을 돌보는 방식이었다. 24시간 돌봄인데, 야간에는 요양보호사가 주간보다는 줄어든다.
한스 씨와 올레 씨는 요양원 생활에 만족한다고 했다. 이들은 재가 돌봄 서비스를 받다가 자녀의 권유로 요양원에 입주했다.
블롬스터폰덴의 한 관계자는 “재가 돌봄의 질이 지자체마다 다르다. 지자체 예산 문제로 노인의 욕구를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스웨덴도 재가 돌봄을 맡을 직원을 채용하고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돌봄의 질과 연속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죠. 노인으로선 너무 많은 도우미를 만난다는 느낌을 받아 돌봄 직원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할 기회를 놓치기도 합니다.”
WHO ‘고령 친화 도시’
예테보리에 거주하는 라스 씨. 해군 장교 출신으로 3개월 뒤면 80세이다.
스톡홀름은 2015년부터 ‘고령 친화 도시(Age-Friendly City)’에 참여해 왔다. 2007년부터 세계보건기구(WHO)가 추진해 온 노인 친화 도시는 ‘활기찬 노년(Active Ageing)’을 핵심으로 하는데 8가지를 평가한다. ▲외부 공간 및 건물 ▲교통 ▲주거 ▲사회적 참여 ▲존중 및 사회 통합 ▲시민 참여 및 고용 ▲의사소통 및 정보 ▲지역사회 지원 및 보건 서비스다.
스톡홀름에 사는 안나(82) 씨는 거동이 불편함에도 전완 목발을 낀 채 밖을 돌아다닌다. 그는 “스톡홀름이 살기 좋은 도시”라고 말했다.
“대중교통이 잘돼 있어 어디든 쉽게 갈 수 있습니다. 버스는 차고(車高)가 낮아 쉽게 타고 내릴 수 있죠. 무엇보다 안전한 도시라고 생각해요.”
스톡홀름에는 노인학 분야에서 실용적인 연구와 개발을 진행하는 노인복지재단인 엘드레센트룸(Äldrecentrum)이 있다. 1986년 스톡홀름시와 시의회가 공동으로 설립했다. 엘드레센트룸이 2019년 스톡홀름 거주 65세 이상 노인 2500명에게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중 80% 이상이 스톡홀름이 살기 좋고, 거주하기 좋고, 나이 들어 살기 좋은 도시라고 생각했다. 당시 조사에 참여했던 엘드레센트룸의 라스 씨는 조사를 통해 노인들이 외로움을 느낀다고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노인의 사회적 고립을 예방하는 방안으로 자원봉사 활동 등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엘드레센트룸은 단순 설문에 그치지 않고 대규모 인구 기반 연구(SNAC-K)부터 지방자치단체의 계획 평가(Matlyftet), 치매, 임종 돌봄과 같은 특정 문제에 대한 심층적 조사를 수행한다. 이를 바탕으로 노인이 원하는 도시가 무엇인지 발굴하며 노인 친화 도시를 만들기 위한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다.
스웨덴의 자랑 NEAR
스웨덴에는 대규모 정보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치매 등 노년 질환·질병을 최전선에서 마주하며 대응하는 조직이 있다. 2018년 설립된 NEAR(National E-infrastructure for Aging Research)다. 카롤린스카 연구소, 예테보리대, 스톡홀름대 등 6개 대학·연구기관이 국가 차원으로 참여한다. 국가 차원에서 스웨덴 노화를 연구하는 통합 기반 조직인데 학문 간 경계를 허무는 학제(學際)적 연구가 특징이다. 연구실에서 밝혀낸 과학적 사실이 노년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실천한다.
NEAR는 15개의 대규모 인구 기반 코호트(집단) 연구 자료를 통합해 운영한다. 9만 명 이상의 고령자를 12년에서 최장 52년까지 추적한다. NEAR는 치매 연구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인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지난 20~35년간 스웨덴에서 치매 발병률이 감소하는 ‘출생 코호트 효과’를 규명했으며, 교육 향상, 심혈관질환 관리 개선 같은 공중보건 발전이 치매 감소의 주요 원인임을 밝혔다.
NEAR를 책임지는 카롤린스카 연구소 데보라 리주토 박사는 “새로운 기술, 정보, 학제적 접근을 통합해 노화에 대한 세계적 수준의 연구를 지속적으로 육성하겠다”며 “NEAR 연구자들은 노화와 이에 따른 질병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전 세계와 협력해 NEAR를 북유럽 노화 연구의 선도적인 인프라(기관)로 만들고자 한다”고 했다.
스웨덴 제2도시 예테보리. 스톡홀름에서 남서쪽으로 400km 떨어져 있다. 예테보리도 WHO가 선정한 노인 친화 도시다. 예테보리 거주 노인 일부가 자원봉사 형태로 ‘미래개발자(Framtidsutvecklare)’라는 명칭으로 정책 구상에 참여한다. 2019년 노인 170명이 지원했고 27명이 선발돼 활동했다. 이들 중 일부는 ‘고령 친화 도시 예테보리 2021-2024’ 실행계획 수립작업에 참여했다.
예테보리의 ‘미래개발자’
미래개발자들은 ‘이야기 벤치(Pratbänken)’를 어디에 설치해야 할지와 같은 기반시설 구축 등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 이는 실제 노인 인구의 필요와 욕구와 동떨어질 수 있는 하향식 정책 결정의 위험을 방지하는 안전장치 역할을 했다.
예테보리시는 WHO가 제시한 노인 친화 도시 8개 기준 중 6개 사항을 먼저 진행했는데, 여기에도 미래개발자들의 의견이 반영됐다. 대표적으로 이야기 벤치, ‘활동 친구(Aktivitetskompis)’ ‘지역사회 이야기’가 있다. 이야기 벤치는 노인들이 직접 선정한 장소에 약 20개의 특별히 디자인된 벤치를 설치하여 자연스러운 대화를 유도한다. 이를 통해 외로움을 해소하고 유대감을 갖도록 한다. 활동 친구는 노인들이 각종 활동에 참여하고 싶지만 혼자 가거나 야간 활동의 안전 문제 때문에 주저한다는 의견을 반영하여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지역사회 이야기는 노인들이 자기 삶을 이야기로 공유할 기회를 제공해 세대 간 이해를 높이고 연령 차별주의를 해소하는 데 기여한다.
예테보리에서 만난 또 다른 라스(79) 씨는 스톡홀름이 고향이다. 해군 장교 출신이다. 연금을 모아 스톡홀름에 산 집을 처분하고 2004년 예테보리로 이주했다. 55세부터 연금을 수령해 온 그는 아내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두 부부의 연금 수급액은 4만 크로나(약 600만원)다. 세금을 제하면 3만 크로나쯤 된다. 마지막 봉급의 60%를 연금으로 받는다. 라스 씨는 젊은 시절 세금을 너무 많이 내 불만이 있었는데 이제는 연금 수급 생활을 하니 아무 걱정이 없어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보통 65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는데, 수급 시점을 늦추면(70세) 더 많은 금액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저는 정부로부터 돌봄 서비스를 지원받지 않아요. 이미 충분한 연금을 받고 있기 때문이죠. 만약 돌봄 서비스나 가사 지원 서비스가 필요하면 제 돈을 내고 일주일이나 보름에 한 번씩 부릅니다. 스웨덴 노인이라고 모두 돌봄 혜택을 받는 건 아니에요. 병원에 가서 진료를 볼 땐 200크로나(약 3000원)를 냅니다.”
직접 운전하는 96세 안데르센 씨
예테보리에 거주하는 안데르센 씨. 올해 96세인 그는 여전히 운전을 한다.
기자가 이제껏 본 노인 중 가장 활동적인 인물을 예테보리에서 만났다. 주인공은 안데르센(96) 씨. 부인과 사별한 후 고양이와 함께 산다. 직접 운전도 하는데 이를 보곤 놀랐다.
안데르센 씨의 건강 비결은 정원 가꾸기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100년 전부터 아버지와 함께 살던 집이라고 했다. 1991년에는 스웨덴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으로 선정됐다. 건강한 덕분에 노인 돌봄 대신 연금만으로 생활하고 있다. 80세를 넘긴 덕분에 병원 진료비는 내지 않는다. 가사 도움이 필요할 때는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비용을 사비로 지급해야 한다. 1~2주에 한 번씩 도움을 받는다고 한다. 그는 매달 2만 4000크로나(약 360만원)를 연금으로 받는데, 수급액이 많지 않아 면세라고 했다. 그에게 건강 비결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무언가를 하세요(Do something).”
스웨덴에서 만난 현지인들은 노후에 대한 걱정이 상대적으로 적어 보였다. 연금 제도가 잘 구축돼 있고, 연금 혜택이 적은 노인은 다른 방식으로 노후를 이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 사람들은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경제활동인구가 점점 줄어들 텐데도 이에 대한 우려보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드러냈다. 국가의 복지를 신뢰하는 모습이었다.
스웨덴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린네대 정치학과 최연혁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스웨덴 식 복지는 엄청난 인적·경제적 자원을 필요로 하는 국가개혁 작업을 거쳐야 합니다. 한국은 준비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앞서가려는 것이 문제입니다. 한국은 빚으로 복지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웨덴은 1930년대에 시작해 1970년대까지 40년간 차분히 준비해 기초를 다져 놓은 상태에서 시작했습니다. 경제에 재투입될 수 있는 사회안전망과 교육복지 등으로 경제위기에 강한 국가를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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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엔 시설 입소, 이제 '살던 곳에서' 노후 보내기로 전환
[월간조선] 초고령화 시대, 노인도 살기 좋은 나라
입력 2025.10.26. 03:00업데이트 2025.10.29.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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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이거 참 어렵네.” “어떻게 하는 거야…”
한강의 기적을 만드는 데 일조했던 베이비붐 세대가 무인 주문 기계, 일명 키오스크(kiosk)를 마주하면 벌어지는 일이다. 디지털 기술 이용 방법에 익숙지 않아 겪는 불편함과 당황스러움에 발길을 돌린다.
1차 베이비붐 세대는 1955~1963년생, 2차 베이비붐 세대는 1964~1974년생을 통칭한다. 2023년을 기준으로 1차는 약 705만 명, 2차는 약 955만 명이다. 두 세대를 합하면 1700만 명인데 첫 1차 베이비붐 세대인 1955년생은 올해로 70세를 맞았다. 2차 베이비붐 세대는 지난해부터 법정 은퇴 나이(60세)에 들어섰다. 한국은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 중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화 사회’를 맞이했다. 2070년이면 전체 인구 3765만 명(약 46.4%) 중 노인이 1747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강의 기적’의 이면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세대’라는 찬사와 달리 한국 노인(65세 이상)은 다중의 위기에 처해 있다. 이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용어가 ▲노인 빈곤 ▲노인 자살 ▲만성질환 ▲사회적 고립 등이다.
한국의 노인이 겪는 상대적 빈곤율은 통계마다 차이가 있지만 40% 수준이다. OECD는 2020년 기준(2023년 발표) 한국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을 40.4%로 보고했다. 이는 OECD 평균(14.2%)보다 약 3배 높고, OECD 가입국(38개국) 중 최고 수준이다. 2023년 통계청에 따르면 노인의 가처분소득(개인 의사에 따라 쓸 수 있는 소득)을 기준으로 상대적 빈곤율은 38.2%였다.
상대적 빈곤율이란, 월평균 중위소득(1인 기준 약 200만원)의 절반에 이르는 소득을 받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홀어르신은 2020년 기준 상대적 빈곤율이 72%였다. 홀로 사는 노인 10명 중 7명은 100만원 미만으로 생계를 이어간다는 의미다.
2023년 한국 노인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40.6명이다. OECD 가입국 중 가장 많다. 하루 평균 10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80대 이상 노인 자살률은 10만 명당 60.6명이다. OECD 가입국의 노인 자살률은 20~28명 수준이다. OECD는 한국처럼 특정 연령대에 대한 비율은 공개하지 않는다.
2023년 통계청 지표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기대 수명(출생 시 기대 여명)은 83.5년(남성 약 80.6년, 여성 약 86.4년)이다. 반면 질병이나 노화로 인한 질환 없이 건강하게 생활하는 기간을 나타내는 ‘건강 수명’은 약 72세다. 〈2023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 중 만성질환을 1개 이상 앓고 있는 비율은 84%, 2개 이상은 약 55%, 3개 이상은 36%였다. 건강한 노인은 14%였다.

사회적 관계도 단절돼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홀어르신 중 32.6%는 대화할 상대가 전혀 없다고 답했다, 40.7%는 위기 상황에 도움을 청할 곳이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노인이 겪는 어려움을 ▲‘압축적 근대화’의 부작용 ▲국가적(연금·복지 등)·개인적 차원(자산 등)의 준비 부족 ▲사회 문화의 변화 ▲부동산 중심의 자산 등 여러 원인이 얽혀 있다고 분석한다.
1988년 도입돼 1999년 전 국민으로 확대된 국민연금 제도는 현재 노인 세대가 은퇴 소득을 축적할 시간을 주지 못했다. 1997년 IMF 외환위기는 당시 중장년층이었던 지금의 노인 세대의 소득 기반과 민간 저축을 붕괴시키는 계기가 됐다. 또 대가족 중심이었던 가족 부양 체계가 핵가족화로 해체됐으나 이를 대체할 공적 안전망은 미성숙했다.
부동산 보유 빈곤층

노인들의 만남의 광장 역할을 하는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노인들은 모여 앉아 장기나 바둑을 두며 시간을 보낸다. 사진=뉴시스
부동산 편중은 ‘자산 보유 빈곤층’이라는 역설적인 상황을 낳았다. 60세 이상 가구주의 평균 순자산은 4억8630만원, 39세 이하의 순자산은 2억3678만원이었다(2024 통계청). 노인이 보유한 자산이 2.1배 많았지만, 집을 처분하지 않고는 현금화가 어렵다.
현재 국민연금의 명목 소득대체율 40%는 40년 가입을 전제로 한 수치다. 현재 노인 세대에게 40년 가입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2023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의 월평균 연금 수급액은 약 60만원으로 1인 가구 최저생계비(약 125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연금 수급자 중 절반 이상은 월 25만~50만원 사이의 금액을 받고 있다.
한국은 고령 사회(전체 인구 중 노인이 15% 이상)에서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데 7년(영국 50년, 미국 15년)이 걸렸다. 이 때문에 법과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를 할 시간이 부족했다. 초고령 사회는 인구 구조 변화를 불러 생산연령 인구(15~64세)의 부양 부담으로 이어진다.
나이가 들수록 돌봄 수요는 증가한다. 문제는 돌봄에는 비용이 따른다는 점이다. 경제적 여력이 있어 노후를 안정적으로 대비해 온 이들에겐 돌봄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노후 대비가 부족한 이들은 공적 돌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세대 간 디지털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앞서 소개한 무인 주문 기계는 한 사례에 불과하다. 컴퓨터와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노인 세대 간의 정보 격차는 사회적·경제적 격차로 이어진다. 디지털 기기 이용에 익숙한 이들은 손쉽게 ‘민생 지원금’을 신청하고 카드로 간편 결제를 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세대는 직접 동사무소를 방문해야만 했다. 노년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과 비교할 때 약 70%에 그친다(▲2019년 64.3% ▲2021년 69.1% ▲2023년 70.7%).
과거 대가족 중심으로 가족 단위에서 이뤄졌던 돌봄은 점차 공공 영역으로 이동했다. 노인 돌봄은 개인이나 가족 차원의 책임을 넘어 국가 차원의 지원 체계로 넘어가고 있다. 동시에 노인을 대상으로 한 민간 실버산업도 성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초고령 사회를 맞아 공공과 민간을 아우르는 전방위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살던 곳에서 노후 보내기

어버이날을 맞아 요양병원에 입원한 어머니에게 카네이션을 전달하는 딸. 사진=뉴시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3월 ‘어르신 1000만 시대,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을 살펴보면 ‘집으로 찾아오는 의료·요양’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살던 곳에서 노후 보내기(Aging In Place·AIP)’, 재가 돌봄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재명 정부도 통합 돌봄 체계를 구축해 AIP를 위한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노인들을 시설(요양원·요양병원 등)에 입소시킨 후 수동적으로 ‘방치’하는 돌봄에서 노인 개인이 주체가 되는 삶을 살도록 여건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부산대 생활과학연구소 오지영 연구교수는 “누구나 익숙한 동네에서 익숙한 사람들 사이에서 노후를 맞이하고 싶어 한다. AIP는 익숙한 곳에서 노후를 보낸다는 개념을 넘어 어르신들의 삶의 만족도, 자존감, 독립감, 정신적 안정감, 유대감과 깊이 연결된다”며 “시설에서 노후를 보내는 것보다 훨씬 정서적으로 건강한 상태에서 사회적으로 고립이 되지 않고 커뮤니티의 일원으로서 자긍심 있는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한다”고 했다.
AIP를 뒷받침하기 위해선 재가 노인 복지 서비스(방문 요양)의 질이 높아야 한다. 재가 노인 복지 서비스를 이용하는 노인은 2019년 5만3831명에서 2023년 12만5048명으로 늘었다. 재가노인복지시설(방문 요양업체)은 같은 기간 4821개소에서 1만5896개소로 약 3.3배 늘었다.
한국의 고령 친화 도시
세계보건기구(WHO)는 2007년부터 ‘고령 친화 도시(Age-Friendly City)’를 제시해 왔다. 핵심 개념은 ‘활기찬 노년(Active Ageing)’이며, ▲외부 공간 및 건물 ▲교통 ▲주거 ▲사회적 참여 ▲존중 및 사회 통합 ▲시민 참여 및 고용 ▲의사소통 및 정보 ▲지역사회 지원 및 보건 서비스 등 8가지를 평가한다.
한국에선 서울특별시(2013년)를 시작으로 부산광역시, 수원시, 정읍시, 제주특별자치도 등이 참여했다.
서울시는 ‘건강하고 활기찬 100세 도시’를 목표로 ‘9988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주요 내용으로는 ‘서울형 돌봄 시설’을 확충해 의료·요양·주거·식사·정서 등 5개 영역에 대한 24시간 상시 돌봄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다. 노인을 위한 맞춤형 주택 2만3000호도 민관 협력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3세대 분리형’은 자녀·손자와 물리적 공간은 분리하되 가족 간 유대는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
2016년부터 고령 친화 도시를 조성해 온 부산시는 초고령 사회에 대비해 지역사회 차원에서 노인과 모든 세대가 함께 지낼 수 있는 대안을 찾고자 동(洞)별 특화 마을을 조성하고 있다.
고령화라는 추세에 따라 첨단 기술을 노인 돌봄에 적용하는 고령 친화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 외국에서는 실버경제(silver economy)라고도 한다. 국내 고령 친화 산업 규모는 2020년 72조원에서 2030년에는 168조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2022). 브루킹스 연구소는 2030년에 이르면 65세 이상 노인이 주요 소비층이 된다고 분석했다.
네이버 클로바 케어콜, 일본 진출

쪽방촌의 모습. 폭염 속에서 선풍기와 부채만으로 여름을 보낸다. 사진=뉴시스
한국에선 네이버가 첨단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음성 인식 AI를 활용한 ‘클로바 케어콜(CLOVA Care Call)’을 통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AI가 홀어르신에게 주기적으로 안부 전화를 걸어 대화를 나누는 서비스다. 몇몇 지자체에서 이를 도입해 사회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 시장에도 진출했다.
글로벌 실버산업 선도국인 일본은 센서, 로봇 등 물리적 돌봄(Physical Care) 시스템이 고도로 발달했지만, 고령화로 인한 외로움, 사회적 고립과 같은 정서적 문제에 대응할 확장 가능한 수단이 부족했다. 네이버는 클로바 케어콜을 일본 시마네현 이즈모시에 수출했다. 이 서비스의 핵심 기술은 네이버의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를 기반으로 한 대화형 AI로, 과거의 대화 내용을 기억하고 맥락을 이해, 자연스럽고 공감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다. 클로바 케어콜은 고령자에게 실질적인 정서적 유대감을 제공함으로써 일본의 하드웨어 중심 접근 방식이 채우지 못했던 공백을 성공적으로 메웠다. 현지 고령자와 지자체 담당자 모두로부터 높은 만족도를 얻었으며, 서비스 지역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미래가 기대되는 고령 친화 기술로는 돌봄 로봇이 있다. AIP를 위해선 꼭 필요한 부문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일상을 유지하는 활동이 어려운 이들에게 신체적·정신적 도움을 제공하는 기기다. 노인의 이승(移乘)과 배설 보조 등을 지원한다. 정부는 제3차 장기 요양 기본 계획에 따라 돌봄 로봇 9종 개발에 270억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2024년에는 ‘고령 친화 산업 육성 사업’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한국의 고령 친화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와 AI·소프트웨어 역량이라는 강점과 불안정한 정부 정책, 하드웨어·제조업 경쟁력 부족, 내수 시장 부족이라는 약점을 동시에 갖고 있다.

고령화로 인한 사회문제에는 치매가 있다. 치매는 개인은 물론 가족, 공동체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가정 차원에서는 치매를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 2022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 중 추정 치매 유병률은 10.3%(약 84만 명)였다. 2025년에는 15.9%(약 302만 명)로 증가할 전망이다.
정부는 2011년 ‘치매관리법’을 제정했다. 2017년 ‘치매 국가책임제 추진 계획’을 발표했고 전국 256개 시·군·구 보건소에 치매안심센터를 설치·운영해 치매 조기 검진과 1:1 사례 관리를 제공해 왔다. 치매안심센터의 2021년 서비스 누적 건수는 치매 조기 선별 검사 약 607만 건, 맞춤형 사례 관리 약 13만 명이었다.
老老케어
노인 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한 노인이 채용공고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노인들이 한데 모여 외로움을 달래고 유대를 쌓을 수 있는 노인여가복지시설은 증가세다. 노인여가복지시설에는 노인복지관, 경로당, 노인 교실 등이 있다. 2019년 6만8413개소에서 2023년에는 7만455개소로 늘었다. 노인복지관에서는 평생교육 지원, 취미·여가 지원, 건강생활 지원 등을 돕는다.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선 경제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정부는 노인 일자리 사업을 통해 노인이 활기차고 건강한 노후 생활을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노인 고용률은 2019년 32.9%에서 2023년 37.3%로 늘었다. 하지만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노인은 전체의 6.7%이며 아예 신청한 적도 없는 노인은 83.8%였다.
노인 일자리 사업 중 주목받는 사업은 ‘노노케어(老老-Care)’다. 홀어르신, 조손가정 노인, 경증 치매 노인 등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돌봄 취약 노인의 가정을 방문해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사업은 지역사회 노인 간의 ‘느슨한 유대’를 만드는 게 목적이다. 2022년 기준 돌봄 제공 노인 6만2000명, 돌봄 수급 노인 9만 명이 참여했다. 돌봄 제공 노인 중 80% 이상이 여성이며 평균 연령은 75.9세였다. 80세 이상 노인 비중도 2021년에는 31.7%였다.
12개월 동안 활동하는데 월 30시간 이상 근무해야 한다. 급여는 1인 월 27만원이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설문 조사에 따르면, 향후 계속해서 이용을 희망하는 비율이 ‘노노케어’ 참여자, 수혜자 모두 90% 이상이었다.
문제는 위와 같은 공공 노인 일자리 사업이 ‘용돈벌이’ 수준에 그친다는 점이다. 이인실 전 통계청장은 “베이비붐 세대의 교육 및 소득 수준이 과거에 비해 크게 향상됐기에 (공공이 제공하는 수준의 일자리는) 이들의 수준과 맞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베이비붐 세대는 주요 직장에서 평균 52.8세에 은퇴하지만, 희망 근로 나이는 73.3세로 20년 이상 격차가 나고 대부분은 평생 축적해 온 인적 자본을 활용하는 직무와는 거리가 먼, 저임금 단기 일자리에 종사하게 된다”고 했다.
노인 근로자의 34.6%는 단순노무직, 23.3%는 농림어업에 종사했다. 관리자·전문가는 5.8%에 불과하며 노인 소득은 40대 근로자의 절반 수준이었다.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해야

요양병원의 모습. 사진=조선DB
모두가 살던 곳에서 노년까지 마칠 순 없다. 누군가는 요양원·요양병원에서 생을 마감해야 한다. 이러한 시설에서 노인들과 가장 가까이서 함께하는 이들이 요양보호사다. 복지 전문가들은 요양보호사에 대한 처우가 개선돼야 노인들이 행복한 마무리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요양보호사가 받는 대우는 최저임금 수준에 그친다. 이 때문에 젊은 사람들은 일하기를 꺼린다. 요양보호사의 평균 연령은 62세다.
이들은 고된 일과 함께 일부 환자에게는 폭언도 들어야 한다. 육체 노동과 감정 노동을 함께 해야 하는 직업이다. 문제는 요양보호사에 대한 열악한 처우로 공급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초고령화 시대를 맞아 요양보호사 구인난까지 벌어질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요양보호사에 대한 전문화 강화와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
이원필 건강돌봄시민행동 운영위원장은 “원활한 돌봄 인력 수급을 위해 장기 요양 인건비를 개혁해야 한다. 다양한 나이가 돌봄 제공 인력으로 유입되도록 수가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돌봄 인력난을 완화하기 위해 일부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를 활용하자는 주장도 하고 있으나 최저임금 적용 문제 등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하는 문제가 있다.
박창제 경북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노인 빈곤 방지를 위해 노후 소득 보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초연금 급여 수준을 조정해 국민연금 급여가 노후 소득의 적정 수준을 보장할 때까지 기초연금 급여액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후 적정 생활비 350만원
폭염 속에서 노인들이 무료 급식을 받기 위해 줄 서 있다. 사진=뉴시스지난 9월 28일 KB금융그룹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이 생각하는 노후 적정 생활비는 월 350만원, 최소 생활비는 월 248만원이다.
1955년생인 정인용(남)씨는 서울에 거주한다. 15년 전 2억원을 대출받아 강북에 아파트를 샀는데, 지금은 8억원이 됐다. 그는 서울에서 시내버스 기사로 20년간 일했다. 매달 국민연금을 10여만원씩 10년 가까이 냈다. 여기에 일시금으로 3년 치를 추가로 내 지금은 24만원가량 국민연금을 받는다고 했다. 첫 연금을 수급할 땐 19만원이었다고 한다. 국민연금을 받은 지 10년이 넘었고, 국민연금에 자부담으로 낸 돈 이상을 받았다고 한다. 여기에 노령연금 약 30만원을 받는다. 이 둘을 합하면 50만원쯤 되는데 용돈이라고 생각한다. 정씨는 보습학원 통학 차량을 운전하며 약 150만원을 받는다.
“연금만으로는 생계를 꾸리기 힘들죠. 소일거리라도 하니 먹고는 삽니다. 주변에선 ‘서울에 아파트가 있으니 노후 준비는 끝났겠다’고들 말합니다. 아파트 빼곤 가진 게 없습니다. 건강도 크게 나쁘지 않아 아직까진 걱정이 없는데 앞으로가 문제죠. 지금 받는 연금 수준으론 어림도 없으니까요.”
초고령화 시대를 맞아 노인만을 위한 연금 제도를 마련할 수도 없다. 미래 세대가 짊어져야 할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젊은 층에서는 “어차피 우리 세대는 국민연금을 받지 못한다. 받지도 못할 돈인데 내고 싶지 않다”는 의견이 다수다. 젊은 층에 노인 세대에 대한 과도한 부양 의무를 강요하는 풍토는 노인 세대에 대한 반감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노인에 대한 혐오 표현이 대표적이다.
연령주의 극복해야
이를 예방하기 위해 노인 혐오와 연령주의, 세대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 충남대 김주현 교수는 ‘노인네’ ‘틀딱’ ‘꼰대’와 같은 용어는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고 노인 차별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연령주의를 극복하고 노인이 사회에 통합되기 위해서는 사회 연대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고 했다.
노인만 살기 좋은 나라가 아닌 젊은이도 살기 좋은 나라가 되기 위해 전문가들은 연금개혁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이와 연계해 정년 연장 등 세대 간 이해관계가 얽힌 복잡한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근본적인 해결을 외면하고 땜질 처방만을 하다간 노인과 젊은이 모두가 살기 어려운 사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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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노인 70% 만족… 요양원 없는 노년의 비결
초고령화 시대, 노인도 살기 좋은 나라 ③ 프랑스
"진정한 복지는 세대 간 연대와 사회적 유대 회복에서 출발"
입력 2025.11.01. 03:00업데이트 2025.11.0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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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3줄 요약프랑스는 2003년 이후 복지 철학을 '자립과 연대의 조화'로 재정립했다.
병원 입원 대비 30~40% 비용 절감 효과가 있는 '가정 입원(HAD)'을 법적 입원 진료로 확대했다.
'세대 간 동거' 등 연대적 모델을 통해 노인의 고립・청년의 주거난 완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우리나라는 2024년 12월 23일 기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서며 초고령 사회에 공식 진입했다. 불과 2017년 고령 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 14% 이상)에 진입한 지 7년 만이다. 19세기부터 고령화 사회를 맞아 노인 문제를 오랜 기간 고민했던 프랑스가 고령 사회에서 초고령 사회가 되는 데 41년,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로 꼽히던 일본은 12년이 걸렸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제연합(UN)의 ‘2024 세계인구전망’ 예상치를 종합하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비율은 2040년에 33.9%로 높아져 일본의 34.8%와 사실상 같아질 전망이다. 2045년 무렵에는 38%를 넘어서며 일본(36%)을 추월할 가능성이 크다. 출산율 급등과 같은 변수가 없다면, 2050년 43.3%, 2060년 45.2%, 2070년 46.4%로 치솟는다. 경제활동 세대 1명이 노인 1명 이상을 떠받치는 사회가 되는 셈이다.

국제연합(UN)에 따르면, 출산율 급등과 같은 변수가 없을 경우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50년 43.3%, 2060년 45.2%, 2070년 46.4%로 치솟을 전망이다. 사진=유엔
참사 이후 ‘보호’에서 ‘연대’로
한국의 초고령화는 이미 경제·사회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 생산연령 인구는 매년 30만 명씩 줄고, 국민연금은 2055년에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 복지 지출은 급증하지만, 노인 빈곤율은 여전히 40%를 넘는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다양한 ‘노인 지원 정책’을 쏟아내고 있으나, 철학이나 방향은 보이지 않는다. 제도는 늘어나는데 ‘노인을 어떤 존재로 보고, 어떤 사회적 위치를 부여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도 없다.
프랑스 역시 과거에는 노인 문제를 우리와 비슷한 시각으로 봤다. 노인은 가족이나 국가가 돌봐야 할 부양의 대상일 뿐이었지만, 2003년 기록적인 폭염 당시 사회와 고립된 노인과 취약 계층 1만5000명 이상이 사망하자 ‘노인 복지’에 관한 철학을 재정립했다. 전 사회가 ‘보호’의 틀만으로는 고립된 노인을 지킬 수 없다고 자각하고 ‘자립과 연대의 조화’라는 새로운 관점으로 다가섰다. 이후 프랑스 정부는 돌봄의 책임을 개인과 가족에서 사회 전체로 옮겼다. 2004년 제정된 ‘국가연대의 날’에는 근로자가 하루 무급으로 일하고, 사용자는 연간 임금총액의 0.3%를 노동·보건·연대부 산하 국가자립연대기금(CNSA)에 적립한다. 이 재원은 노인과 장애인의 돌봄·자립에 쓰인다.
2015년에는 ‘고령화 사회에 대한 사회 적응법’을 제정해 자립과 사회 참여를 지원했고, 2020년에는 사회보장 제도 내에 ‘제5부문(자립)’을 신설해 의존(요양)을 질병·노령과 같은 사회적 위험으로 인정, 그 부담을 세대가 함께 지는 구조를 제도화했다.
프랑스 ‘가정 입원(HAD)’의 혁신
‘가정 입원(HAD)’은 ‘자립과 연대’의 관점에서 자주 언급되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노인 복지 제도 중 하나다. 1957년 파리에서 병상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됐다가, 1990년대 이후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제도적으로 확산됐다. 장기 입원이 불필요하거나, 병원 생활이 노인에게 심리적 부담이 되는 경우, 의료진이 직접 가정을 찾아가 병원 수준의 의료를 제공한다.
가정 입원은 단순 방문 진료가 아니라 법적으로 입원진료로 분류된다. 항암제 투여, 정맥주사, 산소치료, 완화 의료 등 병원 수준의 진료가 가정에서 이뤄진다. 의사·간호사·물리치료사·사회복지사·약사 등이 팀을 구성해 매일 또는 격일로 방문한다. 이 중 간호사는 하루 한 번 이상 환자를 돌본다. 환자의 상태는 원격 모니터링으로 상시 관찰되고, 악화 시 즉시 병원으로 이송된다.
노동·보건·연대부가 인증한 기관만 운영할 수 있으며, 건강보험 체계 안에서 관리된다. 프랑스 보건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가정 입원은 병원 입원보다 그 비용이 평균 30~40% 저렴하다. 환자는 익숙한 환경에서 치료받으며 심리적 안정감을 얻고, 국가는 의료 재정 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프랑스의 의료비는 GDP의 약 12%로 OECD 평균(9%)보다 높다. 이 중 입원 진료비가 40% 이상을 차지하며, 건강보험이 병원 입원비의 80%, 가정 입원비의 90~100%를 부담한다. 나머지는 민간보조보험이 보전하며, 국민의 95%가 이에 가입해 있다. 국민 대부분이 의료비 전액을 돌려받는 구조여서 실질적인 본인 부담은 거의 없다. 이런 구조 덕분에 개인의 의료 접근성은 높지만, 의료비 지출이 커질수록 건강보험의 재정 압박이 심화됐다. 공공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면 비용을 줄이면서 의료 서비스의 질을 유지할 구조가 필요했다. 이런 배경에서 프랑스는 가정 입원을 제도적으로 확대했다. 프랑스 회계검사원(헌법상 독립된 감사기구)은 2021년 보고서에서 “가정 입원이 병원 입원과 동등한 수준의 치료 강도와 안전성을 보장하면서도 의료비 통제와 입원 기간 단축에 기여한다”고 평가했다.
‘비용 절감’과 ‘삶의 질’ 개선
현재 프랑스의 가정 입원 환자는 약 22만 명(2023년 기준)이다. 이 중 1/3이 75세 이상이다.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원(INSERM) 조사에 따르면 가정 입원을 택한 노인의 70%가 “병원보다 만족도가 높다”고 답했고, 가족의 80%는 “돌봄 부담이 줄었다”고 응답했다. 가정 입원 환자의 재입원율도 일반 입원 환자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는 단순한 비용 절감 효과를 넘어 삶의 질 개선과 가족 부담 완화라는 사회적 성과를 보여준다. 다음은 이와 관련한 엘리자베트 위베르 프랑스 가정입원기관연맹(FNEHAD) 회장의 평가다. 그는 의사 출신으로 1995년 프랑스 보건보험부 장관을 지냈고, 2008년 프랑스 최초로 민간 가정 입원 서비스 제공업체를 설립한 인물이다.
“프랑스 국민 69%는 우리의 보건의료 시스템이 점점 더 외래 중심으로 변화하고 가정은 치료의 주요 장소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80% 이상은 중대한 치료라도 집에서 받을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의사들 역시 이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87%가 환자들이 자택에서 치료받고 싶다는 의사를 자주 또는 매우 자주 표현한다고 말했습니다.”
‘환자의 삶’을 중심에 두는 의료
전 프랑스 보건보험부 장관이자 현 프랑스가정입원기관연맹(FNEHAD) 회장인 엘리자베트 위베르는 “생명공학, 인터넷, 원격 의료가 존재하지도 않던 50년 전의 체계로 21세기를 살아간다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라며 가정 입원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진=FNEHAD프랑스 정부는 현재 전체 입원 환자의 약 4% 수준인 가정 입원 환자를 2030년까지 10%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는 여전히 병원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다. 인구 대비 병상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지만, 입원 기간이 길고 대형병원 쏠림이 심화돼 있다. 정부는 2022년부터 가정 의료 시범사업을 시작했으나, 방문 횟수와 진료 범위가 제한적이며 법적 지위도 입원이 아니라 방문 진료다.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는 2022년 7월부터 가정 내 의료 서비스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운영되며, 2025년 하반기 기준 전국 195개 장기 요양 가정 의료센터가 지정돼 있다. 각 센터는 의사 또는 한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3인 이상이 팀을 이루고, 의사는 월 1회 이상, 간호사는 월 2회 이상 환자를 방문한다. 다만 의료행위의 범위와 강도는 프랑스 가정 입원에 비하면 제한적이다.
한국이 배워야 할 점은 명확하다. 행정 규제 당국이나 의사 집단의 이해가 아니라 환자의 실제 필요와 삶의 질을 중심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병원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지역사회 안에서 돌봄이 이어지는 ‘생활 속 의료’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즉 의료와 복지를 통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 등 다양한 전문 인력이 팀 단위로 협력하고, 법적·재정적 뒷받침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원격 진료도 마찬가지다. 환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의료진이 협동 진료할 수 있는 체계가 없다면 가정 입원은 불가능하다. 프랑스는 이미 2010년부터 원격 진료를 제도화해 진단·자문·관찰·응급 대응까지 보험체계 안에 통합했다. 현재 우리 원격 진료 논의는 ‘의료 민영화 논쟁’에 갇혀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위베르 회장은 “생명공학, 인터넷, 원격 의료가 존재하지도 않던 50년 전의 체계로 21세기를 살아간다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라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효과가 입증된 해결책들은 이미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거나, 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치료, 기술, 조직의 혁신 덕분에 오늘날 병원 안에서만 가능한 치료가 내일은 가정에서도 가능해질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이 변화의 과업을 완수할 모든 수단이 이미 주어져 있습니다. 이제는 의료 행위의 질 향상, 의료 접근성 확대, 시스템 효율성 제고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노년의 자립 지원하는 ‘자율형 주거’

마크롱 정부의 지출 삭감 시도 이후 온라인에서 확산된 ‘모두 멈춰라(Bloquons tout)’ 운동은 9월 10일부터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와 총파업으로 번졌다. 사진=뉴시스
프랑스의 자율형 주거는 노인이 자택에서 가능한 한 오랫동안 독립적인 생활을 이어가도록 돕는 제도다. 프랑스 노인의 80% 이상이 자택에서 살지만 절반가량은 1970년 이전에 지어진 노후 주택에 머물고 있다. 좁은 복도나 가파른 계단 같은 물리적 제약은 신체 기능이 저하된 노인의 외출과 사회적 교류를 막아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프랑스 정부는 주택청을 통해 욕실 개조·보수나 경사로 설치 등 개조 비용의 최대 70%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노인의 안전과 사회적 관계를 함께 보장하기는 어렵다. 이에 정부는 자택의 독립성과 시설의 지원 기능을 결합한 ‘자율형 주거’ 모델을 확대하며, 노인이 익숙한 생활 공간에서 돌봄과 사회적 연대를 동시에 누릴 수 있도록 했다.
이 결과, 현재 프랑스 전역에는 약 2300곳의 자율형 주거 시설이 들어섰다. 여기에 거주하는 노인은 약 12만 명에 이른다. 프랑스 국가자립연대기금에 따르면 해당 시설 입소 요건은 ‘GIR 4~6등급’이다. 실제로 입주자 중 75%는 대체로 일상생활이 가능한 경도 의존 단계(GIR 5~6)에 해당한다. 이는 한국의 장기 요양 등급 3~5등급(신체 기능은 양호하나 인지 저하)과 인지 지원 등급 수준이다. 참고로, 장기 요양 등급의 주요 특징은 ▲3등급-보행·식사는 가능하나 일부 활동 지원 필요 ▲4등급-목욕·옷 갈아입기 등에서 간헐적 도움 필요 ▲5등급-일상감독·지도 필요 ▲인지 지원 등급-신체 독립 기능은 가능하나 인지 기능 저하로 감독 필요 등이다.
프랑스 노인 자율형 주거 시설 중 2/3은 공공, 나머지는 민간이 운영한다. 입주자는 각각의 공간에서 독립된 생활을 하면서 의료 연계 서비스를 받거나 사회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식사, 청소 같은 부가 서비스는 선택 사항이다. 시설 형태는 아파트와 비슷하지만 사회복지사와 간호 인력이 곁에서 생활 전반을 관리한다. 단, 요양 시설(EHPAD)처럼 24시간 간호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중·경도 의존 노인을 위한 ‘돌봄의 재구성’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정부는 2026년 예산에서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공공 지출 삭감과 일부 복지 조정 계획을 추진했다. 사진=뉴시스
프랑스의 노인형 자율 주거 시설의 이용료는 월평균 2200유로(10월 10일 기준 1유로=1667원)다. 주거비와 식사·세탁·청소·사회활동·관리비가 모두 포함된 총액이다.
자율지원수당과 주택보조금, 저소득 노인보조연금 등을 받으면 실 부담액은 1000~1300유로 수준으로 낮아진다. 요양 시설의 평균 이용료가 2900~3000유로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자율형 주거는 요양 시설보다 30~40% 저렴하면서도 자율적으로 생활할 수 있다.
프랑스 사회문제감사원(정부 산하 감사기구)에 따르면 자율형 주거 입주 노인의 병원 입원율은 일반 노인보다 17% 낮다. 고립감 지수는 이전보다 평균적으로 30% 줄었다. 프랑스 정부는 이를 통해 의료비 절감과 복지 재정의 효율화를 달성했다고 본다. 프랑스 시니어·요양 산업 포털 ‘플레니타’는 9월 23일 자 〈자율복지 분야에서 재택 전환은 더는 선택이 아닌 필수〉란 기사에서 “요양 시설 지출은 191억 유로, 재택 돌봄 지출은 93억 유로”라는 통계를 인용하면서 병원 중심 돌봄이 재정적으로 비효율적이라고 전했다. 이어서 “현재 GIR 3~4등급 노인 22만 명이 요양 시설에 거주하고 있지만, 이들은 충분히 자택 돌봄이 가능한 사람들”이라며 “이들을 가정에서 돌보면 매년 20억 유로를 절감할 수 있고, 이는 다수 노인의 ‘집에서 늙어가기’라는 희망에도 들어맞는다”고 강조했다.
이 역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24년 장기 요양 보험 지출은 약 15조원 중 시설급여가 5조5041억원(37.3%)을 차지한다. 문제는 현재 국내 요양 시설에 입소한 노인 중 상당수가 중증 요양이 필요한 1~2등급이 아니라는 점이다. 신체 기능이 비교적 양호한 3~5등급 및 인지 지원 등급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체 장기 요양 인정자 116만5000명 가운데 87%가 이들 중·경도 의존층이다. 요양 시설 입소자 약 46만 명 중 최소 2/3이 이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스스로 기본적인 생활은 가능해 일정 부분의 돌봄만 필요하기 때문에, 프랑스의 ‘자율형 노인 주거’ 형태의 서비스로 전환이 가능한 집단으로 평가된다. 프랑스처럼 중·경도 의존 노인이 요양 시설이 아닌 자율형 주거에서 생활한다면, 단순히 시설 과밀을 완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노년의 독립성과 존엄을 지키는 새로운 돌봄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비중 미미하지만 유의미한 ‘세대 간 동거’

노년 여성 마르틴과 대학생 벤자맹은 그룹 SOS 시니어의 세대 간 동거 프로그램에 참여해 5년째 함께 거주하고 있다. 사진=그룹 SOS
프랑스의 또 다른 노인 복지 모델은 ‘세대 간 동거’다. 자녀가 아닌 젊은 세대와 노인이 한집에 거주하며 서로 필요를 채워주는 ‘함께 사는 돌봄’ 형태다. 노인은 저렴한 임대료로 안정적인 주거를 지원하고, 청년은 합리적 비용으로 공간을 얻는 대신 말벗·생활 보조 등 일상적 교류를 제공한다.
이 제도는 60세 이상 고령자가 자신의 집 일부를 30세 미만 청년에게 저렴하게 빌려주는 구조다. 단순한 하숙이 아니라 세대 간 유대와 사회적 연대를 회복하기 위한 공적 실험에 가깝다. 2018년 ‘주거·도시 개발 및 디지털전환법(엘랑법)’은 이를 일반 임대차가 아닌 ‘연대적 공동 거주’로 규정해, 집주인과 세입자가 아닌 ‘함께 사는 이웃’으로 법적 지위를 명확히 했다. 공공·비영리 단체가 중개하며 ‘공동생활 헌장’을 마련해 운영한다. 청년의 도움은 정서적 동행과 가벼운 생활 지원 수준에 한정된다.
세대 간 동거는 2004년 비영리단체 ‘르 파리 솔리데르’가 노인의 고립과 청년 주거난을 완화하기 위해 처음 도입했다. 현재는 프랑스 최대 사회적 경제 조직인 그룹 SOS 산하 프로그램 ‘라 코합(La Cohab)’으로 운영된다. 그룹 SOS는 1984년 설립돼 2만2000여 명이 복지·의료·교육 등 사회 혁신 분야에서 일하는 연 예산 10억 유로 규모의 비영리 네트워크다. 르 파리 솔리데르의 설립 배경과 세대 간 동거 추진 이유에 대해, 그룹 SOS 시니어의 세대 간 동거 프로그램 총괄 마르탱 라크루아 씨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르 파리 솔리데르는 2004년에 탄생했습니다. 이 무렵 프랑스 사회는 2003년 폭염을 계기로 고립된 노인의 생명과 돌봄 문제를 처음으로 심각하게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폭염은 프랑스에서 유례없는 재난이었고, 가족이나 지역사회로부터 단절된 수많은 고령자가 목숨을 잃는 비극이 벌어졌습니다. 이 프로젝트, 즉 세대 간 동거는 단순한 주거 모델이 아닙니다. 다양한 사회적·공동체적 효과를 낳는 실험입니다. 60세 이상 노인의 고립을 해소하고 모든 세대의 외로움을 줄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특히 18~25세 청년층은 코로나19 팬데믹과 디지털 관계망 문화 속에서 심리적 고립감을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또한 대도시, 특히 파리의 높은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고, 청년들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안정적인 거주 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서로 다른 세대가 생활을 나누며 사회적 거리감을 좁히는 것, 바로 세대 간 관계 회복과 연대의 재구성이 우리의 핵심 목표입니다.
르 파리 솔리데르는 세대 간 단절이 심화된 사회 속에서 연대를 회복하고, 공동체적 주거의 의미를 다시 정의하려는 사회 혁신 모델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약 1만5000쌍의 청년·노인 동거
세대 간 동거는 2006년 비영리단체 ‘앙상블 드 제네라시옹’에 의해 전국적 사회운동으로 확산됐다. 현재 약 1만5000쌍의 청년·노인이 함께 살고 있으며, 누적 중개 건수는 8000건에 이른다.
하지만 사회적 관심과 비교하면 확산 속도는 느리다. 65세 이상 노인 1400만 명, 청년층 800만 명을 고려하면 참여율은 0.1%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 안네 라빗 오를레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세대 간 연대형 주거: 이상과 현실(2013)》에서 “정치권과 언론이 주목하지만 실제로는 주거 시장 내 비중이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기자는 앙상블 드 제네라시옹 네트워크 총괄이사 가에탄 비투 씨에게 물었다.
― 지금까지 누적 중개 건수가 약 8000건입니다. 평균적으로 세대 간 동거는 얼마나 지속됩니까.
“평균 약 2년입니다.”
― 요양 시설 입소 시기를 늦추거나 청년의 주거비를 줄이는 효과가 있었습니까.
“노인의 요양 시설 입소를 평균 3~4년 늦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청년은 정서적 교류에 참여할 경우 월 10유로, 단순 임대라도 시세의 30% 이하로 거주할 수 있습니다. 별도의 아르바이트가 필요 없어 학업에도 도움이 됩니다.”
― 경제적 효과 외에 삶의 질 개선에는 어떤 영향을 줍니까.
“노인에겐 사회적 관계 유지와 활력 회복, 청년에겐 심리적 안정감과 외로움 완화 효과가 있습니다. 서로 교류하며 활력을 얻습니다.”
― 참여 희망자들의 우려는 무엇입니까.
“저희는 매우 세밀한 중개 및 사전조사 절차를 갖추고 있습니다. 모든 청년을 직접 면담하고, 모든 노인의 가정을 방문해 그들의 기대를 파악합니다. 노인은 낯선 사람을 집에 들이는 데 대한 불안, 생활습관이 바뀌는 것에 대한 두려움, 자유를 잃을까 하는 걱정을 주로 표현합니다. 반면 청년은 상대적으로 제약이 적지만, 친구를 초대하기 어렵거나 매일 일정 시각에 귀가해야 하는 의무에 대한 고민을 가질 수 있습니다.”
‘연대의 철학’으로 본 복지의 지속가능성
마르크 플뢰르베 파리경제대 교수는 “진정한 복지는 세대 간 연대와 사회적 유대 회복에서 출발한다”고 밝혔다.우리 헌법 제34조 4항은 “국가는 노인과 청소년의 복지 향상을 위한 정책을 실시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노인 인구 급증과 연금·의료·장기 요양 재정 압박 속에서 단순한 복지 확대만으로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복지 향상’을 위해서는 책임과 역할을 새로 나누는 세대 간 조정의 틀이 필요하다.
프랑스는 복지를 ‘부양’이 아니라 ‘자율성과 연대의 조화’ 속에서 이해하려 노력해 왔다. 노인이 가능한 한 스스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되, 그 비용과 책임은 세대가 함께 나누는 구조를 만들었다. 물론 오늘날 프랑스 역시 재정난과 사회적 갈등이라는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복지 축소를 시도했다가 ‘정권 퇴진’ 구호까지 나왔지만, 복지를 세대 간 공동 책임의 문제로 본다는 원칙만은 유지되고 있다.
이처럼 ‘복지의 지속가능성’을 세대 간 정의와 사회적 유대의 문제로 바라보는 시각은 프랑스 복지국가 논의의 핵심축이다. 다음은 이와 관련해 그 철학을 이론적으로 정립해 온 인물이자, 분배경제학의 세계적 권위자인 마르크 플뢰르베 파리경제대 교수와 나눈 문답이다.
플뢰르베 교수는 ‘불평등 연구’로 잘 알려진 토마 피케티와 함께 프랑스 복지국가의 사상적 기반을 재구성한 학자로 “진정한 복지는 세대 간 연대와 사회적 유대의 회복에서 출발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또 2009~2019년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과 공공 정책을 가르치며 복지경제학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고, ‘GDP를 넘어서(Beyond GDP)’ 프로젝트를 주도해 삶의 질·형평·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복지지표를 제안했다. 이 연구는 이후 OECD와 UN의 정책 지표에 반영돼 세계 복지 담론의 지형을 바꾼 것으로 평가받는다.
“청년과 노인은 다른 집단 아냐”
―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고, 출산율은 역사상 최저 수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 재정을 계속 노년층에 투입하는 게 타당할까요.
“세대 간 형평성을 단순히 젊은 세대 대 노년 세대의 대립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청년과 노인은 본질적으로 다른 집단이 아닙니다. 한 인구가 생애의 서로 다른 단계를 거치는 과정일 뿐이죠. 인구 구조가 급격히 바뀌면 특정 세대가 더 큰 부담을 지게 되지만, 근본적으로는 생애 주기 전체의 균형에서 봐야 합니다. 젊은 세대가 노인을 위한 부담을 거부한다면, 결국 자신이 늙었을 때 더 가난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문제를 줄이려면 복지를 줄일 게 아니라 생산성을 높이고, 자본 수익을 통해 연금을 보완할 수 있는 기금을 미리 마련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세금 부담을 덜면서도 제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 고령화로 복지 지출은 늘고, 경제 성장은 둔화하고 있습니다. 복지 지출의 한계를 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성장이 둔화된다고 해서 국민의 생활 수준이 곧바로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상승 속도가 느려질 뿐이죠. 그렇다고 연대의 원리를 바꿀 이유는 없습니다. 물론 고령화로 연금이나 보건 지출이 늘면 우선순위를 조정할 필요는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복지를 줄이자는 논의가 아니라, 재정을 얼마나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토론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내는 세금과 보험료가 어디에 쓰이는지 거의 알지 못합니다.”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
― 고령화가 ‘위협’으로 인식되는 사회에서 복지 철학은 어떻게 다시 세워야 할까요.
“진정한 정의는 약자를 실제로 보호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잃어버렸습니다. 물질적 풍요를 좇는 생활방식은 인간의 관계를 약화시키고, 사회 전체를 고립시키고 있습니다. 결국 복지의 목적은 단순한 소득 이전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유대와 관계의 질을 회복하고, 자연과의 조화를 되찾는 데 있습니다.”
― 유럽은 재정 압박 속에서도 노인 복지 예산을 줄이지 않았습니다. 이 결과 사회적 결속이 강화됐다고 보십니까, 아니면 세대 갈등이 커졌다고 보십니까.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사례에서 한국은 뭘 배워야 할까요.
“프랑스의 연금개혁 당시 젊은 세대의 반발은 노인을 향한 비난이 아니라, 자신들의 미래를 지키려는 행동이었습니다. 청년들 역시 언젠가 노인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 한국이 여기서 배워야 할 점은 연금 수급액이나 정년 문제만이 아니라 노동 환경의 불평등 구조까지 함께 바라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고령자가 자신의 건강과 능력에 맞게 일할 수 있도록 돕고, 은퇴를 단절이 아닌 점진적 전환의 과정으로 봐야 합니다.
결국 ‘세대 간 정의(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 간, 또는 젊은 세대와 노년 세대 간의 권리·의무·부담을 공정하게 나누는 것)’란 단순한 재정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세대가 각자의 능력과 상황에 맞게 일하고 존엄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사회 구조를 다시 조정하는 일을 뜻합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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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예비 실버들이여 이렇게 준비하라
권용욱노화전문 AG클리닉 원장
7호
2005.05.19 15:38
■ 세대별 건강 포트폴리오 제안
“30~40대 기초 체력 다지고 50~70대 호르몬 균형 유지하라”
100세 시대를 건강하게 맞기 위해서는 건강에도 투자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노화 전문가로부터 연령별, 세대별 100세 시대 ‘헬스테크’제안을 들어본다.
가까운 미래에는 ‘건강은 자산, 젊음은 경쟁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의학과 보건 위생의 발달로 평균 수명은 80세에 가까워지고 있는데, 55세에 정년퇴직해 무려 30년 가까운 세월을 ‘노인’으로 살아야 하는 지금의 현실은 정말 난감한 사회적 문제다. 그러나 지난 2000년에 이미 노령화 사회로 접어든 우리나라는 출산율이 급격히 낮아져 2016년을 고비로 생산 인구가 급격히 줄어든다고 한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사회 생산성을 유지하려면 노인들도 일을 해야 한다. 조기 퇴직이 장려되는 지금에야 실감이 덜하겠지만 10~20년 후 지금의 40~50대가 노인이 될 즈음에는 65세 이상의 노인도 경제 활동에 참가해야 할 상황이 온다는 얘기다. 따라서 젊은이 못지않은 체력과 활력으로 노년기 경제 활동에 경쟁력을 확보하는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다른 모든 일과 마찬가지로 노화 방지와 건강 관리를 위해서도 철저한 계획이 우선이다. 재산 관리를 위해 현금, 부동산, 주식 등으로 분산해 포트폴리오를 설정하듯이 노화 방지와 건강 관리를 위해서도 포트폴리오 설정을 해야 한다. 운동, 식사, 수면 등 노화와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요인들을 잘 분석해서 자신에게 꼭 맞는 포트폴리오를 설정해야 한다. 재산 관리를 위한 포트폴리오를 설정할 때 나이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듯, 건강 관리를 위한 포트폴리오 설정에도 나이에 따라 차이가 있다. 자신의 나이와 상황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설정했으면 이를 실천하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30~40대
30~40대에는 젊음과 건강을 좀더 오래 유지하도록 노력하고, 향후 발생할지 모를 만성 질환을 미리 예방하며, 장년기와 노년기를 대비해 기초 체력과 건강을 다져야 한다. 그러나 노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은 나이인 데다 아직 건강 상태가 양호하므로 나쁜 생활 습관을 지속하거나 건강을 돌보지 않고 과로할 경우 노화를 촉진시키고 건강을 해치기 쉽다. 실제로 클리닉에서 체력을 측정해 보면 젊음을 믿고 운동을 게을리하는 30~40대가 운동을 꾸준히 하는 50~60대보다 오히려 체력이 더 떨어진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잃기는 쉬워도 다시 되찾기 힘든 것이 젊음과 건강이므로, 젊고 건강할 때 자만하지 말고 젊음과 건강유지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먼저 30~40대에는 가족력, 유전적 특징(체질), 현재의 건강 상태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건강 관리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이에 따라 자신의 건강을 돌보는 게 필요하다. 당뇨병·심혈관 질환·암 등 대부분의 만성 질환은 일단 발생하면 완치가 어렵고, 막대한 치료 비용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가져오는 데다 그 자체로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려 결과적으로 노화를 촉진하고 수명을 단축시킨다. 따라서 만성 질환 예방은 노화를 막고 중년기 이후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만성 질환들은 가족력이 있을 경우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즉 부모나 가까운 친척 중 당뇨병이나 고혈압 환자가 있다면 자신에게도 같은 병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는 말이다. 그러나 가족력이 있다고 어떤 질병이 반드시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그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있는 사람에게서 발생할 확률이 높다. 따라서 만성 질환의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유전자 검사를 통해 질병 발생 가능성 여부를 미리 알아보는 게 필요하다. 유전자 검사 결과 만성 질환과 관련 있는 유전자 변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 이에 맞게 생활 습관을 교정하면 된다. 즉 유전자 변이로 인해 취약해진 부분을 보완하는 맞춤 영양 요법과 식습관을 포함한 생활 습관 교정 요법을 실시해 질병의 발생 위험을 낮추고 건강 상태를 증진시키는 것이다.
가족력이 없거나 유전자 이상이 없는 사람도 최상의 건강 상태를 유지하려면 당연히 좋은 생활 습관을 유지해야 한다. 건강 관리와 노화 방지의 첫걸음은 자신의 가족력과 유전적 경향을 알아본 후 걸맞는 대처 방안을 세우는 것이다.
30~40대에 일어나는 신체적 변화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지방, 특히 복부 지방 증가다. 성장호르몬 등 신진대사를 촉진시키는 호르몬 감소로 인해 20대와 똑같은 양을 먹고 똑같은 활동량을 유지해도 조금씩 뱃살이 늘어난다. 이런 복부 지방은 당뇨병, 심혈관 질환, 암 등 각종 만성 질환의 원인이 되므로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뱃살을 줄이려면 소식을 실천하는 게 좋다. 포화 지방, 당분 등 칼로리가 높은 식품의 섭취를 자제하고, 가까운 거리는 걸어다니고 운동을 하는 등 활동량을 늘려 체내에 지방이 축적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30~40대에 형성된 잘못된 생활 습관과 그로 인한 뱃살 축적은 노화를 촉진시키며, 50대 이후에 만성 질환을 일으키기도 한다.
30~40대가 가장 많이 호소하는 증상이 피로다. 30~40대는 직장과 사회에서 가장 활발하게 일을 하는 나이이므로 업무량뿐 아니라 각종 회식 등으로 인한 술자리가 많아진다. 이로 인한 과로와 수면 부족, 잦은 음주와 칼로리 과다 섭취로 인한 지방간 등이 간 기능 저하를 일으키고 결국 피로감을 호소하게 된다. 피로감이 나타날 경우 휴식을 취하면 회복되지만 쉬지 못한 채 계속 과로를 하거나 잠이 부족해지면 피로가 누적되면서 만성 피로를 일으킬 수도 있다. 피로와 만성 피로는 업무 효율뿐 아니라 경쟁력과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노화를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피로가 누적되지 않도록 적절한 휴식과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한다. 비타민과 미네랄 성분이 많은 야채와 과일을 많이 먹고 적당한 운동을 통해 체력을 유지하는 게 좋다.
50~70대
50대 이상인 사람들도 노화를 지연시키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 원칙은 젊은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50대 이상인 분들은 40대 중반부터 급격히 진행되기 시작한 노화 증상을 실제로 경험하고 있는 나이이므로 젊음을 유지하고 질병을 예방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30~40대와는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즉 50대 이상에선 급격하게 진행되는 노화를 지연시키고 젊음을 되찾기 위한 좀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50대 이후에 노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이유는 노화를 방지하고 젊음을 유지하는 기능을 하는 성장 호르몬, 성 호르몬, DHEA, 멜라토닌 등 좋은 호르몬이 감소하고 노화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인슐린, 코티졸 등 나쁜 호르몬들이 증가해 호르몬들의 균형이 깨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절한 운동, 충분한 수면, 바른 식생활 등 자연요법을 통해 호르몬 균형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연요법이 불충분할 경우에는 좋은 호르몬을 보충해 주고 나쁜 호르몬을 줄이는 호르몬 균형 요법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50대 이후에는 활성 산소로 인한 세포와 조직 손상이 누적돼 본격적으로 장기 기능이 떨어지는 시기다. 따라서 장기의 기능 저하를 지연하고 재생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50대부터는 남녀 모두 성호르몬의 감소로 인한 갱년기 증상을 경험하게 되고 성기능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특히 섹스에 있어서 수동적인 여성들과는 달리 능동적인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 남성들에게 남성호르몬 감소로 인한 성욕 저하와 혈관 기능 저하로 인한 발기력 감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남성호르몬 분비를 떨어뜨리는 나쁜 생활습관을 고치고 남성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키면서 혈관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적절한 운동, 바른 식습관 및 수면습관이 필요하다.
60대 이상인 사람들이 가장 심각하게 호소하는 노화 증상 중 하나가 기억력과 집중력 감퇴이며, 가장 두려워하고 또 신경을 써야 할 질병이 치매다. 그러나 유전적 경향을 보이는 알츠하이머 치매도 생활습관 교정이나 적절한 영양요법으로 어느 정도 예방 또는 지연시킬 수 있으며, 노화로 인해 혈관의 기능이 떨어져 발생하는 혈관성 치매는 좋은 식습관과 운동으로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다. 따라서 뇌에 좋은 식품과 혈액 순환에 도움이 되는 식품을 골라서 섭취하고 뇌 기능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는 유산소운동과 지적 활동을 게을리하지 않는 등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50대 이후에 나타나는 신체의 변화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 가운데 하나가 근육량 감소다. 근육량의 감소는 근력과 활력을 떨어뜨리고 운동 능력을 감소시키며 피로감을 일으킨다. 따라서 장년기와 노년기에도 젊은이 못지않은 근력과 활력을 유지하려면 근육량을 유지하기 위한 적절한 영양 섭취와 근력 운동이 필수적이다.
자신의 나이와 상태에 맞게 건강 포트폴리오를 설정하고 이를 꾸준히 실천해 나간다면 최상의 건강상태와 젊음을 오래 유지하는 것은 물론 10~20년 젊어지는 것도 이제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 3040세대 재테크
100세 시대의 금융 포트폴리오로 재구성해
삶의 질을 추구하고자 하는 욕구가 더욱 다양화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또한 그런 가운데 현재가 아닌 은퇴 이후에 내가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점점 늘어나는 것 같다. 바로 지금 우리가 노령 사회로 진입하는 길목에 있기 때문이다.
이젠 은퇴 이후의 노후도 절약하는 노후 생활, 만족한 노후 생활, 여유 있는 노후 생활 등으로 구분해 구체적으로 준비하려는 경향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새로운 밀레니엄과 함께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최근까지 노후 대책의 두 가지 축인 기업의 평생 직장 보장과 가족의 노인 부양이 약해진 것과 맞물려 향후 국가 경제뿐 아니라 가정 경제에 대단히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령화 충격이라고도 얘기하는 이러한 노후 불안감의 확산은 현재 경제 활동의 주축인 30~40대에 직격탄을 줄 수 있는 재정적 문제로 심각히 고려해 대처해야 한다.
재정 문제의 중심은 바로 노후 생활비와 의료 진료비다. 자녀 양육 및 교육비 부담과 초고령 사회에서 노후를 맞을 30~40대 가장들이 어떻게 이러한 두 가지 인생의 무게를 현명하게 준비할 것인지에 대해 알아보자.
최근 2004년 4·4분기 소비자태도조사에 따르면 조상 대상자들의 기대 수명은 76.5세이며, 희망 정년은 64.3세란 통계가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현재 사오정(45세에 정년)이란 말에 익숙해져 있는 데다, 그 누구도 이러한 상황을 부정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또한 생일케이크에 100개의 촛불을 꽂는 게 자연스러워질 수 있는 미래 사회에 살 우리에게 현실은 더욱 암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2026년이면 초고령 사회에 도달할 것을 상상한다면 노인들만 남아 있는 시골을 연상하면 대충 이해가 될 것이다. 70대 아들이 90대 노모의 등을 주물러 주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는 사회가 초고령화 사회다.
한국, 20년 뒤인 2026년 초고령 사회 진입
한 통계 조사에 따면 직장인들의 67.6%가 노후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답변을 볼 때 자녀 양육과 교육비 부담으로 자녀 출산을 꺼렸던 30~40대 경제 주체들에게 노후는 경제적으로 준비 없이 맞이하는 암울한 시기가 될 수 있다.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노령화 사회로 일찍 접어든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 노후 문제도 국가의 공적 책임으로 많은 제도적 준비와 경험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를 사회적 책임으로만 국한하기에는 많은 문제와 희생이 따르고 있다.
선진국은 2003년 6월 연금 개혁을 둘러싼 프랑스의 총파업이나 일본의 공적 연금 파산 사태와 같은 심각한 사회 문제를 야기하며 노후 문제를 헤쳐 나가고 있다. 그리고 선진 사회에서도 이러한 문제의 최종 해결은 상당 부분 개인이 준비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결국 한 가정의 경제적 주체인 개인이 스스로 인생의 재정적 포트폴리오에 대한 전반적 재구성이 필요하며, 그 기준은 100세까지 생존할 경우를 내다보고 준비하는 플랜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시점에서 구체적으로 은퇴 후에 필요한 노후 자금을 미리 알아보고 대책을 세우는 것은 중요하다.
과연 40세인 가장이 60세까지 경제 활동을 하고 80세까지 산다면 어느 정도 노후 자금이 필요하고, 그러한 노후 자금을 준비하기 위해 현재 얼마의 돈을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자.
만족할 만한 노후 생활을 위해선 노후에 현재 가치로 월 200만원 정도 필요하다는 가정을 할 때 매년 물가상승률 4%, 세후 투자수익률 연 5% 정도라고 한다면 직장인 A씨는 은퇴 직전까지 20년 동안 월 234만원 정도의 저축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은퇴 이후 61세부터 80세까지 생활비 9억6000만원 정도를 준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월 200만원 이상의 돈을 저축하면서 자녀 양육과 교육을 병행할 수 있는 직장인들은 그리 많지 않다. 또한 60세까지 꾸준하게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운이 좋은 일이며, 평균 연령 80세라는 얘기는 이미 질병이나 사고로 사망한 사람을 포함한 것으로 정상적인 경제 활동을 하는 가장에게는 90~100세를 산다고 봐야 한다.
최근 이러한 인식으로 장년층을 중심으로 지출을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이 과거 10년 이상의 불황이 지속된 이유 중 하나가 노후 생활에 대한 불안감이 청장년층까지 확산돼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렸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 사회도 이러한 이유가 상당히 설득력 있는 현실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과거와 같은 사고와 방식으로 노후를 준비하는 게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나 유럽과 같이 노후를 준비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장기간 저금리가 지속돼 온 미국의 경우 가계 자금 운용 방식에 있어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비율이 50% 이상 된다. 또한 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율이 가계 자금 운용에서 30% 가까이 된다. 보험을 단순히 미래의 위험을 보장해 주는 게 아니라 투자 개념으로 노후를 준비하는 가장 좋은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최근 보험사의 상품 판매 트렌드를 보면 뚜렷한 특징이 있다. 그것은 투자성 중심의 장기 저축성 보험 판매가 뚜렷이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품 가입은 첫째는 노령화 사회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며, 둘째는 저금리 기조이며, 셋째는 투자를 통해 미래 자산을 형성하려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보험료 재원의 상당 부분을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고 그 투자 수익을 가입 고객에게 적립해 주는 투자형 보험의 판매 비중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그러한 대표적인 상품이 변액유니버설 상품이다. 이 상품의 가장 큰 특징은 보험료의 상당 부분을 전문 투자회사에서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실적 배당형 상품은 고객에게 원금 손실을 끼칠 수도 있으나 장기 투자성 보험 상품으로서 전문가나 전문 기관에 의해 노후를 안정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로 꼽힌다. 투자성 보험이 정착돼 있는 미국의 경우 변액유니버설 상품 비중이 전체 판매 보험의 2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향후 우리나라 보험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노후 생활시 지출되는 의료 비용은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일본의 경우 개호보험제도가 실시돼 노인 인구의 보건과 의료를 저렴한 비용으로 국가 책임 아래 실시하고 있다. 틀림없이 초고령 인구 급증에 따른 일본의 개호보험과 유사한 정부 차원의 장기 요양보험제도가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발맞춰 생명보험 분야도 일부분을 맡아 상품 개발이 향후 활성화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행복한 노년 서둘러 준비해야
적어도 만족할 만한 노후를 준비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몇가지 원칙적인 것을 언급하고자 한다.
우선 첫번째 원칙은 빨리 노후 준비를 시작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40세인 사람이 60세에 은퇴했을 때 노후생활비로 월 100만원을 준비한다면 20년 동안 120만원 가까운 돈을 저축해야 한다. 하지만 30세인 사람은 은퇴 전까지 노후를 준비한다고 했을 때 월 100만원 정도만 준비하면 된다. 다시 말해 노후 준비를 10년 앞당김으로써 월 20만원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두번째 원칙은 투자를 장기적으로 꾸준히 해야 한다. 모든 금융 상품은 투자 원칙이 있다. 특히 주식과 채권 투자에 대한 투자 비중이 커지는 상황에서 가장 기본적인 투자 원칙과 전략에 충실해 투자하라는 것이다.
셋째는 철저하게 계획을 세워 앞의 두 가지를 당장 실천해야 한다. 최근 은행이든, 보험이든 모든 금융회사가 한 개인의 재정 플랜을 위한 전문 조직을 두고 있다. 넷째는 지금부터라도 투자 마인드를 갖고 자기 자산을 운용하라는 것이다. 이제 은행의 정기예금 등에 금융자산을 맡겨 놓고 막연히 목적 자금이나 노후 생활 자금을 준비하려는 생각은 지양하는 게 좋다. 물론 예금은 기본이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노후 플랜은 20년 정도 투자한다는 생각을 갖고 주식과 채권에 투자해야 한다. 물론 간접 투자 방식의 금융 상품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0년이든 30년이든 은퇴 후에 맞이할 노후는 적어도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 온 개인에게는 만족할 만한 삶의 질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삶을 살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 그러나 노후의 만족할 만한 생활은 그냥 오는 것은 아니다. 치밀하게 준비를 해야만 노후를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기로 만들 수 있다. 한 가정의 경제 주체로서 은퇴 이후 길게는 30~40년이 될 노후에 대한 준비를 아직도 시작하지 않았다면 주변의 재정 전문가에게 요청하고 또 철저히 준비하기 바란다.
Plus TIP 개호보험
일본에서 지자체를 중심으로 2000년 노인들의 복지, 보건, 장기 요양에 필요한 시설과 비용을 공적 책임으로 한 보험제도 수혜 노인들의 본인 부담금은 10% 정도다. 정부가 90%를 충당했으나 1년 소요 예산이 수십조원에 이르러 국가 재정에 큰 압박을 주고 있다.
■ 미래의 10대 실버산업
“8개 부문·19개 품목 집중 육성으로 차세대 성장 엔진으로 장착”
2005년 1월, 대통령 자문 기구로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로드맵을 제공하는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는 ‘미래 한국 산업을 이끌 고령친화산업 8개 부문’을 선정, 발표했다. 코앞에 닥친 고령 사회에 대한 인식이 ‘사회적 보호’ 차원을 넘어 ‘미래 핵심 소비자’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가 그리는 고령화 대책 청사진 수립 과정과 미래 대책을 들어본다.
고령친화산업(이하 실버산업)이란 고령자의 생물학적 노화 및 사회·경제적 능력 저하로 발생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산업을 말한다. ‘고령 친화’ 개념은 실제로 노인이 편리하면 모든 사람도 편리하다는 취지 아래 노인의 선호(편리성과 안전성)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주 수요자는 노인(65세 이상) 및 주요 수발자이며, 장래 주 수요자로 베이비붐 세대(1953~1965년생)가 있다. 이들은 총 1007만명(남자 510만명, 여자 497만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21%를 차지한다. 그리고 공급자 측면에서 분류하면 보건 및 요양, 의료기기, 복지용품, 식품, 의약품, 한방, 장묘 등과 같은 생물학적 노화 관련 부문과 사회·경제적 능력 저하 관련 부문인 금융, 문화·여가, 전자·정보, 주택, 교육, 교통, 농업, 의류로 나눌 수 있다.
실버산업은 국가 차세대 성장 동력 산업으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한 시장 활성화 방안이 적극 고려중이다. 수급 관계가 수익자 부담을 기초로 하는 시장경제 원리를 따른다는 측면에서 노인 복지와 차별화된다. 신체적·사회적·경제적으로 취약한 노년층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노인의 안전과 권익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정부 관심이 필요하며, 특히 공적 부조 대상자들에게는 정부가 상품·서비스를 우선 구매함으로써 시장을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 한편 실버친화산업은 산업 전반에 걸쳐선 큰 시장 규모가 형성된다. 하지만 다양하고 변화에 민감한 ‘세분화된 소형 시장의 합’으로 구성됨에 따라 ‘소품종 대량 생산’에 적합한 대기업에 비해 ‘다품종 소량 생산’에 적합한 중소기업(내수 확산과 고용 창출에 기여)에 적합하다. 즉 ‘규모의 경제성’보다 ‘범위의 경제성 및 연결의 경제성’을 추구해야 하는 관계로 자원의 공동 활용에 기초한 산업클러스터 형태가 보다 효과적이다.
개발도상국엔 드문 고령화 현상으로 준비 미흡
우리나라는 현재 개발도상국(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대)으로는 드물게 고령화 사회에 진입해 있다. 따라서 고령화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어느 나라보다 절실하다. 공공 부문에서 보면 선진국에 비해 재정, 복지 제도 및 인식 등 모두가 미흡해 고령화 충격 흡수에 어려움이 있고, 시장 측면에서는 고령 소비자 수는 늘어나지만 그 질이 불확실하다. 따라서 수요 기반 파악에 신중함이 요구된다. 이에 따른 공급 기반을 우선 마련해야 한다(고령화 사회 진입시 1인당 국민소득 순위:일본(1970년 세계 6위), 한국(2000년 세계 22위)).
고령친화산업의 수요 및 공급 전개 과정을 예상해 볼 때 질과 양적 측면에서 구매력이 증대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2007년 노인요양보험제도 도입, 2008년 국민연금 급여 지급, 2008년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선진국의 경우 실버산업의 본격적 성장기는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고령 사회, 초고령 사회 진입은 2010~2025년경으로 예상된다. 베이비붐 세대가 대거 은퇴(60세)함에 따라 고령 인구가 급증하고, 2018년경에 고령 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소비 측면에서도 선진국 사례에서 보듯 고령자가 민간 전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30%(미국 30%, 유럽 20~30%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 사회에 진입하는 2008년을 기점으로 우리나라의 실버산업 수요 기반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공급 기반 구축을 위한 정부의 비전 제시 및 행동 계획 마련도 이 시점에 맞춰진 상태다.
실버산업은 중소기업에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영세성, 낙후된 R&D 능력을 고려할 때 2006~2007년에는 생산 체계를 갖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고령친화산업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 ‘행동계획(Action Plan)’을 마련해야 한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는 고령친화산업 활성화의 기폭제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들은 이전 세대에서 볼 수 없던 특징을 갖고 있다. 50년간 인구 구성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유일 연령 군단으로 ‘단일 최대 소비 주도층’(1천만명)이다. 또 산업적 측면에서 주택·자동차·영화산업의 성장을 이끈 세대이며 높은 교육, 소득 및 소비 수준을 갖췄다.
2000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베이붐 세대의 교육연수는 평균 약 12년으로 50세 이상 세대(약 8년)에 비해 4년이 더 길다. 베이붐 세대는 개인주의적 가치관 및 소(小) 자녀화(노인 단독 가구 증가), 높은 사회 참여 의식(사회 주체 의식) 및 정보통신 수혜 세대(금융, 건강의료, 교육, 상거래 등 패턴 변화) 등의 특징을 갖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우리 사회의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됨에 따라서 2010년이면 50세 이상이 전체 취업자의 3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들은 점차 도시화, 고학력화하면서 대거 임금 근로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 노동시장 전체의 질적 변화를 이끌 것으로 분석했다. 또 한국노동연구원은 최근 ‘중장기 인력 수급 전망(2005~2020년)’에서 2003년 인력 공급이 인력 수요를 77만6000명 초과하고 있으나 2010년에는 그 수가 5000명으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추세는 2020년경에는 수요가 공급보다 많아지는 인력난으로 바뀌어 모자라는 인력이 123만4000명이나 될 것으로 예측했다. 따라서 노동연구원은 인력난 해소를 위해 여성 인력 취업이나 고령 인구의 재취업이 쉬운 구조로 노동시장을 전환하는 한편, 파트타임 등 고령 인력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급속한 고령화는 위협 요인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기회 요인이기도 하다. 먼저 위협 요인으로는 국가 재정 악화, 경제 저성장과 함께 고령자의 건강, 재무 및 생활 위험이 꼽힌다. 예를 들어 연금, 조기 퇴직, 보건의료 및 장기 요양 등 고령화에 의한 정부재정 지출은 2000년 GDP의 3.1% 수준(OECD 평균 212.%)에서 2050년 11.6%로 8.5%포인트 증가가 예상된다(OECD의 경우 평균 5.8%포인트 증가 예상). 경제 잠재성장률은 2000년 5.10%에서 2010년대 4.82%, 2020년대 3.56%, 2040년대 1.38%로 점차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노동생산성의 평균 증가율은 과거 30년간 2.0~4.0%인 데 비해 2000~2050년은 0.4%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급격한 인구 구조 변화를 나타내는 한 단면으로 전체 인구의 평균 연령이 2000년 현재 30대 초반에서 2040년에는 50대 초반으로 급격히 이동한다.
실버마켓이 골드마켓 되려면 전략적 접근 필요
기회 요인으로는 복지, 보육, 부양 등 공공서비스 확충에 따른 신규 노동시장 확대, 실버산업 활성화 여건 성숙이 꼽힌다. 실버산업은 급팽창하고 있는 노인 인구의 신규 거대 수요를 국가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전환케 한다. 이를 통해 고령 세대를 대상으로 양질의 맞춤형 상품을 제공,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생겨난다. 수요자인 노인들은 이를 통해 건강하고 활동적인 고령화를 맞게 될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정책 의제로는 설정되어 있으나 실버산업 활성화를 위한 청사진과 구체적인 종합 대책은 마련치 못했다. 민간도 시장 수요를 체감하지 못해 실버산업으로의 시장 진입을 주저한 게 사실이다. 그 결과 질 낮은 서비스, 수입 증가, 기업 도산, 사기 판매 등 부작용이 나타났다. 이에 대한 정부의 비전 제시와 함께 강력한 추진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현재 상황을 냉정하게 보면 급속한 고령화 진행으로 인해 이에 대한 대비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정부 재정지출 한계로 현재의 공공 복지서비스는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의 불만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고령자의 건강, 재무 및 생활 위험 증가는 ‘생존 문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사전에 방지하는 게 국가의 책무다.
일본, 유럽연합 등은 고령화 초기 과정에 국가가 적극 개입함으로써 성공한 사례다. 일본의 실버산업 활성화 방안 사례를 살펴보면, 1985년에 후생성 실버 서비스 진흥지도실 설치에 이어 1987년에 사단법인 실버서비스진흥회를 설립했다. 1993년에는 법 제도 정비로 연간 1000만엔 범위에서 3년간 복지 용구 실용화 개발 비용을 지원했다. 또한 1990~1999년에는 골드플랜을 마련, 노인 복지와 실버산업 육성을 동시에 추진했다. 이후 신골드플랜(1995), 골드플랜21(2000~2004)으로 발전시켰다. 2000년 4월에 공적개호보험제도 실시 이후 특히 요양 관련 산업이 급성장했다. 일본의 실버마켓 규모는 2001년 39조엔 정도인 데 비해 2025년에는 155조엔으로 4배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고령친화산업을 활성화하는 데 주요 제약 요인으로는 e-헬스 및 H홈케어 사업의 관련 법령 미비, 의료 및 복지 기기 상용화를 위한 제도적 문제 등이 꼽힌다. 산업 부문을 살펴보면 관련 산업의 중소기업 비율이 80% 이상으로 R&D 투자 능력 및 경쟁력이 취약한 데다, 전문 인력도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고령자용 주택·의료 기기·한방·요양 상품 등 모든 부문의 품질 규격 및 소비자보호제도 또한 미흡하다.
지금까지 정부의 정책 추진 경과를 살펴보면, 먼저 각 부처에서 개별·분산적인 정책(일부 장애인 보조 용구, 실버타운 등)이 일부 시행됐고, 2002년 7월 국무총리실 산하 ‘노인보건복지대책위원회’의 종합 계획에서 처음 ‘실버산업 활성화 방안’이 정부 정책으로 검토됐다. 2004년 1월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인구·고령사회대책팀)는 제35회 국정과제보고서 ‘고령친화산업 활성화 전략’을 제시했다. 그동안 현실 인식은 있었으나 대책 마련은 지지부진했던 게 사실이다. 정부의 종합적·유기적인 지원 체계가 마련되지 않았고, 일부 사업이 진행되긴 했지만 명확한 정책 목표가 설정되지 못했다.
그러나 2004년 1월 15일 국정 과제 보고를 통해 처음으로 추진 과제로 선정됐다. 이후 2004년 4월부터 민·관 전문가를 중심으로 그동안의 문제점을 극복하면서 활성화를 위한 집중적이고 전문적인 연구가 진행돼 왔다. 대한노인회 등 정책 수요자(13개)의 의견 수렴과 네 차례의 부처 협의를 거쳐 2005년 1월에 ‘고령친화산업 활성화 전략’이 국정 과제로 보고됐다.
실버산업의 전략 품목 선정 기준은 국제 경쟁력, 시장 매력도 및 공공성을 근거로 책정됐다. 8대 부문별로 민간 부문의 공급자 델파이 조사(개별 전문가의 예측 견해를 2~3회 반복함으로써 의견을 수렴하는 조사 기법) 및 수요자 설문조사 등을 통한 부문별 중점 품목을 선정했고, 공공 측면에서 관련 정부 부처 담당자 및 정책 전문가를 대상으로 의견 수렴을 거쳤다. 민간에선 노인단체 및 관련 기업체 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통한 의견을 수렴했다.
고령친화산업 및 전략 품목 도출 과정은 모태산업에서 고령 친화도, 영향력, 투자 유발 정도 및 연구 역량·시기 등에 따라 요양, 기기, 정보, 여가, 금융, 주택, 한방, 농업 등 8대 고령친화산업을 선정했다. 8대 부문에 걸쳐 총 60개의 고령 친화 품목을 검토한 후 시장성, 국제경쟁력, 공공성을 고려해 최종 19개의 전략 품목을 선정했다.
올해 개시…2018년 꽃피워
8대 고령친화산업 부문별 활성화를 위한 계획표를 살펴보자. 우선 2005년 비전 제시와 행동 계획 수립, 2006~2008년 제도 정비와 표준화·안전에 대한 계획 마련, 그리고 R&D 전문 인력을 양성한다. 다음은 개화기로 2008년에 생산 체제 구축과 초기 생산을 하며, 2008~2018년에는 양산 체제를 갖춘 성숙기 단계로 가는 추진 전략이다.
둘째, 관련법 제·개정으로 민간 참여 활성화를 꾀하며 규제 등을 완화하기 위한 ‘고령친화산업지원법(가칭)’을 제정해 고령 소비자 보호를 위한 안전 기준 마련 및 관련 법령을 개정하고 고령자 관련 제품의 표준화 및 품질 관리를 위한 제도를 개선한다.
셋째, 범정부적 추진 체계를 구축한다. 범부처 추진단 및 산·학·연·관의 포괄적인 합동 추진 체계의 설치·운용이 이에 해당된다. R&D 체계 정비 및 투자 확대, 성공 사례를 발굴하고 확산시켜 생활 전반에 파급 효과가 큰 교육·교통·식품·의류·장묘 등 부문을 추가 확대 연구함으로써 종합적인 고령친화산업 발전 전략을 수립한다. 보건복지부에선 고령사회대책추진단에 ‘고령친화산업추진단(가칭)’을 설치·운용할 예정이며, 국가균형발전위원회·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중소기업청 등의 관련 국정 과제와 연계 추진할 예정이다. 외국의 범정부적 추진체 구성 사례로는 유럽연합의 시니어워치(Senior Watch) 프로젝트, 일본의 ‘유비쿼터스 건강안심시스템’ 등이 있다.
실버산업은 어느 한 분야만 잘한다고 해서 충분하지도 않지만, 어느 한 분야가 잘못되는 경우에도 그 파장은 심각하다. 따라서 부문별 정책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를 포함, 민간의 전문가 및 정책 수요자 등과 함께 체계적이면서 일관성 있게 대책을 추진하는 게 시급하다. 이를 통해 시장이 필요로 하는 충분한 정보를 제공한다면 시장의 불확실성이 제거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자연스레 시장의 활력이 살아날 뿐 아니라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과정이 원활하게 이뤄질 경우 실버산업은 신성장 동력 산업으로서 국가 차원의 부 창출에 크게 기여하게 된다.
■ 유망 비즈니스
웰빙 시니어 위한 웰빙 직업 탄생
고령화의 진전으로 노인들을 위한 새로운 직업들이 생겨날 전망이다. 실버시터부터 로봇에 이르기까지 노인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직업은 어떤 게 있을까.
고령화 시대로 들어서면서 노인들은 건강과 경제력이 확보됨으로써 새로운 욕구를 갖고 생활하게 된다. 건강하고 아름답고 보람된 생활을 하려는 노인, 즉 웰빙 시니어(웰니어)가 노인 문화를 리드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노인의 요구에 부응하는 사업들이 나타나면서 이에 필요한 다양한 직업이 새로 생길 전망이다.
어떤 것들이 있을까. 실제로 어떤 일들을 하게 될까. 고령 친화(실버) 산업이 발전한 외국의 경우와 환경 변화에 따른 새로운 직업들을 함께 묶어 상상해 보도록 하자.
실버 시설 관련 직업 인기
노화 방지 기술 및 장수 과학이 발전하게 될 것이다. 일반 생명공학 분야는 물론 한방 분야에서 특히 많은 발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장수 과학자’들이다. 이들은 생명과 윤리, 그리고 도덕의 관점에서 심각하고 중요한 결단들을 내리며 일하게 된다. 긍정적으로 본다면 누구나 100세까지 사는 게 가능해진다.
독립 생활을 편하게 생각하는 노인의 증가로 실버타운, 실버주택 등 실버 전용 시설이 생겨난다. 따라서 이를 설계하는 ‘설계사’들의 역할이 기대된다. 지금까지는 외국 사례를 배워서 해왔지만 이제부터는 독자적이고 아이디어가 넘치는, 그리고 최첨단 기술과 감성이 결합된 편리한 주거 시설을 지어야 한다. 이 시기의 디자이너들은 홈오토메이션(Home Automation), 유니버설 디자인(UD:Universal Design) 기술도 알맞게 적용해야 한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경우도 노인들의 심리적, 신체적 특성을 잘 이해함으로써 편리하고 안락한 내부 공간을 디자인해야 한다.
실버타운에서 전체 시설을 관리하는 ‘원장’이나 ‘시설장’은 노인을 직접 보살피는 사람들의 지휘자다. 따라서 노인들을 잘 이해하고 실버타운의 문화를 리드해야 한다. 시설 관리는 기본이며 의식주와 관련된 모든 일, 용품, 치료, 간호 및 상담 등의 관리자이므로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필요로 하다.
실버타운, 요양원, 노인병원, 대도시내 노인센터 등 노인이 있는 곳에는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운동치료사, 음악치료사, 심리치료사 등이 필요하다. 이들은 노인성 질환 예방이나 치료, 또는 재활을 도와주는 사람들이다.
실버타운과는 형태가 좀 다른 노인 촌락이라는 게 생길 수 있다. 노인 주택이 밀집한 동네인데, 국내의 경우는 시니어컴플렉스·장수촌 등으로 불려지는 곳들이다. 이런 지역에는 ‘촌락 관리자’가 필요하다.
노인의 집이나 기타 필요로 하는 곳을 방문, 노인들이 원하는 일을 도와주는 ‘실버시터’란 직업이 있다. 이들은 청소, 시장 보기, 집수리 하기, 같이 산보하기, 밥 해주기 등 다양한 일상 생활을 보조한다.
노인의 영양 관리는 건강 유지는 물론 장수를 위해 대단히 중요하다. 따라서 노인들의 식사를 책임지는 노인영양관리사는 시설, 촌락, 단체 급식소, 식사 배달소 같은 곳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인력이다. 개인 영양관리사도 생길 것이다.
전적으로 노인의 병 수발을 하는 간병인이 있다. 이는 지금의 간병인과 다르지 않지만 노인의 특성을 잘 알아야 한다.
이보다 좀더 전문적으로 노인을 돌보는 사람이 케어매니저다. 이들은 장애노인의 신체적, 정신적 상태를 점검하고 그에 따른 서비스를 계획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노인 오락분야 직업도 많아져
노인에게 용품을 판매하고 대여하는 회사가 많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때 노인 용품 선택법, 보험 적용, 사용법 등 다양한 도움을 주는 사람이 ‘노인용품컨설턴트’다. 건강 용품 및 식품을 만능으로 선전해 노인을 현혹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현 상태에서 노인에게 가장 적합한 것을 선택하도록 도와주는 보람 있는 직업이 될 것이다.
노인을 위한 주거 공간이나 용품은 정상인과는 다르게 고려되고 설계돼야 한다. 노년의 특징을 잘 이해하고 공학적으로 응용하는 기술자가 노년공학자다. 또 의료기기의 경우도 노인의 특성에 맞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의료공학자다. 올해부터 의료공학기능사, 기사, 기술사 자격이 나타날 전망이다.
또한 향후 5년 이내에 유비쿼터스 컴퓨팅(Ubiquitous Computing) 기반의 세상이 탄생하게 된다. 즉 모든 노인이 언제 어디서나 컴퓨터에 연결돼 있어 항상 완벽한 케어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사실 현실적으로 볼 때 노인은 오히려 정보화의 소외자로 전락할 수 있다. 사용법, 심리적 문제, 기기의 완벽성, 그리고 윤리·도덕적으로 완벽히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에 의한 선택과 책임이 필요하다. 그래서 원격으로 노인을 보살펴 주는 원격케어사가 등장하게 된다.
사람은 아니지만 노인을 직접 모시는 로봇이 등장한다. 이 로봇은 사람 역할을 대행하지만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도 아주 순종을 잘하는 기계다. 가격, 기능 등이 충족된다면 노인의 필수품이 될 것이다. 이러한 로봇을 대여하고 작동법을 알려 주는 등 문제 상황에 즉시 대응해 주는 로봇매니저도 필요하게 된다.
여행은 노인이 가장 즐겨하는 여가 생활 중 하나다. 앞으로는 1년에 두 차례 이상 여행을 가게 될 전망인데, 이때 노인만을 위한 노인여행가이드는 꼭 필요하다. 노인의 심리적 특성과 건강 특성을 고려, 적정한 코스를 선택하고 즐겁게 여행하도록 기획하는 일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이제 노인은 생활을 즐길 줄 알게 된다. 여가 생활로 오락도 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단순하고 다양하면서 노화를 방지하는 오락이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오락을 기획하고 만들어내는 사람인 노인 오락기획자가 나타난다. 노인 스포츠지도사는 노인 수요자의 육체적 상태를 파악, 가장 알맞은 스포츠를 선택함으로써 단계별로 무리 없이 진행하도록 도와주게 된다.
노인은 자주 외롭고 고독할 수 있다. 이 경우 스트레스가 생명을 위협한다. 자식과의 문제, 노인 서비스로부터의 문제, 개인 문제 등 다양하게 상담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 노인상담사가 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죽음을 맞이하는 노인에게 평화로운 죽음을 맞이하도록 도와주는 ‘호스피스’. 이에 대한 법적 제도가 만들어진다면 직업으로서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개인별 특성을 고려한 세밀한 배려가 중요하게 된다.
노인은 많든 적든 기본적 재산을 갖고 있다. 이들의 자산을 잘 보호하고 적절히 사용하는 것은 노인을 보호하는 일이다. 이들은 자신이 스스로 판단할 수 없을 정도의 병중으로 들어가도 자산을 잘 관리해 줄 자산관리자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노인에게는 노인을 고려한 노인만의 옷이 필요하게 된다. 지금은 마땅한 것이 없기에 젊은이 옷을 입을 뿐이다. 노인 옷을 예쁘고 실용적으로 만들어 달라는 것이 가장 큰 요구 사항이다. 노인 패션디자이너는 노인 옷을 만들 때 그들의 몸매는 물론, 기능적으로도 세밀하게 연구하고 고려해서 만들어야 한다. 예쁜 옷, 마음에 드는 옷을 입을 때 행복감을 느끼며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보람되고 행복한 새로운 직업이 많아질 전망이다. 국가나 여러 단체가 그러한 직업을 권장하고 육성해야 한다. 하지만 소위 대박 사업으로 생각하고 이 분야에 진출한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이 분야 진출을 희망하는 사람에게는 복지 마인드를 직업 특성에 맞는 서비스 마인드로 전환, 행복하고 풍요로운 실버 세상을 만드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 불특정 다수 자격증이 난무할 수도 있다. 선·후배의 조언을 따라 신뢰성 있는 단체나 기관에 문의, 진로를 결정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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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2013 MAGAZINE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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鄭求鉉 前 삼성경제연구소장이 말하는 대한민국號의 미래
“한국은 뜨거운 물속의 개구리… 위기의식조차 없다”
글 : 백승구 월간조선 기자 eaglebsk@chosun.com
사진 : 서경리 월간조선 기자
⊙ 대기업 强性 勞組가 주도하는 高비용 구조, 市場테스트를 받지 않는 공기업 肥大化
⊙ 30대 그룹 중 12개 그룹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
⊙ 국내 재벌 한계에 다다라… 지배구조와 경영전략 혁신하고 전문화·국제화해야
⊙ 기업은 글로벌, 정치는 로컬 수준… 결단력 있는 정치 리더십 필요
⊙ 경제민주화 강조하면 시장의 자율성 약화돼… 기업 하기 좋은 여건 안 만들면 창조경제 성공 못 해
鄭求鉉
⊙ 66세. 서울대 경영학과, 미국 뉴욕주립대 경영대학원 석사, 미시간대 경영학 박사.
⊙ 연세대 경영대학원장·상경대학장, 국방개혁심의위원, 한국경영학회장, FTA국내대책위원,
삼성경제연구소장 및 상근고문 역임. 現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초빙교수·연세대 명예교수·
서울국제포럼 회장·자유경제원 이사장·경기개발연구원 이사장.
⊙ 《한국의 기업경영 20년》 《한국기업의 글로벌 경영》 《금융위기 이후를 논하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 한국경영학회 상남경영학자상(2012년)·정진기언론문화상 대상(2008) 수상.
정구현(鄭求鉉) 전 삼성경제연구소장을 다시 만난 건 10년 만이었다. 2003년 연세대 교수에서 삼성경제연구소장으로 자리를 옮길 무렵 미니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강산이 한번 바뀌는 동안 그의 백발(白髮)은 더욱 무성해졌다.
정 소장은 삼성경제연구소를 6년간 맡은 후 상근고문을 거쳐, 현재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초빙교수로 있다. 서울국제포럼 회장, 자유경제원 이사장, 경기개발연구원 이사장직도 맡고 있다.
그는 이론과 실물경제를 겸비한 국내 몇 안 되는 경영학자이다. 60대 중반의 나이에 이처럼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데는 미래를 내다보는 그의 통찰력과 다양한 경력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노태우(盧泰愚) 정부 당시 대통령자문 21세기위원을 비롯해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장으로 있으면서 세계 경제와 정치, 한반도의 정세 변화, 한국 경제의 전망을 체계적으로 연구했다. 경영학자이면서 정치, 사회, 안보 등 다양한 분야의 학문을 종합적으로 연구한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장으로 있으면서 ‘인접학문 넘나들기’는 계속됐다. 기업컨설팅은 물론 기술 변화, 국가정책, 남북한 문제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뤘고, 영문 계간지 《SERI Quarterly》를 통해 남북한 정보를 전 세계 주요 기업가·지식인들에게 전달했다.
중국의 浮上과 블랙스완 북한
그가 최근 대한민국 15년 후의 미래를 다룬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대한민국이 향후 15년간 새로운 성장동력을 재(再)가동하기 위해 개인과 기업, 정부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지난 10월 9일 서울국제포럼 회장실에서 만나 ‘한국 경제의 기회와 위험’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지금 대한민국호(號)는 어디로 가고 있나요.
“하하. 저도 모르죠. 다만 잘못하다가는 크게 잘못될 수가 있지요. 우려되는 일들이 많은 건 분명해요.”
—가장 큰 문제점은 뭡니까.
“내부, 외부 요인으로 나눠봅시다. 먼저 외부 요인으로 중국의 부상(浮上)을 들 수 있어요. 중국이 미국과 경쟁관계를 넘어 갈등양상을 보이면 우리로서는 아주 불리해요. 우리는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발을 담그고 있습니다. 줄타기를 잘 해야 해요. 또 다른 요인으로 ‘블랙스완(Black Swan·극히 드물지만 일단 상황이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을 주는 현상)’인 북한의 불안전성을 들 수 있겠지요.”
—그럼 내부적 요인은요.
“뭐니뭐니 해도 고비용(고임금) 문제죠. 우리의 1인당 국민총생산(GDP)은 대만과 비슷한 2만 달러 수준입니다. 그런데 구매력평가(Purchasing Power Parity) 인당(人當) 소득은 3만5000달러로, 대만의 3만8000달러보다 적어요. 그런데도 대졸자(大卒者) 초임(初賃)은 우리가 세 배나 높아요. 대만의 대졸자 초임 월급은 1000달러 내외입니다. 우리 돈으로 100만원 수준이에요. 우리의 사회 전반 급여 수준은 대만보다 두세 배 높아요. 그만큼 경쟁력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정 소장은 또 다른 요인으로 강성(强性) 노조를 들었다.
“대만에는 정치색 짙은 강성 노조가 없습니다. 대만은 경제적으로 중국 의존도가 우리보다 훨씬 높아요. 대만의 웬만한 기업은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고 보면 돼요. 근로자들이 임금을 올려달라고 하면 생산을 중국으로 이전하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지난 12년 동안 대만의 임금은 거의 동결 수준이었어요.”
—대만의 경제규모가 상당한 걸로 알고 있는데 월급 100만원을 받고 어떻게 사나요.
“저도 궁금해서 지난 6월 직접 대만에 가봤어요. 현실은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했어요. 젊은이들요? 제대로 못 살고 있었습니다. 맞벌이를 해도 살기 어려웠어요. 대만은 우리보다 조세부담률이 3분의 2 수준으로 낮습니다. 그런데도 근로자들의 생활은 우리보다 형편없었어요. 중국 의존도가 높고, 월급은 적고, 살기는 어렵고…. 그게 대만의 현실입니다. 좀 극단적인 상황이지만, 여하튼 우리의 급여 수준이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삼성전자 착시현상
국내 30대 대기업 중 12개 그룹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제대로 못 내는 실정이다. 한국의 대기업은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고 정구현 소장은밝혔다. 사진은 지난 9월 30일 그룹 3개 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동양그룹.
정구현 소장은 ‘대기업 강성 노조가 주도하는 고비용 구조’와 함께 ‘시장테스트를 받지 않는 정부 부문의 비대화’도 한국의 위협요인이라고 했다.
“신(神)이 내린 직장, 신도 모르는 직장이라는 말이 있어요. 이들 직장의 특징은 급여가 많고, 근무조건이 훌륭하며, 직장 안정성이 높습니다. 이런 직장이 어디냐, 바로 정부의 입김이 센 공기업이나 금융기관입니다. 이들 기업들은 시장의 테스트를 받을 이유가 없어요. 그러다 보니 노조의 힘은 더욱 세집니다. 얼마 전 모(某) 공기업에 신임 사장이 출근하는 첫날, 노조가 출근 저지운동을 벌였어요. 신임 사장 길들이기를 하는 거죠. 새로 부임한 사장은 노조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게 공기업의 현실입니다. 국내 금융권, 특히 주요 은행들도 마찬가지예요. 정부 지분이 없어도 업무 성격상 정부의 통제를 받으며 보호도 받고 있지요. 그러면서 시장 경쟁력은 키우지 않아요. 비효율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정구현 소장은 “일본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일본이 왜 저렇게 됐는지 아세요? 80년대까지는 잘나갔지만 90년대 이후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나타났지요. 이유가 뭘까요. 일본의 경제·사회적 폐쇄성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지요. 정부와 정치권이 기업 또는 이익집단에 포획된 것도 주요 원인이고, 난국(難局)에 처해 있을 때 과감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의사결정구조도 큰 문제지요. 묘하게도 지금 우리나라는 일본이 앓고 있는 문제에 봉착해 있습니다. 정부와 정치권이 국내 이익집단의 논리에 끌려가고 있고, 주요 현안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어요.”
—세계적 경기불황으로 국내 일부 대기업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믿고 싶지 않겠지만 전통적인 국내 대기업의 미래는 어두워요. 30대 그룹 중 12개 그룹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익은 없는데 지출은 계속 늘고 있지요. 수익성이 낮은 기업이 높은 임금을 지불하다 보니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국내 대기업에는 삼성전자 착시현상이 있어요. 삼성전자를 뺀 대기업의 수익성은 국내 중견기업보다 낮아요. 대기업은 앞으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겁니다.”
—왜 이런 상황이 온 거죠.
“다각화의 함정에 빠졌기 때문이에요. 건설, 조선, 해운 등으로 무리하게 업종을 넓혔어요. 대기업 오너의 구조적 문제도 있고요. 오너 입장에서는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 사업을 다각화할 수밖에 없어요. 감히 말씀드리자면 이제 한국 재벌은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타개책은 없나요.
“지배구조, 경영전략을 확 바꿔야 해요. 경쟁력 있는 분야를 전문화, 국제화해야 합니다. 오너 중심의 의사결정구조도 바꿔야 해요. 전문경영인 제도도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하고요. 오너 체제가 가진 장점과 전문경영인 체제의 장점을 잘 섞어야 해요. 삼성전자가 좋은 모델이라고 볼 수 있어요. 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업입니다. 이건희(李健熙) 회장, 이재용(李在鎔) 부회장이 다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아요. 오너와 전문경영인 체제가 적절히 융합돼 있어요.”
대기업은 세 가지 테스트를 거쳐야 산다
강성 노조에 의한 고비용 구조가 한국 경제의 주요 위험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 8월 ‘2013 중앙쟁대위 출범식’을 가진 현대자동차 노조.
—정치권은 표를 의식해서인지 걸핏하면 대기업을 손보겠다는 입장입니다.
“대기업들은 세 가지 테스트, 다시 말해 시장 테스트, 2·3세 후계자 테스트, 사회 테스트를 거쳐야 살아남습니다. 특히 높은 도덕, 윤리적 잣대를 들이대는 사회 테스트를 통과하기란 결코 쉽지 않아요. 기업 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거죠. 상황이 이러한데 정치권까지 나서 기업을 손보고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냥 놔둬도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대기업이라고 대마불사(大馬不死)하는 시대는 지났어요. 무너지는 기업들이 계속 나올 겁니다.”
—우리 사회의 고비용, 공공부문 개혁 등 시급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합니까.
“사회 전체가 비용을 줄여야 해요. 급여를 동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고통을 분담해야 합니다. 그렇게 안 하면 기업도 근로자도, 노조도 힘들어져요. 수익성을 높여야 근로자도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노사정(勞使政) 모두 위기의식을 가져야 해요. 정부 부문은 뼈를 깎는 고통이 필요합니다. 공공부문은 과감히 축소시켜야죠. 요즘 민영화라는 말이 슬그머니 사라졌는데 다시 개혁의 칼을 꺼내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결단력 있는 리더십이 절실합니다. 더 큰 위기가 오기 전에 현명하게 대처해야 해요. 일본을 봐요. 20년간 지속된 경제적 불황에 이어 지진(地震)·후쿠시마 원전(原電) 사태까지 발생하니까 국민들이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라고 다를 게 없어요. 지난 4월 세계적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가 ‘한국 경제는 서서히 뜨거워지고 있는 물속의 개구리 같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습니다. 경제성장률이 8%→5%→2%대로 떨어지고 가계부채는 해마다 늘고 있는데 정작 한국은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저는 맥킨지의 평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정구현 소장은 “지난 60년간 우리나라는 놀라운 속도로 경제발전을 이룩했다”면서 “이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미래를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향후 15년간 한국이 무엇을 하는가에 따라 ‘완전한 성공’으로 거듭날지 아니면 ‘미완의 추억’으로 그칠지 판가름이 날 것이라 전망했다.
—왜 15년입니까.
“향후 15년 안에 세계경제의 지도는 근본적으로 바뀌고 한반도의 지정학적 변동 또한 일어날 겁니다. 한마디로 한국 경제의 내적 동력이 변화하는 시기이죠. 15년 후인 2027년에는 우리나라가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합니다. 인구의 20% 이상이 노령인구(65세 이상)가 돼요. 이렇게 되면 노인복지 부담도 늘어나고 경제성장 또한 어려워져요. 그 무렵 중국은 경제력에서 미국과 동등하게 될 겁니다. 중국의 성장과 북한 체제의 변화는 우리에게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15년 내에 남북통일이 이뤄질까요.
“단정할 수는 없지요. 하지만 15년 이전에 어떤 형식으로든 북한 체제는 지금과 완전히 달라질 겁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지금의 북한 체제는 붕괴하게 돼 있어요.”
성공 속에서 싹튼 실패의 씨앗
공기업 개혁 또한 시급하다. 부채 상위 10대 공기업의 부채와 올해 부채증가액.
—우리는 6·25전쟁 이후 배불리 먹고, 잘살기 위해 오로지 앞만 보며 달려왔습니다.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라는 제도가 한국인의 학습동기, 성과주의라는 가치관과 결합해 기적(奇跡)을 일궈냈습니다. 기존의 성공 방정식이 앞으로도 유효할까요.
“성공 속에서 싹튼 실패의 씨앗이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정학적 상황, 경제정책, 정치민주화 그리고 일과 공부에의 몰입 등으로 성장을 이끌어왔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미래를 위협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요. 그동안 미국만 잘 잡고 있으면 경제는 물론 안보·군사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었어요. 이제는 중국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두 나라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아야 해요. 참으로 어려운 상황이죠.
민주화와 관련해 현재 우리는 정치과잉 현상을 보이고 있어요. 정치 논리가 다른 영역까지 침범하고 있습니다. 정치의 선진화가 시급해요. 정치권이나 정부가 관여하지 않는 산업에서는 오히려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을 정치권은 명심해야 합니다.”
—우리는 기적의 성과를 냈음에도 행복지수가 높지 않다는 조사가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선진국의 경험을 비춰보면, 1인당 GDP가 2만 달러를 넘으면 행복지수는 더 이상 올라가지 않는다고 해요. 물질적인 것에서 행복을 찾을 수 없는 단계에 이른 거죠.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예요. 치열한 경쟁, 남과 비교하는 강렬한 평등의식이 너무 강해요. 다양성을 존중하는 성숙한 의식이 요구됩니다.”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창조경제를 내세웠습니다. 성공할까요.
“창조경제의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빠른 모방자)로서 성공했어요. 이제는 창조적 리더 역할을 해야 해요.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개인과 민간(기업)이 창의성을 발현하기 위해서는 경제환경이 자유로워야 해요. 그런데 지금 분위기는 반대로 가고 있어요. 그게 경제민주화로 포장돼 있습니다. 기업 하기 쉬운 여건을 만들어주지 않는 한 창조경제는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시장기능을 그대로 놔두니까 강자(强者)가 너무 세지고 약자(弱者)가 불평등한 대우를 받기 때문에 경제민주화를 하자는 것 아닌가요.
“논리는 맞습니다만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가 충돌하는 모순이 있습니다. 경제민주화는 다른 말로 하면 규제 강화입니다. 창조경제는 정부 역할 축소 그리고 규제 완화입니다. 경제민주화를 하겠다며 대기업에 ‘빵집은 하지 마라. 그건 중소기업의 영역이다’고 규제해요. 중소기업 업종 전문화 제도는 이미 실패해서 용도폐기된 겁니다. 그런데 슬그머니 다시 나타나고 있어요. 경제민주화를 내세우면 시장의 자율성은 오히려 약화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정부는 국민이 원하는 것이 뭔지 정확히 알아야 해요.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복지 혜택을 늘리는 것, 그게 국민이 원하는 겁니다. 그런데 보세요. 국민이 원하는 것을 해결하는 주(主) 행위자는 누구입니까? 바로 기업이죠. 그렇다면 정부는 기업활동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해요. 현 정부는 젊은이들의 창업(創業)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는데 창업은 ‘대박’을 터뜨릴 가능성이 있을 때 하는 겁니다.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대박도 낼 수 있어요. 그런데 희한하게도 일부 정치권·국민들은 기업이 잘되는 정책을 펴면 ‘부자(富者)만 살리는 정책이다’, ‘비(非)서민적이다’라는 논리로 아우성입니다. 기업이 왜 부자입니까? 기업에서는 부자(자본가)도 일하지만 보통 사람이 훨씬 더 많이 일합니다. 법인세 인하를 부자감세라고 반대하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정치권이 말도 안 되는 논리로 국민을 선동하면 안 됩니다.”
모든 공약 실행하려는 것은 더 큰 罪惡
—경제를 살리고 1인당 GDP 3만 달러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경제 전문가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경제성장을 촉진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서비스산업의 빅뱅입니다. 여기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해요. 서비스 분야 중에서 의료서비스와 금융서비스가 가장 희망적입니다. 영리병원도 인정하고 금융 분야의 규제도 확 풀어야 해요. 물류, 광고, 컨설팅 등 기업을 상대로 하는 전문서비스 분야도 활성화해야 합니다. 그 출발은 규제 완화입니다. 규제를 푸는 데 거액(巨額)이 드는 것도 아니죠.”
—현오석(玄旿錫) 부총리도 KDI 원장으로 있을 때 ‘서비스산업 규제 완화’를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정부에 들어간 후에 묘안(妙案)이 나온 게 없어 보입니다.
“구조적인 문제라고 봐요. 현 부총리는 내용을 다 알 거예요.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해요. 박근혜(朴槿惠) 대통령께서 직접 나서 규제 완화 현안(懸案)을 하나씩 챙기는 겁니다. ‘경제 살리기가 가장 중요하고, 서비스산업 빅뱅이 나의 목표다, 일주일에 한 건씩 규제를 풀어라’고 하면 성과는 분명 있을 거라 확신해요.”
—그렇다면 경제민주화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네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정부 차원에서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없어요. 대한민국은 자유무역국가입니다. 미국, 유럽 등 세계 주요 국가들과 FTA도 체결했습니다. 이미 글로벌화(化)한 기업이 많아 특혜를 줄 수도 없어요. 중국과 FTA를 체결하면 대한민국의 연간 수입품의 3분의 2가 무(無)관세로 들어오게 됩니다. 자유무역, 글로벌 경쟁상황에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가입하면 상황은 더욱 치열해져요. 오히려 국내 시장에 안주하고 독과점(獨寡占) 형태로 남아 있는 기업은 대기업이 아니라 공(公)기업입니다. 공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노출돼 있나요? 토지주택공사, 가스공사, 한전, 코레일 등이 경쟁에 노출돼 있나요? 절대 아닙니다.”
—복지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복지는 명료합니다. 재정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복지를 확대한다, 이게 답입니다. 그러면 어느 부분을 확대해야 할까요. 세 가지입니다. 노인빈곤 해결, 육아지원, 의료혜택 확대입니다. 노인빈곤 해법은 기초노령연금을 기본적으로 늘리는 겁니다. 최근 정부가 기초노령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적절한 조치라고 생각해요. 이런 말이 있어요. ‘선거 중에 공약(公約)을 남발하는 것은 죄악이다. 그러나 선거 후에 모든 공약을 실행하려는 것은 더 큰 죄악이다’라는 말처럼 공약 특히 복지 정책은 국가재정을 고려해야 합니다.
한 가지 지적할 게 있습니다. 대학생 등록금 반값 정책은 해서는 안 됩니다. 인력구조 면에서 엉터리 대학교육을 받은 대졸자가 너무 많아요. 4년제 대학을 졸업하면 눈이 높아져 대기업에만 취직하려 해요. 4년제 대학의 3분의 1이 문을 닫아야 해요. 그런 대학에 왜 학비를 대줘야 합니까.”
강제성 있는 재정준칙 만들어야
저출산, 고령화로 노동인구 감소와 설비투자 위축, 낮은 서비스산업 생산성 등으로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국가부채가 늘고, 실업률이 증가해 경제가 어려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전(前) 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사업과 관련해 공기업의 부채가 늘어나면서 국가부채도 늘어났다고 합니다. 공기업 부채까지 포함해 900조원이 넘는다고 하는데요.
“국가부채를 보는 몇 가지 기준이 있습니다. 공기업을 포함시키는 문제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요. 일단 우리나라는 OECD 기준으로 볼 때 국가채무가 400조원이 조금 넘습니다. GDP 대비 35%에 해당하죠. 개인적으로 우리의 부채 규모는 아직 여유가 있다고 봐요. GDP 대비 70%까지는 괜찮다는 게 국제적인 기준입니다. 현재 OECD 국가의 평균 부채는 100% 수준입니다. 한국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세계 경제 침체에서도 그나마 견딜 수 있는 것은 경상수지 흑자와 정부의 재정건전성 덕입니다.”
—그럼 복지 혜택을 늘려도 되겠네요.
“불행히도 인구 노령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어요. 조세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지금의 복지 정책만 실행한다고 해도 몇 년 지나지 않아 국가부채가 GDP 대비 60~70%에 이를 것이라 해요. 이제 우리도 강제성이 있는 ‘재정준칙(fiscal rule)’을 만들어야 해요. 재정 적자가 GDP의 몇 % 이내여야 한다, 국가부채는 얼마 이하로 유지한다는 내용의 재정준칙 말입니다. 정치권이 재정준칙을 만들어 정부가 이행하도록 해야 합니다. 폴란드의 경우, 헌법에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라고 조항까지 있지요. 그런데 우리의 정치권이 과연 이 일을 해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포퓰리즘 정치를 하는 우리 정치권이 말이죠.”
정구현 소장은 복지 혜택을 늘리려면 기본적으로 세금을 더 거둬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증세(增稅) 없는 복지 확대’를 계속 말합니다. 이는 일시적으로는 가능하나 장기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복지를 늘리려면 세금을 더 거둬야죠. 현재 법인세를 늘리는 것은 어려워요. 세계적으로도 감소 추세입니다. 개인 소득세도 최대 38%에 달합니다. 지방세까지 합치면 40%가 넘어요. 유일하게 늘릴 수 있는 게 부가가치세입니다. 10%인 현행 부가가치세 제도는 1977년에 만들었죠.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올린 적이 없어요. 유럽의 평균 부가가치세는 19%이고 25%가 넘는 나라도 있어요. 이번에 일본은 소비세를 5%에서 8%로 높였습니다. 우리도 국가 재정을 생각할 때 부가가치세를 10%에서 12%로 올려야 해요. 통일이 되면 14%까지 올려야 한다고 봅니다.”
—현 정부가 부가가치세를 올릴까요.
“절대요. 어느 정부가 올리겠습니까. 지지도가 팍팍 떨어질 텐데요. 하지만 복지나 고령화사회를 생각한다면 증세는 불가피해요. 우리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지금부터 해야 합니다.”
국제화 4.0시대의 특징
경제활성화를 위해서는 서비스산업의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 OECD 국가의 서비스산업 취업자 비율 순위.
정구현 소장은 최근 들어 ‘국제화 4.0’을 주장하고 있다. 국제화 1.0시대가 1970년대 중반의 종합상사로 대변되는 초기 무역시대를 말한다면, 국제화 2.0시대는 1988~89년에 시작된 본격적인 국내 경제 개방시대를 일컫는다. 원화·유가(油價)·금리(金利)의 하락 이른바 3저(低)시대에 한국은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면서 개방의 저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국제화 3.0시대는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국내 자본시장의 전면 개방 및 한국 기업의 해외진출이 활성화된 시대를 말한다. 이때 몇몇 글로벌 기업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정 소장은 국제화 4.0시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독특한 기술이나 콘텐츠만 있으면 해외에 지사(支社)나 현지법인을 세우지 않고도 해외 진출이 가능한 시대입니다. 국내에서 카카오톡이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선점하니까 NHN은 ‘라인’을 만들어 일본 시장을 비롯해 태국, 인도네시아 시장을 완전 장악했습니다. 가입자 수로 따지면 라인이 카카오톡의 두 배에 달합니다. 이제 연구개발, 부품생산, 조립, 판매, 마케팅, 브랜딩 등 거의 모든 부가가치 활동을 해외에서 할 수 있는 시대가 됐어요. 기업은 이런 활동을 가장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곳에서 기업을 해야 경쟁력이 생기는 시대가 됐지요. 이런 시스템을 ‘글로벌 혁신 및 생산시스템’이라 부릅니다. 국제화 4.0시대의 특징은 모든 기업이 국제화를 하지 않으면 안 될 뿐 아니라 기업의 모든 활동이 국제화의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 정부는 우수한 인력, 유연한 노동시장, 기업에 우호적인 정치 및 사회환경, 효율적인 정부, 제대로 작동하는 자본시장, 좋은 인프라, 수준 높은 소비자를 만들어 국가경쟁력을 높여야 합니다.”
—제조업 강국이 경제강국이라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리쇼어링(reshoring·비용 등의 이유로 해외로 진출했다가 다시 본국으로 돌아오는 것)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우리의 경우 이를 ‘유턴’이라고 부릅니다. 국제화 4.0시대에 맞게 새로운 방식의 제조업을 강화해야 하지 않을까요.
“중국에 진출한 미국기업 중 30%가 본토로 돌아가겠다고 합니다. 중국의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이런 현상은 계속 늘 것이라 생각해요. 사실 미국은 에너지 가격이 저렴하고 싼 노동력이 계속 유입되고 있습니다. 지적재산권도 제대로 보장받을 수 있고요. 얼마 전 경기개발연구원도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는데 한국기업 중 5%가 국내로 돌아오겠다고 했어요. 미국에 비해 낮은 수치이지만 돌아오겠다는 기업의 이유를 들어보면 재미있습니다. 연구개발과 핵심부품은 한국에서 생산하겠다는 거였어요.”
—R&D나 핵심부품 생산만으로 일자리 창출이 제대로 되겠습니까.
“우리나라가 노동력 부족국가라는 점을 인식하는 사람이 드물어요. 현재 국내 경제활동 인구는 3600만명 정도인데 2016년부터 감소합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3D 업종에서는 일을 안 해요.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겁니다. 따라서 신규 일자리는 고부가가치 업종에서만 가능합니다. 생산은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하고 연구개발, 고차원의 디자인, 지식 집약적 산업 등은 국내에서 하는 거죠. 이런 산업을 집중 육성해야 합니다. 이게 바로 국제화 4.0입니다.”
‘神이 내린 직장이나 神도 모르는 직장엔 가지 마라’
정구현 소장은 “한국의 정치문화를 시급히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국회의원들이 자기 말과 행동에 대해 책임을 안 집니다. 4년에 한 번씩 심판을 받기 때문에 거짓말을 쉽게 하지요. 문제 있는 정치인은 국민이 기억했다가 선거 때 꼭 심판해야 합니다. 기업은 매일매일 심판을 받아요. 소비자는 제품 품질 평가를 통해 기업을 심판합니다. 우리 경제는 이미 글로벌화돼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정치는 아직도 로컬 수준입니다. 선진국이란 어떤 나라를 말합니까. 정치 수준이 글로벌 기준에 오른 나라들입니다. 글로벌 시각에서 경제를 봐야 하는데 로컬 시각에서 문제를 풀다 보니 괴리가 생기는 겁니다. 한국 정치에서 포퓰리즘이 심화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좋은 정치 지도자의 조건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까.
“‘지옥으로 가는 길은 좋은 의도로 포장돼 있다’는 영국 속담이 있어요. 국민을 위한다고 하지만 그게 망하는 길이라는 뜻이죠. 포퓰리즘도 듣기에는 아주 좋습니다. 그러나 결말은 최악이죠. 정치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첫 번째 조건은 자신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게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정치를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대통령과 같은 국가 최고 지도자는 결정적 순간에 과단성 있는 결정을 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흔히 일본의 리더십을 ‘합의에 의한 의사결정 리더십’이라고 합니다. 이런 의사결정구조는 평화 시에는 괜찮지만 위기 때는 맞지 않아요. 지금 우리나라는 위기 상황입니다. 이런 시기에 정치와 경제 모든 분야에서 과감한 결정이 필요해요.”
—현재 한국과학기술원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데 학생들에게 어떤 얘기를 주로 합니까.
“‘지금 신이 내린 직장, 신도 모르는 직장에는 가지 마라’고 얘기합니다. 편하고 월급 많이 받는 직장은 퇴직 후 할 게 없어요. 자기 계발할 기회를 잃는 거죠. 지금 젊은이들은 앞으로 80세, 90세 넘게 살 거 아닙니까. 오래가는 사람은 계속 공부하는 사람입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꾸준히 학습하겠다는 삶의 각오를 다져야 합니다.”⊙
[트레킹 | 정신과 명의 이홍식 교수와 ‘힐링 트레킹’] “가슴 떨릴 때 걸어야지, 다리 떨릴 때 못 걷잖아요!”
- 입력 2013.10.22 10:35
무릉계곡·오대산 소금강·전나무숲 등 2박3일 일정 다녀와
“가슴 떨릴 때 걸어야지, 다리 떨릴 때는 못 걷잖아요.”
<월간山> 주최 힐링트레킹(Healing Trekking)에 참가한 50대 후반의 한 여성이 걸으면서 한마디 던진다. 같이 걷던 다른 60대 참가자가 그 말을 받아 “맞아, 아직 걸을 수 있을 때 많이 돌아다녀야 인생을 건강하고 즐겁게 보내지, 이런 건 나중으로 미루면 안 돼”라고 맞장구친다.
힐링트레킹 참가자들은 대부분 50대 이상이다.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참가해서 한국의 대표적 정신과 명의 이홍식 연세대 명예교수와 함께 걸으면서 ‘힐링’이나 은퇴 이후 ‘제2의 인생(Second Life)을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주제로 대화를 주고받거나 강연을 들었다.
9월 11~13일 실시한 제5차 힐링트레킹은 동해 무릉계곡을 시작으로 설악산 비선대, 오대산 소금강 등을 거쳐 오대산 전나무숲, 선재길 걷는 것을 끝으로 2박3일간의 일정을 무사히 마쳤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주제로 이 교수와 참가자들은 알찬 내용의 대화를 주고받았다.
50대 이상의 참가자들이 자연을 보고 가슴이 떨릴 수 있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다. 아직 감성이 살아 있다는 반증이다. 삶을 즐길 수 있는 힘이 있는 것이다. 살아 있는 감성에 이홍식 교수의 건강한 삶에 대한 강연을 더한다. 인생 멘토(Mentor)로서의 역할이다.
첫날 동해 무릉계곡을 걷는 것으로 힐링트레킹이 시작됐다. 서울에서는 비가 주르륵 주르륵 내렸지만 다행히 영동지방은 구름이 백두대간 고개를 넘지 못한 듯 그냥 찌푸린 날씨다. 마침 이홍식 교수가 서울의 지인과 통화를 한다.
“서울에는 억수 같은 비가 쏟아지는데, 거기는 괜찮나?”
“지금은 조금 흐린 날씨지만 하늘을 보니 점차 갤 분위기다.”
“역시 복(福)을 부르는 사람이야.”
이 교수 덕분인지 서울과 달리 사람도 없는 호젓한 무릉계곡 트레킹을 마음껏 즐겼다.
동해 두타산(1,352.7m) 자락의 무릉계곡은 명승 제37호로 입구 호암소에서 시작해 용추폭포가 있는 곳까지 약 4km에 달하는 계곡을 말한다. 맑은 계류와 소(沼), 폭포와 기암괴석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고 있다. 무릉계곡이라는 이름은 조선 선조 때 삼척부사 김효원이 신선이 노닐었다는 전설이 있는 무릉도원의 풍광과도 견줄 만하다고 해서 붙였다.

계곡 입구에 들어서면 수백 명이 앉을 만큼 넓은 무릉반석을 시작으로 학소대, 옥류동, 쌍폭포, 용추폭포 등 수려한 풍광이 펼쳐진다. 사람들은 빼어난 산수를 보고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로 감탄해 마지않는다. 예로부터 이를 두고 ‘동해안 제1의 산수’라고 칭송했다고 전한다.
고려시대 이승휴가 무릉계곡의 아름다운 경관을 보기 위해 머물러 <제왕운기>를 저술했고, 조선시대 4대 명필 중의 한 사람인 봉래 양사언이 이곳 풍광을 찬미한 글을 암각해 놓았다. ‘武陵仙源(무릉선원), 中臺泉石(중대천석), 頭陀洞天(두타동천). 玉壺居士(옥호거사) 辛未年(신미년)’이라고 새겨져 있다. 무릉선원은 도교(신선)사상을, 중대천석은 불교 혹은 유교사상을, 두타동천은 불교사상을 나타낸다. 무릉계곡은 모든 사상을 아우른 계곡인 셈이다.
그 무릉반석을 지나고 있다. 사람들은 “야, 대한민국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다니!”라며 연신 감탄한다. 무릉반석 바로 옆에는 앉아서 쉬어갈 수 있는 정자인 금란정도 있다. 삼화사 일주문을 지나 계곡 옆길로 계속 트레킹한다. 용이 지나간 흔적을 남긴 용오름길도 계곡 속에 남아 있다. 계곡 바닥에 시커먼 자욱이 끊임없이 이어져 있다. 그게 용이 지나가면서 남긴 흔적이라 한다.

참가자들은 아는 듯 모르는 듯 열심히 걷는다. 때로는 자연을 보고, 때로는 대화를 하며, 때로는 자기 발을 보며…. 알게 모르게 자연과 교감을 나누고 있다. 이런 순간이 바로 일상으로부터 자신을 탈출시키는 ‘힐링’인 것이다. 장군바위와 병풍바위, 선녀탕, 쌍폭포, 용추폭포를 지나 깎아지른 듯한 철계단으로 올라가는 하늘문까지 올랐다. 하늘문에서 맞은편 발바닥같이 생긴 바위를 일제히 바라본다.
첫날 3시간가량의 동적명상을 마치고 저녁 식사 뒤 이 교수의 강연이 이어졌다. 육체와 정신을 동시에 힐링하는 것이다. 이 날의 주제는 참가자들의 연령을 고려해서 ‘제2의 인생(Second Life)’이었다.
이 교수는 “왜 그렇게 열심히 살았나?”는 화두성 질문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어느 성공한 기업인에게 똑 같은 질문을 던졌더니, 그 사람은 “아무 생각 없이 먹고 살기 위해 살았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내 인생을 살고 싶다”며 그동안 막혀 있던 눈물샘이 터져 나오더라는 거였다. 다음은 이 교수의 강연을 전문에 가깝게 정리한 내용이다.

“35년 임상 진료하면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대개 큰 병이나 재앙을 당하면 사람이 달라져요. 환경의 변화나 질병에 의해 달라지는 것도 세컨드라이프입니다. 직장 은퇴나 퇴직 뒤 달라지는 것도 물론 이에 해당하죠.
나도 스스로 교수를 그만두면서 찾고자 한 게 세컨드라이프였습니다. 내가 좋아서 뜻 있는 일에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싶어 세컨드라이프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이 ‘세컨드라이프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숙제가 생겼어요.
우리나라는 고령화 사회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했습니다. 현재 우리 사회의 기대수명은 86세입니다. 매우 급속도로 수명이 연장되고 있습니다. 몇 년 내 100세시대가 됩니다. 이제 환갑은 의미가 없어졌고, 신체적 노화는 자기도 모르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노화는 감정조절이 잘 안 되고 주변과 잘 조화를 이루지 못 할 때를 그 징후로 보면 됩니다.
누구나 세컨드라이프를 맞이할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에 살던 패턴을 달리해야 하는데,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습니다. 돈이 많다고 노후가 보장되는 건 절대 아닙니다. 돈이 많다고 세컨드라이프가 보장되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심리적으로 홀로서기를 해야 합니다. 홀로서기를 어떻게 해야 합니까? 미리미리 해야 합니다. 저절로 되는 건 절대 아닙니다.
남자들도 갱년기가 있습니다. 말이 적어지고, 감동도 별로 없어지고, 사고는 위축되고, 잠이 잘 안 오고 등등의 증세가 나타납니다. 이런 징후들이 갱년기의 신호입니다.
세컨드라이프를 어떻게 맞이해야 하느냐 하면, 내면적 가치를 들여다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 대안이 명상입니다. 종교적 체험이나 종교적 차원의 명상이 아니고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명상입니다. 불교 명상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일종의 ‘의료명상(Medical Meditation)’인 것이죠.
웰빙(Well-being)은 외형적입니다. 마음속에 생기는 뭔가를 처리하지는 못합니다. 부정적이고 서러운 감정이 쌓이고 외로움을 느낄 때 웰빙으로는 해결이 안 됩니다. 그래서 힐링이 나온 겁니다. 결국 내적인 문제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그것의 핵심은 내 자신이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힐링은 고치는 게 아니라 저절로 일어나게, 즉 몸과 마음이 바르게 일어나게 하는 과정입니다.
그 큰 축이 트레킹입니다. 명상, 즉 동적명상입니다. 트레킹을 명상적 접근으로 봅니다. 목적을 두지 않고 풍광을 즐기면서 편안하게 걷는 것이 트레킹입니다.
서양에서는 외형적 가치보다 내면적 가치를 중시한 명상에 매료됐습니다. 인간이 무엇으로 힐링을 할 것인가의 답은 명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동적명상, 즉 트레킹을 권하는 것입니다. 걷는 속도나 풍광을 보면서 생각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명상은 휴식입니다. 욕구와 생각을 내려놓고 걷는 것입니다. 부정적 감정이나 원망을 잠시 꺼둡니다.
어딘가로 훌쩍 떠나서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몸은 휴식할지 몰라도 정신이나 뇌는 전혀 휴식을 취하지 못합니다. 현재 이 순간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생각이 자동으로 나옵니다. 이를 자동뇌관이라고 합니다. 자극이 가해지면 자동적으로 반응이 나옵니다. 명상은 자극과 반응 사이의 간격을 넓혀 주면서, 자신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합니다. 과거엔 즉각 반응이 나오던 것이 명상을 통해 간격을 가져가면, 자신의 달라진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명상적 습관은 매우 좋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건강을 네 가지로 나눴습니다. 육체적·정신적·사회적·영적인 건강이 그것입니다. 이 네 가지가 건강해야 사회적 관계도 원활해집니다. 50~60대에 건강을 유지하기 좋은 운동이 명상효과까지 볼 수 있는 트레킹입니다. 하루 정도 걸어서는 잘 모릅니다. 최소한 사흘 이상은 걸어야 합니다. 걸을 때 자연을 받아들이고 자연의 일부가 돼야 합니다. 특히 아침에 새소리, 물소리를 들으며, 나무와 숲을 보고 걸으면 그게 바로 명상입니다.
3일 정도 계속 걸으면 동적명상이 어느 정도 적응이 돼갑니다. 내 몸이 어떻게 변화하는가는 계속 걸으면 느낄 수 있습니다. 초기엔 발목, 무릎이 아프고, 일주일 정도 걸으면 내 몸이 만들어져 가는 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2주, 나아가 한 달까지 계속 걸을 수 있는 겁니다. 습관이나 행동의 변화는 최소한 2~3주 필요합니다. 길게 걸어야 합니다.
세컨드라이프를 제대로 즐기려면 운동을 하고, 건강한 식습관을 갖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세 가지를 꼭 지키며, 나쁜 습관을 고쳐야 합니다. 죽기 전에 어떤 사람들은 “내가 그 습관을 못 고친 게 후회된다”고 말하곤 합니다. 나쁜 습관을 고치고, 운동하고, 좋은 음식 먹는 것이 세컨드라이프에 가장 중요합니다. 건강검진보다 더 중요합니다.
세컨드라이프에선 좋은 일, 즐거운 일은 뒤로 미루지 마세요. 먹고 싶은 것 먹고, 하고 싶은 것 하세요. 제1의 인생이 내일을 위해서 살았다면, 제2의 인생은 현재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생자필면(生者必眠)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다 죽습니다. 죽음을 성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세컨드라이프는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과거의 인간관계, 권력, 돈, 섹스로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자기 스스로 느끼면 할 수 있는 게 명상입니다. 인생은 고통의 연속입니다. 고통의 원인은 욕심과 집착입니다. 고통 끊는 방법이 바로 명상입니다.
명상을 했더니 면역력이 높아지고, 스트레스가 내려가고, 창의력이 커지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장수효소가 늘어나 노화가 안 온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뇌의 두께가 두꺼워져 치매가 안 온다는 결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됐습니다.
결국 세컨드라이프의 화두, ‘내가 뭘 하고 싶은가’를 찾아야 합니다. 내가 선택하고 의도하는 삶이 뭔지 알아야 합니다. 누구에게나 다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자기를 찾지 않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에 대한 재미있는 일화가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보석을 훔쳐 달아나던 사람이 잡힐 위기에 처하자 거지 주머니에 보석을 숨겼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체포됐지만 거지도 계속 그대로 거지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거지는 자기 호주머니에 손을 넣은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자신을 찾지 않은 모습을 비유한 것입니다.
자기가 주도하는 삶이 세컨드라이프입니다. 나는 35년간의 의사생활을 그만두고 트레킹을 택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었습니다. 내가 주관하는 삶입니다. 인생의 거품을 빼고 다운사이징하고, 절약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러면 영적인 느낌을 갖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명상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은 동적명상, 즉 트레킹입니다. 세계보건기구의 4가지 건강요소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이 바로 트레킹인 것입니다. 트레킹을 통해 세컨드라이프를 즐겨보십시오.”
중년의 동심으로 돌아간 듯 빗속 트레킹

이튿날 오전엔 설악산 비선대와 오후엔 오대산 소금강을 트레킹했다. 오대산 소금강은 한국 명승 제1호다. 소금강이란 이름은 조선시대 율곡 이이가 빼어난 산세가 마치 금강산을 축소해 놓은 것 같다고 해서 붙여졌다. 그가 쓴 <遊靑鶴山記(유청학산기)>에 나온다. 청학산은 소금강의 옛 지명이다.
소금강은 옛날부터 맑은 폭포와 수려한 기암괴석,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그 모습이 마치 작은 금강산에 버금갈 정도로 천하절경이었다고 한다. 청학산은 학이 날개를 편 듯한 형상이라 하여 이름 붙여졌다.
입구에서 출발한 참가자들은 십자소→연화담→식당암→금강사→구룡폭포를 지나 만물상에 있는 귀면암까지 왕복 8km남짓 거리를 거뜬히 걸었다. 소금강에서도 자연이 빚은 천연의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지명이나 명칭도 금강산의 그것을 그대로 따왔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이 교수가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세상에 가장 강한 사람이 누구인지 압니까?”
“……”
“자기 자신을 이기는 사람입니다. 그러면 세상에 가장 부유한 사람이 누구인지 압니까?”
“……”
“자기가 가진 것에 만족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여러분도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며 삶을 즐길 줄 알면 세컨드라이프에 성공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어느덧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다. 서울에서는 계속 비가 내렸지만 절묘하게 비를 피해 다녔는데, 오대산 가는 길엔 비를 피할 수 없었다. 전나무숲을 가볍게 산책하고 오대산 옛길인 ‘선재길’을 걸으려 하는데 비가 쏟아졌다. 그래도 걷자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전부 우의를 꺼내 입고 일제히 빗속을 걸었다. 모두들 의욕만큼은 젊은 시절로 돌아간 듯했다. 중년의 동심이 되는 순간이었다. 모두들 오히려 빗속을 걷는 동심으로 돌아간 게 더 기억에 남는 듯했다. 힐링이 되고 추억으로 남는 힐링트레킹이었다.
조용헌 박사와 ‘동양학 트레킹’
<월간山>6차 힐링트레킹
<월간山> 6차 힐링트레킹은 한국 최고의 숲인 장성 편백나무숲과 담양 죽녹원~관방제림~ 메타세쿼이아길, 명승 제13호인 부안 채석강~적벽강 일원으로 간다. 한국 최고의 동양학자 조용헌 박사가 10월 25~27일 전 일정을 함께하며 구수한 입담을 풀어낸다.
장성 편백나무숲은 조림가 임종국씨가 195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까지 장성 축령산 일대 700여 ha에 편백나무 280만여 그루를 심어 조성한 한국 최고의 숲이다. 장성 편백나무숲은 한국인이 가보고 싶은 숲 1위로 꼽힌 곳이며, ‘22C를 위해 보존해야 할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서에서 발원한 물이 동으로 흐르는 서출동류(西出東流)의 명당으로도 유명한 금곡마을은 임권택 감독의 영화 ‘태백산맥’, ‘내 마음의 풍금’, ‘침향’을 포함해서 많은 영화를 이곳에서 촬영했다.
담양 죽녹원과 관방제림, 메타세쿼이아로 이어지는 길은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약 16만㎡의 울창한 대숲인 죽녹원은 죽림욕을 즐길 수 있도록 총 2.2㎞의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죽녹원전망대에서는 담양천을 비롯하여 수령 300년이 넘는 고목들로 조성된 관방제림과 메카세쿼이아 가로수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총 5.6㎞ 되는 세 곳을 연결시켜 가볍게 걷는다. 메카세쿼이아 가로수길은 2006년 아름다운 숲 최우수상, 관방제림은 2004년 대상을 각각 수상한 길이다.
이어 마지막 날엔 명승 제13호인 부안 채석강(彩石岡)과 적벽강 일원을 걷는다. 이곳은 중국 당나라 때 이태백이 물에 비친 달그림자를 잡으려다 빠졌다는 채석강과 비슷해서 같은 이름이 붙여졌다. 하지만 부안 채석강은 강이 아니라 색깔 있는 돌들로 이루어진 해안절벽이다. 그만큼 해안절경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주변의 격포리 후박나무 군락지는 천연기념물 123호로 지정돼 있다.
숙소는 정읍 백양관광호텔에서 하며, 떡갈비·꿩고기·백합죽 등 지역 별미기행도 겸한다. 참가비용은 59만 원. 선착순 30명 모집. 문의 혜초여행사 02-733-3900 또는 02-6263-0900. 홈페이지 www.hyecho.com 참조.
[유럽, 戰後체제 종언] '모두에게 똑같이' 포기… 연금개혁 성공한 스웨덴
일률적으로 주던 기초연금 폐지, 저연금 노인에만 최저보장 연금
복지지출 크게 줄여
양모듬 기자
입력 2014.01.0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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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은 노인이 가장 살기 좋은 나라다. 유엔인구기금(UNFPA)과 헬프에이지인터내셔널(국제 노인 인권단체)이 전 세계 91개국 노인들의 ▲소득 ▲건강 ▲고용·교육 ▲사회적 자립·자유 등을 평가해 지난해 10월 발표한 '글로벌 에이지 워치 인덱스 2013'에서 스웨덴은 총점 100점 중 89.9점을 받아 1위에 올랐다. 2위는 노르웨이(89.8), 3위는 독일(89.3)이었고, 한국(39.9)은 67위였다.
스웨덴이 '노인 천국'으로 공인된 것은 탄탄하고도 유연한 연금제도 때문으로 풀이된다. 스웨덴은 1913년 도입한 공공연금제도를 1998년 대대적으로 축소한 개혁안을 발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웨덴은 인구 고령화로 연금재정이 불안해지는 것에 대처해 10여년 간 논쟁 끝에 사회적 합의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스웨덴은 모든 노인에게 지급하던 '국민기초연금(AFP)'을 폐지하는 대신 저소득 노인에게만 '최저보장연금'을 적용했다. 연금 수령액이 기준치 미달이면 그 차액을 국가가 채워주는 것이다. 과거 기초연금은 노인 인구가 100% 혜택을 받았지만, 최저보장연금 적용으로 수급 비율을 40%대로 낮췄다.
기존 '국민부가연금'은 고용주가 근로자 임금의 14%를 적립하고, 은퇴자는 직전 15년 소득에 근거해 연금을 받는 방식이었는데, 이에 따라 연금 재정은 만성 적자였다. 스웨덴은 경제성장이 둔화되거나 평균수명이 늘어도 연금 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도록 개혁했다. 개인이 근로소득(수당 포함)의 18.5%분을 보험료로 내면 16%를 그 해 연금생활자에게 연금으로 지불하고, 나머지 2.5%분은 민간에 적립해 이자를 얹어줬다.
스웨덴은 2012년 만 65세 인구가 30%를 넘어서는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했다. 하지만 연금개혁 덕에 스웨덴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금보험 지출은 1990년~2007년 사이 6.8%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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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기본소득]⑩ 反 윤덕룡 "기본소득?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 주는 게 사회보장의 원칙"
김종일 기자
이윤정 기자
입력 2016.11.01. 09:27
"아직 기본소득 도입할 단계 아냐…한국경제, 일자리 창출할 여지 있어"
"공동체가 의료·주거·교육비 책임져 가처분소득 늘려주는 게 더 효율적"
"사회 보장의 핵심은 필요성의 원칙이다. 즉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 줘야 한다는 것이다. 필요 없는 사람에게까지 주는 건 과잉 복지다. 이렇게 되면 사회 전체의 생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그래서 사회 보장이 필요한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한 정의(定義)가 중요하다. 적정 수준의 보장이 어느 수준인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기본소득을 논의하기 전에 이 모든 사안에 대한 사회적 컨센서스(합의)가 있어야만 한다."
주류인 듯 주류가 아닌 경제학자. 직장은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지 않았다. 독일의 킬(Kiel) 대학에서 학사, 석사, 박사를 마쳤다. 연구원 150여명의 연구원 중 독일에서 박사를 받은 사람은 3명에 불과하다. 이런 독특한 이력 때문일까. 윤덕룡 선임연구위원은 달랐다.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것에 반대하면서도 그는 '효율성'과 '공동체'를 동시에 말했다. '기본소득이 현재 최선의 대안인가'라고 묻고 또 물었다.
화법(話法)도 독특했다. 4초, 5초, 6초가 지나도 대답을 하는 않는 그를 쳐다보면 입을 오물거리고 있었다. 그러고선 '첫째, 둘째, 셋째' 두괄식으로 자신의 주장을 맨 앞에 내세우며 한참을 답변했다. 생각이 정리되지 않으면 대답하지 않는 진중한 성격이었다. 반대로 생각이 서면 청산유수였다. 질문의 뿌리를 찾아 돌진하는 그의 화법에 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겉옷을 벗어던지고 소매를 걷어부쳐야 했다.
기본소득은 실험적 담론이다. 현실의 빈곤과 불평등을 해결할 정책 수단이라는 평가와 함께 노동과 취업 의지를 가로막는 비이성적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는 '뜨거운 감자'다. 자본이 노동력을 급속히 대체하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자동화 시대의 도래는 이 논의를 더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달 19일 서울 시내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지난달 19일 서울 시내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그는 계절성 알레르기로 평소보다 잠긴 목소리였지만, 인터뷰가 시작되자 기본소득에 대해 거침없이, 그러면서도 차분하게 의견을 내놓았다.
◆ "일자리 창출할 여지 있어…아직 기본소득 도입할 단계 아냐"
- 기본소득 논쟁이 한창이다. 어떤 입장을 갖고 계신가.
"지향점에 대해서는 찬성이다. 지향점은 공동체 내의 모든 구성원의 생존과 생계가 보장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방법이 꼭 기본소득이어야 하는지, 지금 우리나라에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게 가장 좋은 대안인지에 대해서는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장기적으로 도입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다른 대안이 먼저 검토돼야 하지 않나 싶다."
- 기본소득의 지향점에는 동의하지만, 전면 도입에 대해서는 아직 물음표라는 건가.
"그렇다. 세상이 바뀌고 있다. 기술이 노동을, 자본이 노동을 대체하고 있다. 아디다스 공장이 독일로 다시 돌아왔다고 한다. 몇 명의 노동자만 있으면 이제 공장을 돌릴 수 있을 만큼 기술이 발전한 거다. 이런 식으로 자본이 노동을 대체하는 시대가 되면 일자리는 절대적으로 부족해지고, 노동소득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게 어려워질 거다. 부(富)의 분배가 한쪽으로 쏠릴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이 단계까지 오지는 않았다는 판단이다. 이게 기본소득의 전면적 도입을 우려하는 첫 번째 원인이다. 아직 한국 경제는 일자리를 창출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 기본소득 논의가 성급하다고 보는 두 번째 이유는 뭔가.
"우리 공동체가 어떤 사회를 지향하는 지에 대한 컨센서스를 이루지 못했다는 점이다. 기본소득 도입을 말하려면, 공동체가 구성원들의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한다는 데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 사전 작업 없이 진행하면 극심한 갈등을 일으킬 여지가 많다.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은 찬성, 고소득층은 반대할 텐데 강제로 돈을 내게 할 수는 없다. 사회적 합의 없이 진행하면 포퓰리즘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 다른 이유가 더 있나.
"기본소득이 과연 지금 실현가능한(feasible) 대안인가, 가장 합리적 대안인가의 문제다. 현재 누구나 공감하는 몇 가지 사회적 합의가 있다. 초고령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지만 노년층에 대한 사회적 보장이 빈약하다는 인식이다. 그렇다면 지금 어떤 정책이 가장 필요한가. 기본소득인가? 개인적으로는 연금 정책을 손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행 30%인 퇴직연금 적립금의 소득세 감면 폭을 확 늘려야 한다. 왜 여기에 세금을 부과하나. 이게 오히려 더 실질적인 대안 아닌가. 합리적이고 현실가능한 대안부터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 또 다른 이유는 뭔가.
"사회 보장의 핵심은 필요성의 원칙이다. 즉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 줘야 한다는 것이다. 필요 없는 사람에게까지 주는 건 과잉 복지다. 이렇게 되면 사회 전체의 생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그래서 사회 보장이 필요한 사람이 누군인지에 대한 정의(定義)가 중요하다. 적정 수준의 보장이 어느 수준인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기본소득을 논의하기 전에 이 모든 사안에 대한 사회적 컨센서스(합의)가 있어야만 한다."
-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공동체를 단순히 줄여 말하면 하나의 가정이다.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최대한 일을 해 가정에 기여해야 가정이 부유해진다. 우리 사회도 그렇게 해야 한다. 일 할 수 있는 사람은 최대한 일을 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반대로 자기 능력으로 스스로를 감당하기 어려운 이들은 공동체가 같이 보장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렇게 가는 게 맞다고 본다."
- 지금 한국 사회에서 기본소득이 갖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나.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 등이 기본소득과 맥이 닿아 있는 실험을 하면서 내년 대선에서 화두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우리 사회에 공동체의 공동 책임 의식을 깨운 사건 아닐까 싶다. 좋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시도가 없으면 아무도 공동체를 이야기 하지 않을 거다. 하지만 좀 더 합리적이고 정교해 질 필요는 있다."

이윤정 기자
◆ "흥청망청 쓰게 하기 보다 꼭 필요한 곳에 쓸 수 있게 제도설계해야"
- 기본소득을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박근혜 대통령이 도입한 기초연금이 기본소득의 단계적 도입의 한 사례라는 일각의 주장도 있다.
"단계적 접근은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역시 이 논쟁에서도 '필요성의 원칙'의 적용이 필요하다. 기초노령연금도 필요한 사람들에게 줘야 한다. 부자들에게 20만원은 아무 도움이 안 된다.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필요한 곳에 더 주는 게 맞지 않는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본다."
- 기본소득의 장점으로는 복지의 사각지대를 완전히 없앨 수 있다는 점이다. 생활고에 시달리다 가족이 동반자살한 2014년 '송파 세모녀' 사건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맞다. 기본소득의 장점이다. 하지만 그 분들도 이용할 수 있는 복지 제도를 충분히 다 모르셔서 그랬던 것 아닐까. 물론 제도를 충분히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는 있다. 하지만 독일에서도 어떤 복지 지원을 받으려면 자기가 움직여야 한다. 근거에 맞게 지원한다. 거동이 어렵거나 다른 제약이 있는 부분은 정부가 더 움직이고 자원봉사 단체 등 시민사회가 좀 더 활발히 움직여 보완해야 한다고 본다."
- 저소득층, 저학력층 등 사회적 약자들의 복지 접근권이 너무 약한 게 현실이다. 공동체가 구성원을 책임진다는 차원에서 보면 이제 기본소득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된 것은 아닌가.
"기본소득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합리적인 솔루션(해결책)이 될 수 있는 가에 대한 다양한 각도의 연구는 필요하다고 본다."
- '보편적 복지'보다는 '선택적 복지'가 좋다는 것인가.
"기본소득이 복지의 접근성 차원에서 가장 나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보자. 비합리적인 소비 문제는 어떻게 할 건가. 독일에도 사회 보조금이 풀리는 날 흥청망청하는 길거리의 모습이 보인다. 이들에게 소비 결정권까지 주는 것이 지금 옳은 결정이라고 할 수 있나."
- 기초연금에도 마찬가지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소비 결정권마저 국가가 간섭해야 하는가.
"공동체가 보조하는 자금 아닌가. 합목적적으로 지불될 수 있도록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독일에서는 우리의 공공 임대주택 같은 주거비를 개인에게 주지 않고 사회 보조금에서 바로 지불해 버린다. 오히려 이런 게 더 정의(正義)에 부합하지 않나."

이윤정 기자
◆ "공동체가 의료·주거·교육비 책임져 가처분소득 늘려주는 게 더 효율적"
- 기본소득 논의에서 빠질 수 없는 게 재원 문제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복지 수요는 계속 늘 수밖에 없으니 이제라도 증세를 논의하자는 의견도 점점 활발해지고 있다.
"이런 논의는 필요하다. 이런 흐름을 타고 내년 대선에서 기본소득 논의는 주요 이슈로 등장할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복지 지출이 가장 낮은 나라 중 하나다. 우리 사회가 공동체가 개개인에 대한 책임을 어디까지로 해야 하는 지에 대한 논의는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 한다. 학계와 언론 등에서는 그 세부적인 디테일에 대해 연구하고 국민들에게 계속 전달해줘야 한다."
- 기본소득은 아니지만 공동체가 제공하는 사회 보장 시스템의 구축과 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인가.
"그렇다. 재차 강조하고 싶은 건 사회 보장이라는 제도를 설계하고 추진해 나가는 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내년 대선에서 정치인들은 어떤 사회를 지향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만드려고 하는 지 등을 명확히 밝히고 이에 대한 동의를 구해야 한다. 그래야 장기적으로 5년 단임제든, 4년 중임제든 관계없이 흔들리지 않고 추진될 수 있다. 갈지(之)자처럼 왔다갔다 하면 사회적 효율성을 낭비하게 된다. 헌법에 사회보장의 의무와 그 범위와 규모를 박아두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 기본소득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내수 증진에 도움이 될 거라는 의견도 피력한다.
"그럴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 한계소비성향(증가한 소득 중에서 소비에 투입된 비율)은 고소득층은 굉장히 적지만, 저소득층은 높다. 소득이 생기면 바로바로 쓰게 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간과해서는 안 되는 면이 있다. 사회보장이 원래 이 역할을 해야 한다. 국민들에게 급전이 가장 필요할 때가 언제인가. 의료비, 주거비, 교육비 등이다. 사회보장이 이 부분을 커버해주면 국민들은 사실상 가처분 소득이 늘어난 효과로 소비를 더 하게 된다. 어느 게 더 효율적인가. 필수적으로 소비해야 하는 부분을 공동체가 책임져줘야 한다. 이 방법이 더 정의롭고 공정하지 않나."
- 해외 사례는 어떻게 보고 계신지 궁금하다. 인도와 나미비아, 핀란드 등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가져가고 있다.
"워낙 나라별로 처한 조건과 상황이 달라 해외 사례를 기반으로 해서 우리나라에 적용하는 건 어렵다. 위험한 질문이다(웃음). 아직 데이터가 부족해 기본소득 실험을 가져가고 있는 어떤 나라는 성공했고, 실패했다고 얘기하는 건 위험하다고 본다."
- 통일 전문가이시도 하다. 기본소득이 만약 도입된다면 향후 통일 과정에서 어떤 변수로 작용하게 될까.
"사회보장제도를 많이 늘려놓으면 통일 비용이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독일 통일 당시를 되돌아보면, 통일 비용이 높아져 부담은 됐지만 사회보장제도가 통일을 유지하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 통일 과정에서 극심한 혼란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업 등의 문제를 사회보장제도가 희석시킨 면이 컸다. 일종의 통일 유지비용으로 사회보장제도가 역할한 셈이다.
반대로 예멘의 경우 통일 이후 '예전보다 살기 더 나빠졌다'는 인식이 커졌다. 사회보장제도가 사실상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갈라서자고 내전을 하는 이유도 일정 부분 여기에 기인한다. 이처럼 사회보장제도는 통일을 이끌어 가는 하나의 버팀목이 된다."
◆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1959년생 ▲독일 킬(Kiel)대학 경제학 학사, 석사, 박사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객원교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교육재단 사무총장 ▲한국태평양경제위원회(KOPECC) 사무국장 ▲기획재정부 기금평가팀장, 공기업-준정부기관 경영평가팀장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 자문위원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기획재정부 장관 대외경제자문관

이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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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검, 군 입대 환송식 생략! 연예인 입대의 좋은 예?
●인구구조 바뀐다! 경로우대 기준 70세로 상향 검토 ●청와대 상소문 ‘시무 7조’, 왜 볼 수 없나? ●김호중 9월 입대, 잇단 구설수에 본인도 팬도 피로감 ●통합당 ‘부동산 소방대원’ 김현아, 김현미 공격 직격탄 ●진중권 ‘조국흑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인기 ●이정재 정우성, ‘태양은 없다’ 그러나 ‘건물은 있다’
기자명 이상문 부장
입력 2020.08.27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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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뉴스도 머리 아프고 가짜뉴스도 짜증나는 하루하루. 아침마다 해독주스를 갈아먹듯 편한 시간에 편한 마음으로 해독뉴스를 전합니다. 뉴스를 해독(解讀)해 해독(解毒)해주는 디톡싱 뉴스 썰. 마음 건강, 몸 건강에 조금이라도 도움 되면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군 입대 박보검, 팬 환송식 생략! 연예인 입대의 좋은 예?
박보검이 오는 31일 군에 입대한다. 소속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별도의 인사 없이 조용히 입소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소속사 블러썸엔터테인먼트는 27일 "박보검 배우가 8월 31일 월요일에 해군 문화 홍보병으로 입대할 예정"이라며 "입대 관련 장소와 시간은 비공개이며, 특별한 절차 없이 조용히 입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여러 매체에서 문의를 준 부분 관련 입소 시에 배우가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한다거나, 혹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는 등의 짧은 절차도 없이 곧바로 입소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조선일보)
→ ‘바른 인간’ 이미지가 또 돋보이는 뉴스. 성실하고 착한 남자 박보검, 더 강인한 남자로 돌아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박보검이 출연하는 tvN 새 월화드라마 '청춘기록'은 군 입대 이후인 9월 7일에 첫 방송됩니다. 떠났으되 떠나지 아니한 그 놈. 좋은 놈, 바른 놈, 오래갈 놈.

박보검이 2019년 압구정동에서 조선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인구구조 바뀐다! 경로우대 기준 70세로 상향 검토
현재 만 65세인 경로우대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안을 정부가 검토한다.
27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인구 구조 변화 대응 방향’이 발표됐다.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운영한 2기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 논의 결과를 종합한 내용이다.
홍 부총리는 “경로우대 제도 개선 TF 구성을 통해 제도 개선 논의를 추진한다”고 말했다. 현행 경로우대 기준 나이는 만 65세다. 이를 상향 조정하는 안을 논의하겠다는 얘기다. 다만 정확히 얼마만큼, 언제부터 올릴지는 정하지 않았다. 정부는 관련 TF를 만들어 올 하반기부터 논의를 시작한다. 만 65세에서 70세 안팎으로 조정하는 안이 유력하다.
김 차관은 “현재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해선 철도ㆍ고궁 등 특정 시설 이용 시 경로우대 제도에 따라 이용 요금에 대한 할인 혜택을 노인복지법에 따라 제공 중에 있다”며 “앞으로 현행 제도상의 할인율이나 적용 연령뿐 아니라 다양한 요인들이 종합적으로 검토될 수 있도록 가칭 경로우대 제도 개선 TF를 구성해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에 합리적인 개편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만 65세로 정해져 있는 경로우대 고령자 기준이 올라가게 되면 정년 등 다른 기준도 연쇄적으로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중앙일보)
→ 초고령화사회로 가는 길목, 수정이 될 수밖에 없겠지요. 유엔이 정한 나이 기준 아시지요? 20세부터 65세까지가 청년입니다. 99세까지를 노년, 100세부터는 장수인, 많이 산 사람으로 부른다네요. 많아도 적은 나이, 꽤 살았는데 아직 더 살아야 하는 삶.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초고령사회는 희망이자 그늘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건강!
●청와대 상소문 ‘시무 7조’, 왜 볼 수 없나?
청와대는 27일 옛 상소문의 형태를 빌려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글을 일부 비공개 처리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정상 절차에 따라 글의 공개 여부를 검토하는 단계”라고 해명했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지난 12일 ‘진인 조은산이 시무 7조를 주청하는 상소문을 올리니 삼가 굽어살펴주시옵소서’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겨냥해 “집값이 11억이 오른 곳도 허다하거늘, 어느 대신은 현 시세 11%가 올랐다는 미친 소리를 지껄이고 있다”고 직격하는 등 정부 정책 전반을 거세게 비판했다.
이날 오전 현재까지 4만6000여 명이 동의했으나 게시판에는 공개처리가 돼 있지 않아 검색 기능으로도 글을 찾아볼 수 없다. 게시물을 보려면 연결주소(URL)를 직접 입력해야 한다. 그러자 일부에서는 ‘청와대가 의도적으로 숨긴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청와대는 정상 절차를 밟고 있으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명예훼손 성격의 청원이나 중복청원 등이 많다는 지적이 제기돼 작년부터 100명 이상의 사전동의를 받은 글만 내부 검토를 거쳐 공개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며 “이번 청원 역시 현재 공개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중앙일보)
→ 청와대는 물론 ‘일부러 숨겼다는 주장은 허위다’라고 합니다. 과거 청원들도 공개될 때까지 시간이 걸렸다며 거친 표현 등이 많이 담긴 민감한 글인지 판별하는 중이라는 거죠. 시절이 하수선한 건 틀림없군요. 상소문이 등장했습니다. 국민이 아니라 백성이 되고 보니 지금 나라 꼴이 더 불안하게 느껴집니다. 읽어봐야겠네요.
●망사 마스크, 메쉬 마스크… 멋부리다 확진자 될래요?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를 방문해 정은경 본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옆에 앉은 김미애 통합당 의원이 망사마스크를 착용해 여름철 통기성 있는 이 마스크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5일 온라인 쇼핑몰에는 ‘메쉬 마스크’ 등으로 알려진 망사 마스크가 인기를 얻고 있다. 해당 제품들은 ”통기성이 좋아 숨쉬기 편한 여름용 마스크“로 ”공기 중 이물질 차단‘ ’3중 차단 구조‘ ’비말차단, 향균탈취‘ 등 광고하고 있다.
김 의원은 SNS상에서 댓글로 자신이 착용한 마스크의 상표와 포장지에 적힌 ’0.44㎛ 크기의 초미세입자 97.1% 효율“이라는 문구를 찍어 올렸다. 날씨가 덥다 보니 숨쉬기가 비교적 어려운 보건용 KF94 마스크보다 김 의원이 착용한 마스크와 같은 브랜드의 제품을 판매하는 쇼핑몰에 망사 마스크가 비말 차단 효과가 실제로 있을지 소비자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쇼핑몰 광고와 달리, 이들 마스크 중 상당수가 비말 차단 기능을 입증하지 못했다. 현재 식약처에서 의약외품으로 인증받은 마스크 명단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5일 보도자료를 내고 망사마스크, 천 마스크 등 공산품 마스크보다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의약외품 마스크를 착용해달라고 당부했다. 망사 마스크 등은 비말 차단용 마스크로 허가받은 제품이 없으며 비말 차단 성능이 공식적으로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의약외품으로 허가받은 마스크를 쓰는 것이 좋다고 식약처는 권장했다.(여성신문)
→ 코로나 장기화로 필수 착용 아이템이 된 마스크에 패션 스타일 바람이 붑니다. 마스크 걸이도 생겼고 자수와 컬러를 입힌 마스크는 물론 다이아몬드와 금 등 귀금속으로 치장한 마스크도 등장합니다. 더운 여름이 되니 가볍고 패셔너블한 이런저런 마스크가 등장한 모양입니다. 망사? 시스루 마스크까지 나왔다는 얘기인가요 그럼? 멋있으면 뭐합니까? 공기 중 떠도는 비말 다 받아먹고 싶은 건 아닐 테고…. 본보기를 보여야 할 제1야당 의원님이 뭐 하시는 겁니까? 의원님부터 당장 바꾸시지요.
●김호중 9월 입대, 잇단 구설수에 본인도 팬도 피로감
가수 김호중이 다음 달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시작하는 가운데, 소속사 측이 향후 활동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소속사 생각을보여주는엔터테인먼트 측은 27일 김호중이 당초 계획 중이던 영화 촬영을 사회복무 이후로 연기하기로 결정했음을 알렸다.
소속사 측은 "김호중은 다음 달 10일부터 국방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려 한다"며 "따라서 계획되어 있던 영화 촬영은 현재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를 비롯해 김호중의 사회복무요원 시작일이 확정되어 영화 촬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판단, 복무를 모두 마친 후 영화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예정되어 있던 모든 방송 활동 역시 중단한다. 다만 소속사 측은 "다음 달 5일 발매될 첫 정규앨범 녹음은 이미 모두 완료했다"며 "추후 공개될 클래식 앨범의 녹음은 진행 중인 상태"라고 전했다.(한국일보)
→ 이 친구를 놓고 주변에서 패가 갈렸습니다. 노래하는 모습이 너무 좋고 살아온 이력도 감동 요소가 많아 마음이 끌려 응원하는 분들, 하지만 잇달아 터져나오는 사생활 구설수에 지쳐 부정적인 시선으로 변한 분들로 나뉘더군요. 본인이나 기획사나 심경이 복잡할 땐데 입대가 터닝 포인트일 수도 있겠네요. 짧은 인생에 불행했던 음지가 있었으니 도리가 없습니다. 인정하고 반성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겠죠. 어차피 대중에게 주목받고 살 수밖에 없는 사람입니다. 진정 사죄한다면 용서하고 새 출발을 밀어주는 아량도 있어야겠습니다. 꿈같은 얘기겠지만 세상이 좀더 담백해지면 얼마나 좋을까요. 음모론이 너무 흔한 사회입니다.
서초구 서초동의 복지기관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한다니, 팬들에겐 님이 그리 먼 곳은 아니군요.
●통합당 ‘부동산 소방대원’ 김현아, 김현미 공격 직격탄
미래통합당의 김현아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최근 부동산 관련 발언을 거론하며 "국민을 우롱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법안 통과 효과가 8월부터 나타나고 있다는 김 장관의 발언에 대한 반박이다.김 위원은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부동산 정책 책임자들은 가격이 안정됐다는데 8월 거래물량 중 신고가 갱신비중은 절반이 넘는다는 기사가 나온다"며 김 장관을 언급했다. 김 장관이 지난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부동산 관련 법안이 통과됐고 이 효과가 8월부터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발언을 정면으로 '저격'한 셈이다.그러면서 김 위원은 김 장관의 취임연설 중 한 대목을 소개했다. 김 장관은 2017년 6월 23일 국토부 장관으로 취임하며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
‘숫자로 현실을 왜곡하지 맙시다. 숫자는 현실을 파악하기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현장과 괴리된 통계는 정부에 대한 불신만 키웁니다. 또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위험천만한 일이기도 합니다. 숫자를 가지고 얘기하자고 하면 숫자는 얼마든지 만들어집니다. 현장에서, 국민의 체감도를 가지고 얘기합시다. 마지막으로, 업계보다 국민을 먼저 걱정하는 국토교통부가 됩시다.’
김 위원은 "자기 입으로 말한 취임사였는데, 누가 써준걸 영혼 없이 읽었거나 아니면 자기들이 지금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거나 숫자로 잠시 현실을 숨길 수는 있을 것"이라며 "숫자를 왜곡한다고 현실이 바뀌지는 않는다"고 비판했다.김 위원은 "더 이상 이런 숫자 들이대며 국민을 우롱하지 말라"며 "자신을 먼저 돌아보라"고 적었다.(중앙일보)
→ 김현아, 김현미. 이름도 비슷한 두 분은 말 그대로 숙적입니다. 국토부 장관 전에 고양시 지역구 의원이었던 김현미 장관은 입각 후 ‘헛발질’ 부동산대책으로 수차례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급기야 지난 총선에 김현미 지역구에 김현아 후보가 출마합니다. 문 정부 부동산정책 중 제3기 신도시 개발 계획의 최대 피해자인 고양시민, 파주시민의 한을 풀어준다는 슬로건을 걸었습니다. 결과는 낙선이었지만 김현아는 당내에서 신임이 두터운 제1야당 비상대책위원이자 부동산 대표선수입니다. 둘 간의 싸움은 아마도 이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나올 때마다 계속될 듯하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한동안 야무진 싸움이던 둘의 대결이 아주 실망스러워졌어요. 전엔 둘의 논쟁을 보면서 부동산 공부도 많이 됐는데, 지금은 영 답답하기만 하네요. 왜 그럴까요? 말 그대로 숫자로 싸우기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집값 인상율에 대한 통계가 다르다는 건데, 기준점이 다르다는 걸 알았으면 빨리 보다 합리적인 수치와 통계로 바꿔 정책 진행하면 될 것을, 고집부리고 안 바꾼단 말예요. 이거 왜 그러죠? 아집과 독선, 교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냅니다. 욕만 나올 뿐, 재미가 없네요. 국민을 바보, 멍청이, 아니 개, 돼지로 아는 것 아닐까… 라는 의심과 우려가 매우 심각히….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중인 김현아 위원(왼쪽).
●진중권 ‘조국흑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인기
지난 25일 발간된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의 공동저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책 만드는데 비용 달랑 500만원 들었다"며 "'조국백서'팀은 3억원의 돈을 대체 어디에 쓰였는지, 용처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1월 '조국백서'팀은 출판을 위해 3억원을 모금했는데, 진 전 교수가 이를 꼬집은 것이다.진 전 교수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국흑서 첫날에 5000부 다 팔렸다'는 기사를 공유하며 "대담료 각각 100만원씩(들었다)"며 "대담 후 식사대는 필자들이 돌아가면서 냈다"고 밝혔다. 이어 "책 한 권 쓰는데 뭔 돈이 그렇게 많이 드냐"며 '조국백서'팀을 향해 "완전 사기다. 어휴, 저 인간들 나라 곡간도 저런 식으로 털어먹고 있겠지?"라고 했다.<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는 문재인 정부의 위선을 벗기겠다며 진보지식인 5명이 펴낸 대담집이다. 진 전 교수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출신인 권경애 변호사, 참여연대 출신 김경율 회계사, 기생충 전문가 서민 단국대 교수, 강양구 TBS 과학전문기자 등이 참여했다. 지난 5일 출간된 '조국백서' <검찰개혁과 촛불시민>과 대비해 '조국흑서'란 별칭이 붙었다.
→ 진 교수의 페북 포스팅 다음날, 조국흑서 판매량이 조극백서 판매량을 초과했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함께 슬퍼하고 분노했던 시민들과 '조국 사태'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준비해왔다"는 조국백서가 있었다면, 이젠 함께 분노한 시민들과 오피니언 리더들의 기록이 더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후원금 모금도 없이 몇몇 지식인들의 다락방 모의 같은 이 결과물이 이렇게 반향을 나타낸 이유는 무엇일까요? 냉정하게 분석해봐야 할 일입니다.
●이정재 정우성, ‘태양은 없다’ 그러나 ‘건물은 있다’
25일 이데일리는 정우성과 이정재가 지난 5월 청담동에 위치한 빌딩을 매입했다고 보도했다. 매입가는 330억 원이고 정우성과 이정재 지분은 각각 50%다. 정우성과 이정재는 각각 약 53억원가량을 부담했고, 223억원은 대출금으로 충당했다. 아티스트컴퍼니 측은 뉴스엔에 "영화와 드라마 제작 등 사업 영역을 확장, 다각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아티스트컴퍼니는 두 사람이 2016년 공동 설립한 소속사다.
한편 두 사람은 1999년 개봉한 김성수 감독의 '태양은 없다' 이후 21년 만에 한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다.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영화 '헌트'에 두 사람이 모두 출연한다. 2021년 크랭크인이 예정돼 있다.
→ 크억! 330억.
두 사람 인연의 시작인 영화 ‘태양은 없다’에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널 만나고 되는 일이 없어, 너 때문에 다 틀렸어. 가! 가란 말야!’
나중에 정우성이 출연한 커피 CF에도 이 대사가 그대로 인용됐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쌍방이 다 ‘너 때문에 다 되는 듯’합니다. 광고도 같이 찍고 영화사업도 같이 하고 오랜 술친구로 지내고 떨어질 수 없는 파트너가 됐으니까요. 태양은 없다 했는데 건물은 막 있습니다. 그것도 많이. ㅎ

영화 <태양은 없다>의 한 장면.
●고딩 제자와 연애한 여교사, 학부모 귀금속 갈취하고 사기
연인 사이인 고등학생 제자에게 집에서 귀금속 등을 훔쳐 오라고 시키고 그의 부모로부터 과외비로 수백만 원을 받아 가로챈 전 기간제 교사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5단독 이상욱 판사는 절도교사 및 사기 혐의로 기소된 인천 모 고교 전 기간제 교사 A(32·여)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2∼4월 자신이 기간제 교사로 재직 중인 고교의 제자인 B군에게 금반지가 담긴 패물함 등 1천300만원 상당의 금품을 27차례 집에서 훔친 뒤 갖고 오라고 시킨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는 또 같은 해 2∼5월 B군 부모에게 “1주일에 2차례씩 아들의 과외를 해주겠다”고 속여 10차례 64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도 받았다.
A씨는 2018년 12월부터 제자인 B군과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고받다가 지난해 1월부터 연인 사이로 지냈다. 그는 사귄 지 한 달 뒤 B군과 함께 강원 춘천으로 여행을 가서 “너는 아직 미성년자라 돈을 벌 수 없으니 집에서 돈이 될 수 있는 것을 갖고 와서 팔자”며 절도를 권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자신의 남편과 B군의 부모에게는 과외를 한다고 해놓고는 B군과 데이트를 했다. B군 부모의 고소로 경찰 수사가 시작됐고, A씨는 의혹이 불거진 직후인 지난해 5월 사직서를 내고 면직 처분됐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정신 질환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범행 당시 그가 사물 판별 능력이나 자신의 행위를 통제할 능력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 판사는 “피고인의 범행 수법이나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를 보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그런데도 피고인은 B군이 용의주도했다는 식으로 책임을 그에게 돌리기도 했다”고 판단했다.
→ 이 여선생님, 진짜 정신질환 아닌가 싶네요. 미성년 제자와의 사랑도 파격입니다만, 궁한 직업도 아닌 사람이 굳이 왜 그런 짓을 했을까 궁금합니다. 과외비 받아 함께 놀러 다녔다니 미성숙인 건 맞는 것 같은데… 아닌가요? 그 남학생은 지금 어떤 상태일지 궁금합니다.
●전광훈, 신혜식, 주옥순... 코로나 치료 중에도 유튜브 방송
보수단체들의 8·15 광화문 집회에 참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이른바 '광화문 3인방'으로 불리고 있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 신혜식 신의한수 대표가 입원 후 병상에서도 유튜브방송을 해 비난을 받고 있다. 수도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병상도 부족한 상황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도 국민의 세금으로 치료를 받으며 성찰은커녕 유튜브 조회수로 수익 창출까지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을 보는 국민적 시선이 따갑다. 무엇보다도 코로나19와의 사투에 집중해야 하는 의료진들을 여러모로 힘들게 하고 있다.
서울의료원 음압병실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는 전 목사는 2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너 알아 TV'를 통해 병상에서 녹음한 음성을 공개했다. 그는 이 방송에서 "우리 정부가 북한의 지시를 받고 있다", "보건소가 감동을 하도록 협조를 했는데 불순분자들의 바이러스 테러 사건이 우리 교회에서 일어났다" 등을 주장했다.
주 대표도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에서 '주옥순TV 엄마방송'를 통해 유튜브 생방송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21일 환자복을 입은 채 "경기의료원에 있는데 시설이 너무 좋다"면서도 "이렇게 살기 좋고 편리하고 모든 것이 풍족한 나라를 선조들이 만들어놨는데 어째서 문재인 이 악당, 독재자는 이 나라를 망치려 하고 있나"라며 정부 비판을 빠뜨리지 않았다.
서울 보라매병원에 입원했던 신 대표 또한 유튜브 채널 '신의한수'에 영상을 올리고 있다. 그는 18일 방송에서 "내가 잘못했느냐, 문재인이 방역 관리를 잘못해서 내가 코로나19에 걸린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지어 방송 자제를 권하는 간호사와 싸웠다며 "옆방에 있는 사람이 항의했다고 하는데 들리지도 않으면서 내가 방송하는데 자기가 뭔데 항의를 하냐"고 되레 꾸짖었다고 밝히기도 했다.(한국일보)
→ 엄중한 시기에 도를 지나친 무분별한 행동입니다. 왜 이렇게들 막무가내인지…. 문제는 현행법상 방송을 금지시킬 관련 규정이 없다는 점입니다. 의료법과 감염병예방법 모두 병원 내에서 환자의 녹음·촬영을 금지하거나 처벌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지 않아 현실적으로 제한하기 어렵다는군요. 방송 내용이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일 경우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나 형법상 공무집행방해, 업무방해 등으로 처벌할 수 있을 뿐입니다. 혹시 병원 내부 금지규정이 있지는 않을까요? 입원 당시 서약서에 촬영 금지 관련 내용이 명시돼있지 않은 이상 막기 어렵다고 합니다. 어렵쥬? 제재 규정도 없고, 열성 시청자가 있다 하니, 당장 막을 길이 없습니다. 막무가내 같아도 이 분들, 머리는 참 빨리 돌아가는 듯합니다.
사진(제공) : 조선DB, 영화 <태양은 없다>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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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백세인, 8가지 장수 비결… 8년 만에 조사
- 입력 2022.01.13 17:00
전남대 노화과학연구소 백세인 조사

우리나라는 무서운 속도로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OECD국가의 평균 최근 10년간 65세 이상 고령 인구 증가율은 2.6%인데, 우리나라는 무려 4.4%다.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속도다. 2030년 세계 최장수국으로 우리나라를 꼽은 영국의 연구도 있다. 장수는 피할 수 없는 미래가 됐다. 이젠 '건강하고 행복하게' 장수하는 법을 준비할 때다. 이미 달성한 사람들이 있다. 바로 기대 수명보다 적어도 15년 이상 살고 있는 만 100세 이상 연령의 '백세인'이다. 세계 대부분 연구에서 초장수인은 사망 직전까지 고통과 기능 장애가 없는 건강한 삶을 누리는 경우가 많았다. 비결이 뭘까? 최근 전남대 노화과학연구소 연구팀이 우리나라 대표 장수지역인 구례군, 곡성군, 순창군, 담양군(구곡순담) 지역을 중심으로 백세인의 건강과 생활 습관을 조사했다.
◇백세인, 70%가 스스로 건강하다 평가
우리나라 백세인 조사는 전남대 박상철 석좌교수가 1998년 처음 시작해 2010년까지 이어져 왔다. 이번 연구는 8년 만에 시작한 백세인 조사 연구다.
한국의 백세인도 실제로 건강했다. 전남대 노화과학연구소장 박광성 교수(비뇨의학과)는 "연구 전에는 백세인이 신체적으로 건강하지 못하고 인지능력도 떨어져 주변의 돌봄 없이는 생활이 힘들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며 "실제로 백세인을 만나보고 살펴보니 약 17%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활동적이고 독립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정신이 건강했다. 전남대 노화과학연구소 연구팀에 따르면 2018년 백세인 우울증 평균 점수는 2.8점으로, 80%가 정상범위였다. 13.3%에서 경도 우울 증상, 6.7%에서만 중등도 우울 증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신체 건강은 질환 유무, 주관적 건강 상태, 신체 기능 등을 평가했는데, 주관적 건강 상태에서 백세인 대부분이 좋다고 평가했다. ▲매우 좋음 6.1% ▲좋음 57.6% ▲보통 9.1% ▲나쁨 24.2%로, 10명 중 7명이 몸 상태가 보통 이상이라고 답했다. 당뇨병, 고혈압, 골다공증, 골절, 신장병 등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았지만, 관절통 등 실제 통증이 있는 질환은 앓는 경우가 적어 주관적 평가가 좋은 것으로 추정된다. 인지 능력 평가에서는 약 92.6%가 인지 장애를 겪고 있었지만, 노화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면서 적극적인 진단이나 치료를 받고 있지 않았다.
◇20년 전과 후, 백세인 건강 변화는…
그렇다면 백세인은 20년 동안 건강해졌을까? 신체 건강만 보자면 현재 백세인이 더 많은 만성질환을 앓고 있었다. 특히 고혈압을 앓고 있는 백세인 수가 증가했다. 그 외도 당뇨병, 암, 골다공증, 골절, 신장병을 앓고 있었다. 20년 전에는 만성질환보다 관절염과 관절통을 앓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20년 동안 백세인은 더 행복해졌다. 2001년 백세인의 우울증 평균 점수는 8.3점으로, 2018년 백세인(2.8점)보다 무려 약 3배 가까이 높다. 혼자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능력도 현재 백세인이 더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박광성 교수는 "20년 전 연구 결과와 비교하면 만성질환 병력을 가진 백세인은 많아졌지만, 인지 기능은 비슷하고 우울 증상 빈도는 낮았으며 일상수행능력은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20년 전보다 사회환경과 의료제도 등이 변화했기 때문에 건강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어렵지만 백세인의 일상이 더 건강한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건강 장수하려면 백세인처럼
우리나라는 오래 살지만 아픈 사람은 많은 곳이 되고 있다. 지난 20년동안 기대수명이 75.9세에서 83.3세로 7.4세 증가할 동안, 건강수명(기대수명 중 아픈 기간을 제외한 수명)은 67.4세에서 73.1세로 5.7세밖에 늘지 않았다. 만 65세이상 고령자 신체활동은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의하면 고령자 걷기 실천율이 2005년 54.6%에서 2019년 39.6%로 줄었다. 20년 동안 신체 활동량이 늘어난 백세인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행보다. 박광성 교수는 "건강하게 장수하려면 금연, 절주, 적절한 운동, 건강한 식습관 등 백세를 위한 식습관과 질병에 걸리더라도 장애를 최소화하기 위한 주기적 건강검진이 필수"라며 "이미 건강 장수를 이룬 백세인들의 공통적 특징이 어느정도 건강 장수의 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백세인의 건강 장수 비결을 공개한다.
▶독립적=건강한 백세인은 모든 영역에서 혼자 일상생활이 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20년 전보다 혼자 사는 노인도 많았는데, 혼자 살기를 자발적으로 선택한 노인은 독거생활에 적응하려는 의욕, 책임감, 준비와 계획에 대한 의지가 높아 우울감도 낮았다. 2018년 구곡순담 지역에서 혼자 사는 백세인은 가족 동거 노인이나 시설에 거주하는 노인에 비해 신체적으로 건강했다. 전부 실버카나 지팡이를 이용해 걷는 것이 가능했고, 화장실 이용도 10명 중 9명이 혼자 전적으로 사용 가능, 1명이 도와주면 사용 가능했다. 건강한 독거 백세인은 가족의 지원, 요양보호사의 돌봄, 제도적 지원, 지역사회와의 활발한 교류가 뒷받침돼 있었다.
▶활동적=건강한 백세인은 굉장히 활동적이었다. 방안에 머무는 비율은 20%에 불과했다. 이들은 온 동네를 자주 돌아다녔고, 집 안에 있을 때도 허리 운동, 골반 운동 등 끊임없이 자신의 몸을 움직였다. 대체로 정신이 총명하고, 인지기능도 좋은 편이었다. 최대한 오랫동안 일을 지속해온 사람이 많았다. 신체, 인지적으로 건강한 백세인뿐 아니라 모든 백세인을 포함했을 때도 10명 중 7명이 하루 30분 이상 밖에서 활동했다.
▶수면=백세인은 규칙적인 수면을 취했다. 2018 조사에서 백세인은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8.88시간이었고, 2001년 조사에서도 평균 9시간 정도로 충분한 시간 잠을 잤다. 또한 비교적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회적 교류=백세인 2명 중 1명은 주변 사람과 관계를 잘 유지하고 있었다. 경로당, 주간보호센터, 이웃집 방문 등으로 동네 사람들과 어울리며 모임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았다. 잘 어울리지 못한다고 응답한 백세인은 몸이 불편하거나,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기회나 상대가 없어서였다.
▶금주, 금연=백세인의 음주율과 흡연율의 비율은 2018년 연구 결과 매우 낮았다. 75%가 흡연 경험이 아예 없었고, 연구 당시 흡연을 하고 있던 비율은 2.8%에 불과했다. 술도 마시지 않았다. 연구 당시 93.9%가 현재 금주 중이라고 답했다.
▶생활 습관=백세인의 생활패턴은 전통적 삶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사람이 많았다. 식생활과 일상생활에서도 규칙성과 절제성이 돋보였다.
▶가족력=초장수는 유전적인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백세인 중에서도 대대로 장수하는 집안인 경우가 있었다. 미국 백세인 연구에서는 백세인 자식 중 백세인이 될 가능성이 일반인 자식보다 남녀 각각 17배, 8배 높다는 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 백세인에서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거론된 장수 유전자가 확인되지 않았고, 한 쌍생아 연구에서는 유전적 요인이 수명에 20~30%밖에 차지하지 않는다고 나왔다. 따라서 건강 장수를 위해서는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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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살까지 살고 싶다" 韓 50%, 고령화 먼저 겪은 日은 22%
[왕개미연구소]
요즘 카카오톡 단톡방 유행어 중에 ‘100세 시대엔 9988231’이란 게 있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 앓고 다시 벌떡 1어나서’ 100세까지 살자는 의미다. 어느새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온 ‘100세 시대’는 축복이니까 충분히 누려보자는 소망이 담겨 있다.
1일 본지가 SM C&C 설문조사 플랫폼인 ‘틸리언 프로’에 의뢰해 성인 남녀 502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이런 기대감이 뚜렷했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39%로 주요국 중 최악 수준이지만, 성인 두 명 중 한 명은 ‘100살까지 살고 싶다’고 희망하고 있었다. ‘100살까지 살고 싶다’는 응답 비율이 전체 응답자의 22%에 불과한 일본의 조사 결과와는 사뭇 결이 달랐다. 한일(韓日) 양국의 ‘100세 시대’ 인생관은 어떻게 다를까. 본지 설문 조사와 일본 호스피스재단이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 3월 발표한 조사를 토대로 비교해 봤다.
✅한국은 2명 중 1명 “백살까지 살고 싶다”
어느 누구도 이렇게 오래 사는 시대가 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한국이 얼마나 늙었는지 나타내는 고령화율(총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작년 말 17.5%로, 일본(29.9%)보다는 아직 낮다. 하지만 2045년엔 일본을 추월해 전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가 된다.
이런 정해진 미래를 앞두고, 한국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본지 설문 조사에선 응답자의 50.1%가 ‘100세까지 살고 싶다’고 응답했다. 구체적인 이유로는 ‘조금이라도 더 인생을 즐기고 싶어서’가 31.9%로 가장 많았고, 후손이 크는 걸 보고 싶어서(24.3%), 세상이 발전하는 걸 보려고(22.1%) 등이 뒤를 이었다. ‘100세까지 살기 싫다’는 응답자들은 ‘주변에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49.8%), 몸이 약해질까봐(47.9%), 경제적 불안감(36.1%)’ 등을 이유로 꼽았다.
반면 일본은 응답자의 22%만 ‘100세까지 살고 싶다’고 대답했다. 나머지 78%는 ‘100세까지 살기 싫다’고 답했다. 주변에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59%), 몸이 약해질까봐(48.2%), 경제적 불안감(36.7%) 등이 이유였다.
연령별 데이터도 의미있다. 한국에서 ‘100세까지 살고 싶다’는 응답한 비율이 75%로 가장 높은 연령대는 20대였다. 반면 ‘100세까지 살기 싫다’는 응답 비율이 66%로 가장 높은 세대는 50대였다. 이런 결과는 일본도 유사하다. 일본의 50~60대도 19%만 ‘100세까지 살고 싶다’고 답했는데, 이는 20~30대의 응답 비율(25%)보다 낮다.
한국과 일본의 생각차가 큰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렇게 분석한다.
사토신이치(佐藤眞一) 오사카대 명예교수는 “일본은 오래 살게 되면 결국 남에게 돌봄을 받게 되고, 이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이 있다”면서 “100세 장수에 대해 양국의 생각이 지금은 많이 다르지만,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한국도 일본처럼 바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작년 기준 일본의 100세 이상 인구는 약 9만명으로, 우리나라보다 10배쯤 많다.
김동엽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상무는 “이미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일본은 100세의 삶이 어떤 것인지 주변에서 접할 기회가 많아서 장수가 축복이 아니라는 걸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다”면서 “무전·무위·무연의 삶을 리얼하게 지켜봤던 일본에선 100세 삶을 마냥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장수 리스크라는 말이 많이 회자되고 있지만, 아직 한국에서 이를 실감하는 사람은 적은 것 같다는 것이다.
✅“노후 대비 탄탄할수록 장수 희망”
“경제력과 활동 능력이 없는 노후는 생각만 해도 끔찍해요. 살지도 죽지도 못하는 고통의 세월이 길어진다면, 그게 바로 생지옥 아닌가요.”(50대 회사원 이모씨)
노년을 고통이 아니라 행복으로 채우려면, 돈과 건강이 필요하다. 이번 설문 조사에서도 노후 준비 정도에 따라 장수 기대감에 차이가 났다. ‘노후 준비가 보통 이상 되어 있다’는 사람들은 10명 중 6명 꼴로 ‘100세까지 살고 싶다’고 답했다. 반면 ‘노후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는 사람들은 ‘100세까지 살기 싫다’는 응답 비율이 75%로 높았다.
김진웅 NH WM마스터즈 수석전문위원은 “재무 상태와 건강은 통상 오래 살고 싶은 욕구와 양(+)의 상관 관계가 있다”면서 “노후에 자신을 돌봐줄 가족이 없어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면 필요한 부분은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10명 중 7명 “자다가 죽고 싶다”
일본 고령자들 사이에선 ‘PPK’라는 단어가 자주 언급된다. 일본어 ‘핀핀코로리(ピンピンコロリ)’의 영어 표기 앞 글자에서 따왔는데, 팔팔하게 생활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고생 없이 죽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이렇게 마지막까지 건강하게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자기 뜻대로 죽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극소수의 운 좋은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쌩쌩→비실비실→보살핌’의 사이클을 피할 수 없다. 몸이 점점 쇠약해져 결국 움직일 수 없게 되고, 결국엔 다른 사람(배우자 혹은 자녀)에게 돌봄을 받아야 한다.
이번 설문 조사에서도 이런 냉혹한 현실이 반영됐다. 한일 양국 모두 ‘어느 날 갑자기 심장병 등으로 죽고 싶다’고 응답한 비율이 각각 59%, 70.6%로, ‘병들어 침대에 누운 채라도 좋으니 서서히 죽고 싶다’고 응답한 비율보다 더 높았다. 특히 일본은 한국보다 ‘갑자기 죽고 싶다’고 답한 비율이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한국보다 고령화를 훨씬 앞서 경험한 일본인들은 부모나 조부모가 나이 들면서 간병 등 주변 도움이 많이 필요해지고 삶의 질이 훼손당하는 모습을 봤죠. 그래서 반사적으로 오래 살고 싶지 않다거나 돌연사를 원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고 보여집니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사는 게 익숙한 일본의 민족성도 조사 결과에 일부 반영된 것 같고요.”(이천 <내 은퇴통장 사용설명서> 저자)
사토신이치 오사카대 명예교수는 “노후엔 부부 둘만 남게 되는데, 자신이 죽는 것보다도 ‘나홀로 노년’이 되는 걸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면서 “일본에는 아파서 병원에 가야 할 때도 보호자가 없어 고생하는 독거노인도 많은데, 이들을 사회가 어떻게 지원해야 할지 큰 과제”라고 말했다.
“부부 중 어느 쪽이 먼저 떠나길 바라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도 한일 양국은 비슷한 성향을 보였다. ‘배우자보다 먼저 세상을 뜨고 싶다’고 응답한 비율은 한국과 일본이 각각 58.3%, 68.5%였다. ‘배우자보다 늦게 죽고 싶다’는 응답한 비율은 41.7%, 31.5%였다.
김동엽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상무는 “일반인들이 장수를 두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간병치레 때문”이라며 “본인 병치레만큼 힘든 게 배우자 병치레여서 배우자보다 하루라도 먼저 죽길 바라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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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까지 살고 싶다" 한국인은 50%, 일본인은 22%
[왕개미연구소] 韓日 성인남녀 설문, 고령화에 대한 생각 큰 차이
한국이 얼마나 늙었는지 나타내는 고령화율(총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작년 말 17.5%로, 일본(29.9%)보다는 아직 낮다. 하지만 2045년엔 일본을 추월해 전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가 된다. 이런 정해진 미래를 앞두고, 한국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1일 본지가 SM C&C 설문 조사 플랫폼인 ‘틸리언 프로’에 의뢰해 성인 남녀 502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60대 성인 남녀 절반이 ‘100세까지 살고 싶다’고 답했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39%로 주요국 중 최악 수준인데도 100세 인생을 기대하는 사람이 전체의 50.1%나 됐다. ‘100세까지 살고 싶다’는 응답 비율이 전체 응답자의 22%에 불과한 일본의 조사 결과와는 사뭇 결이 달랐다. 본지 설문 조사와 일본 호스피스 재단이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 3월 발표한 조사를 토대로 비교해 봤다.
✅한국은 2명 중 1명 “백 살까지 살고 싶다”
본지 설문 조사에선 응답자의 50.1%가 ‘100세까지 살고 싶다’고 응답했다. 구체적인 이유로는 ‘조금이라도 더 인생을 즐기고 싶어서’가 31.9%로 가장 많았고, 후손이 크는 걸 보고 싶어서(24.3%), 세상이 발전하는 걸 보려고(22.1%) 등이 뒤를 이었다. ‘100세까지 살기 싫다’는 응답자들은 ‘주변에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49.8%), 몸이 약해질까 봐(47.9%), 경제적 불안감(36.1%)’ 등을 이유로 꼽았다.
반면 일본은 응답자의 22%만 ‘100세까지 살고 싶다’고 대답했다. 나머지 78%는 ‘100세까지 살기 싫다’고 답했다. 주변에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59%), 몸이 약해질까 봐(48.2%), 경제적 불안감(36.7%) 등이 이유였다.
사토신이치(佐藤眞一) 오사카대 명예교수는 “일본은 오래 살게 되면 결국 남에게 돌봄을 받게 되고, 이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이 있다”면서 “100세 장수에 대해 양국의 생각이 지금은 많이 다르지만,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한국도 일본처럼 바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작년 기준 일본의 100세 이상 인구는 약 9만명으로, 우리나라보다 10배쯤 많다.
김동엽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상무는 “이미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일본은 100세의 삶이 어떤 것인지 주변에서 접할 기회가 많아서 장수가 축복이 아니라는 걸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다”면서 “무전·무위·무연의 삶을 리얼하게 지켜봤던 일본에선 100세 삶을 마냥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장수 리스크라는 말이 많이 회자되고 있지만, 아직 한국에서 이를 실감하는 사람은 적은 것 같다는 것이다.
✅일본은 10명 중 7명 “자다가 죽고 싶다”
일본 고령자들 사이에선 ‘PPK’라는 단어가 자주 언급된다. 일본어 ‘핀핀코로리(ピンピンコロリ)’의 영어 표기 앞 글자에서 따왔는데, 팔팔하게 생활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고생 없이 죽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이렇게 마지막까지 건강하게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자기 뜻대로 죽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극소수의 운 좋은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쌩쌩→비실비실→보살핌’의 사이클을 피할 수 없다.
이번 설문 조사에서도 이런 냉혹한 현실이 반영됐다. 한일 양국 모두 ‘어느 날 갑자기 심장병 등으로 죽고 싶다’고 응답한 비율이 각각 59%, 70.6%로, ‘병들어 침대에 누운 채라도 좋으니 서서히 죽고 싶다’고 응답한 비율보다 더 높았다. 특히 일본은 한국보다 ‘갑자기 죽고 싶다’고 답한 비율이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부부 중 어느 쪽이 먼저 떠나길 바라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도 한일 양국은 비슷한 성향을 보였다. ‘배우자보다 먼저 세상을 뜨고 싶다’고 응답한 비율은 한국과 일본이 각각 58.3%, 68.5%였다. ‘배우자보다 늦게 죽고 싶다’고 응답한 비율은 41.7%, 31.5%였다. 김동엽 상무는 “일반인들이 장수를 두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간병치레 때문”이라며 “본인 병치레만큼 힘든 게 배우자 병치레여서 배우자보다 하루라도 먼저 죽길 바라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토신이치 교수는 “노후엔 부부만 남게 되는데, 자기 자신의 죽음보다 ‘나 홀로 노년’이 되는 걸 두려워한다”면서 “일본엔 아파서 병원에 가야 할 때도 보호자가 없어 고생하는 독거 노인도 많은데, 이들을 사회가 어떻게 지원해야 할지가 큰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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