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나는 평온하게 죽고 싶습니다 호스피스 의사와 의료인류학자의 말기 돌봄과 죽음의 현실에 관한 깊은 대화
알라딘: 나는 평온하게 죽고 싶습니다





나는 평온하게 죽고 싶습니다
호스피스 의사와 의료인류학자의 말기 돌봄과 죽음의 현실에 관한 깊은 대화
송병기, 김호성 (지은이) 프시케의숲 2024-12-01
전자책
전자책 출간알림 신청
408쪽
140*210mm
책소개


나는 평온하게 죽고 싶습니다
호스피스 의사와 의료인류학자의 말기 돌봄과 죽음의 현실에 관한 깊은 대화
송병기, 김호성 (지은이) 프시케의숲 2024-12-01
전자책
전자책 출간알림 신청
408쪽
140*210mm
책소개
왜 우리의 죽음은 갈수록 궁색해져가는가.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생애 끝자락은 안정과 편안함보다는 불안, 심지어 공포를 자아내기까지 한다. 많은 사람들은 무의미한 연명의료와 급진적인 안락사 사이에서 길을 잃고 비틀거리기 일쑤이다. 의료인류학자 송병기와 호스피스 의사 김호성, 두 젊은 지성은 이 책에서 이러한 어지러운 현실을 차분한 시선으로 응시한다. 책의 중심에 호스피스를 놓고, 한국 사회가 직면한 말기 돌봄과 죽음의 현실을 다각도로 짚어나간다.
여섯 개의 키워드(공간, 음식, 말기 진단, 증상, 돌봄, 애도)를 선정하여 2년여에 걸쳐 여러 차례 대담을 나누었으며, 녹취록을 바탕으로 새로운 글과 다수의 자료들을 치밀하게 보완했다. 생생한 현장 경험과 에피소드는 물론, 제도 분석, 비교문화적 관점, 역사적 검토, 인류학적 탐구 등 입체적 시선으로 호스피스와 죽음이라는 주제를 가로지른다. 호스피스의 실천들을 풍부한 맥락 아래 제시하며, 치료 중심의 패러다임을 넘어선 죽음의 대안을 모색한다. 최진영 소설가, 장일호 기자 추천.
목차
머리말
제1부 다시 삶의 세계에서
1장 공간
호스피스 속으로
삶과 죽음이 부드럽게 연결된
1인실이 항상 좋기만 할까
병원에서 결혼식을 열다
사진, 카페, 그리고 삶
정원으로 소풍 가는 환자들
호스피스에는 벽시계가 없다
계속되는 삶의 이야기
다채로운 공간이 늘어나기를
호스피스라는 다른 삶의 방식
2장 음식
어디까지 먹을 수 있는가
음식의 기억, 기억의 음식
잘 먹어야 낫는다는 오해
왜 수액과 영양제에 집착하는가
콧줄의 딜레마
선의는 때로 신중함을 요한다
못 먹는 자를 위한 환대
제2부 고통을 통하여
3장 말기 진단
선 긋기의 어려움
유랑하는 비암성 환자들
의료기술 진보의 역설
말기에 대한 법의 몽상
법 조항 너머의 현실을 보라
누가 감히 말기를 고지하는가
환자도 일상을 사는 존재
4장 증상
아픔이란 무엇인가
최우선의 일, 통증 완화
마약성 진통제를 쓴다는 것
몰려오는 의미의 폭풍
건강한 거리 두기
돌봄에도 다 계획이 있다
섬망에 관하여
완화적 진정과 윤리
고통을 보는 세 관점
고통에서 연대로
제3부 죽음을 다시 만들기
5장 돌봄
돌봄이 없는 일상은 없다
목욕, 돌봄의 정점
사람으로 대우하다
환자의 편안한 기분을 위하여
감각과 마음의 공간을 넓히다
호스피스 간호사의 일
그렇게 돌봄은 작아져간다
돈은 없고 돌만 가득한 외딴섬
나이 듦이 민폐가 되는 나라
무엇이 돌봄을 가능하게 하는가
6장 애도
어떤 삶의 마지막 풍경
환자의 몸을 따라간다는 것
돌보는 사람을 돌보는
왜 호스피스행은 그토록 어려울까
죽음 이후에 일어나는 일들
무엇이 진정 좋은 죽음인가
삶과 죽음을 잇는 돌봄의 순환
호스피스, 죽음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
맺음말
후기
감사의 말
주
참고문헌
접기
책속에서
P.35
[송병기] 입구에 도착했는데 예상치 못한 장면과 마주쳤습니다. 사람들이 신발을 벗더군요. 기분이 묘했습니다. 위생 때문에 신발을 벗나 싶다가도, 누군가의 집에 들어가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널찍한 현관에 놓여 있는 다양한 형태의 신발을 보면서 어떤 사람들이 여기 있을까 궁금증도 생겼습니다. 저도 신발을 벗는데, 웬걸, 마음이 조금 편해지더군요.
P.43
[김호성] 기본적으로 1인실이 쾌적하고 편안합니다. 다만 모든 환자들에게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경험합니다. 심지어 1인실로 갔다가 다시 2인실로 옮기기도 합니다. 그곳만의 특수성이 있거든요. 가령 2인실에서 한 환자는 거동이 여의치 않으나 다른 환자는 나쁘지 않은 체력일 수 있는데, 그러면 상태가 괜찮은 환자가 옆의 환자를 챙겨줍니다. “간호사님, 이 환자가 아파요. 와서 좀 봐주세요” 하는 식으로요.
P.44~45
[송병기] 여기 병실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큰 창문입니다. 햇빛이 잘 들고, 풍경은 잡힐 듯 빤히 눈에 들어옵니다. 호스피스 앞에 있는 작은 산도 보이고, 그 옆으로 도로와 아파트도 보입니다. 1층 정원에서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는 모습도 보이고요. (중략) 즉, 호스피스 공간은 집과 일상으로 대표되는 환자의 관계망과 연결되고자 한다는 겁니다. 삶과 죽음이 부드럽게 연결된 공간으로서 말이죠. 환자는 병실에 있지만 관계가 단절된 존재가 아닙니다.
P.47
[김호성] 프로그램실은 다학제팀의 회의 공간이자 환자들이 음악·미술 치료 등의 다양한 요법을 받고, 더불어 이벤트가 일어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이벤트란 일상을 사는 우리에겐 ‘특별한 일’이란 의미지만, 호스피스에 입원한 환자에겐 ‘이전 일상의 회복’을 뜻합니다. 이를테면 환자나 보호자의 생일 축하 같은 것들이 그렇죠. 언젠가 한번은 작은 결혼식을 연 적도 있습니다. 침상에 누워 있는 어머니 앞에 딸과 아버지가 각기 드레스와 턱시도를 차려입고 신랑이 입장했죠. 하객들도 오고 간호사들도 다 모여서 박수를 쳤어요. 감동적인 장면이었지요.
P.64~65
[송병기] 저는 파리에서 퇴행성 신경질환을 겪고 있는 노인들이 모여 있는 요양원에서 현장연구를 했습니다. (중략) 이들에게 하루의 시작은 어떤 옷을 입는 것, 어떤 속도로 움직이는 것, 어떤 장소에 가는 것, 어떤 소리를 듣는 것, 어떤 이와 만나는 것, 즉 총체적 감각에 달려 있었습니다. 이들이 기억을 잘 못한다고,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고, 배회한다고, 말이 안 되는 소리를 한다고, 그 삶의 가치가 없어지는 걸까요? 이들을 제정신이냐 아니냐로 판단하는 게 맞을까요? 오히려 이들은 다른 감각으로 자기 삶을 살아간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P.82~83
[김호성] 물론 병원에서는 술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중독뿐 아니라 실제적으로 환자에게 여러 약물들이 투입되기 때문에 간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니까요. (중략) 하지만 그 환자는 다른 장기가 아닌 뇌에 암이 있는 환자였고 간 기능도 괜찮았습니다. 또 술을 먹는다 해도 소량만 마실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허락을 했습니다. 삶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한테 의미가 있고 명백한 해가 되지 않으면 소량의 술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P.87~88
[송병기] 음식은 삶의 서사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비오는 날 파전에 막걸리가 ‘당긴다’고 말하는 건 우연이 아니죠. 그 경험을 해서 좋았거나, 그 경험이 좋았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나, 그 경험이 좋을 것 같다고 느껴야 가능한 일입니다. 사람들은 먹기에 관한 경험, 기억, 지식이 ‘머리’가 아니라 ‘몸’에 각인된다고 여깁니다. (중략) 음식은 삶의 연속성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일과 맞닿아 있습니다.
P.93
[김호성] 환자나 보호자들에게는 암이 눈에 안 보이기 때문에, 기력이 떨어진 원인을 음식으로 돌리게 됩니다. 그분들이 보기에는 먹는 양이 줄어든 것이 체력 저하의 가장 큰 이유인 거죠. 그래서 환자의 능력보다 더 먹거나, 더 먹입니다. 그리고 거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폐렴이 생기거나 복통이 유발되죠. 그래서 의료진이 면담을 하면서 반드시 강조를 합니다. 호스피스에서는 기력 회복이 아니라 삶의 질을 위해 음식을 먹는다고.
P.114
[송병기] 며느리가 의료인이고 간병을 담당하더라도 환자의 인공 영양 공급에 대해 솔직한 의견을 내기는 어려웠습니다. 괜히 그 이야기 꺼냈다가 “시부모가 빨리 죽었으면 좋겠냐”는 도덕적 비난을 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사정을 아는 의료진은 ‘중요한 의료 결정’을 할 때 ‘아들’을 찾았습니다. 호스피스 내 의료 결정이 가족 문제, 젠더 문제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P.119
[김호성] 스콧 니어링이나 선승 같은 사람들이 자발적 단식을 통해 편안하게 삶을 마무리했다는 이야기가 ‘이상적’인 사례로 회자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문헌을 찾아보면 단식의 과정도 순탄치만은 않습니다. 환자의 갈증, 섬망 같은 육체적 고통이 만만치 않고, 더불어 그것을 바라보는 의료진의 윤리적 죄책감도 많이 유발된다는 보고들이 있거든요. 더구나 한국의 경우 연명의료를 거부하더라도, 기본적인 수분과 영양 공급은 해야 하는 것으로 연명의료결정법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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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글
최진영 (소설가): “삶을 너무 사랑하다 보면 죽음을 보이지 않는 곳에 치워두고 싶다. 그러나 병들고 아프고 죽는 것 또한 삶이다. 호스피스는 말기 환자를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대우하는 존엄과 환대의 장소다. 환자의 병명이나 치료에만 몰두하기보다 한 사람의 서사와 개성에 집중하는, 그리하여 내가 나로서 나답게 죽을 수 있는 공간. 이 책에 담긴 두 저자의 깊고 넓은 대화는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필요를 알려주는 동시에 ‘어떻게 사람을 사람으로 대우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보여준다.”
장일호 (『시사IN』 기자, 『슬픔의 방문』 저자): “우리는 모두 가까운 사람을 잃어본 적 있는 유가족이다. 현대의학이 죽음을 궁지로 내몬다는 걸 경험으로 안다. 두 저자는 ‘살리는’ 일에만 매진하는 현대의학이 놓친 죽음의 살풍경 속에서 미래를 위한 힌트의 조각들을 성실하게 줍는다. 공간과 음식, 돌봄과 애도를 가로지르는 깊고 섬세한 대화는 오염된 존엄의 의미를 새로 쓰는 작업이기도 하다. 죽음을 사유하면 삶의 해상도가 높아진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당신의 삶 역시 일정 부분 해명될 것이다.”
저자 소개
지은이: 송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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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나는 평온하게 죽고 싶습니다>,<[큰글자도서] 각자도사 사회>,<각자도사 사회> … 총 5종 (모두보기)
의료의료인류학자. 파리대학교병원(AP-HP) 의료윤리센터와 서울대학교병원 의생명연구원에서 생애 말기 돌봄을 연구했다. 프랑스와 모로코의 노인요양원, 일본의 노인요양원·호스피스, 한국의 대학병원·호스피스·노인요양원·노인요양병원에서 현장 연구를 수행했다. 우리의 일상과 공동체를 ‘죽음’이라는 렌즈로 들여다본 《각자도사 사회》를 집필했으며, 동료들과 함께 《죽는 게 참 어렵습니다》를 썼다. 또한 죽음을 앞둔 이들에게 필요한 현대 의학의 역할과 우리 사회의 시선은 무엇인지를 살펴본 EBS 다큐프라임 ‘내 마지막 집은 어디인가’ 자문을 맡기도 했다. 현재 죽음과 불평등의 관계를 의료, 금융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있다.
지은이: 김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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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나는 평온하게 죽고 싶습니다>,<죽는 게 참 어렵습니다> … 총 3종 (모두보기)
호스피스 의사. 2007년 한양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삼성서울병원에서 2015년에 핵의학 전문의를 취득했다. 그 후 샘물 호스피스, 보바스 기념병원, 연세 메디람 호스피스 완화의료 센터에서 근무했다. 현재 용인에 있는 동백 성루카병원의 진료 과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매일 말기 돌봄 현실에서 마주하는 고민들을 시민들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 《죽는 게 참 어렵습니다》 《한편 13호: 집》에 필진으로 참여했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무의미한 연명의료와 급진적인 안락사 담론을 넘어
오늘날 죽음의 대안을 모색하다
“어떻게 사람을 사람으로 대우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보여준다.”
_최진영(소설가, 『구의 증명』 저자)
죽음도 고통스럽지만, 죽음의 과정은 더 고통스럽다. 병원에서 겪는 죽음의 과정이 그리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큰 병원에서 집중적인 치료를 위해 일상을 희생하는 것도 만만치 않지만,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을 지난하게 오가며 삶을 느릿하게 잠식해나가는 암울함을 견디는 것도 쉽지 않다. 한국 사회의 많은 사람들은 이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그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열망, “깔끔하게 죽고 싶다는 바람”(9쪽)에 휩싸이곤 한다. 이른바 안락사 찬성 의견이 여론조사에서 80% 내외로 나타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그런 것밖에 없을까? 편리한, 그러기에 섣부를 위험이 있는 선택에 앞서 다른 대안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어쩌면 죽음에 대해서도 효율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의 두 저자는 오늘날 죽음의 모습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에 십분 공감하면서도, 급한 대안이 아닌 좀더 느리고 섬세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환자의 고통을 덜어내는 동시에, 보호자에게도 병원 관계자에게도 온전하게 여겨지는 그런 죽음의 과정 말이다. 단순하고 이른바 깔끔한 수단은 그 후에 고민해도 늦지 않다.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저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바로 ‘호스피스’이다.
이 책은 호스피스를 중심으로,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말기 돌봄과 죽음의 현실을 치열하게 성찰한다. 호스피스는 흔히 말기 암 환자가 생애 마지막을 보내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의료인류학자 송병기와 호스피스 의사 김호성은 이런 단순한 인상을 넘어 호스피스가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지, 제도와 시스템적인 특성은 무엇인지 등을 각자의 전문성에 바탕하여 꼼꼼하게 뜯어본다. 생생한 현장 경험과 에피소드는 물론, 제도 분석, 비교문화적 관점, 역사적 검토, 인류학적 탐구 등 입체적 시선으로 호스피스와 죽음이라는 주제를 가로지른다.
저자들은 여섯 개의 키워드(공간, 음식, 말기 진단, 증상, 돌봄, 애도)를 선정하여 2년여에 걸쳐 여러 차례 대담을 나누었으며, 녹취록을 바탕으로 새로운 글과 다수의 자료들을 치밀하게 보완했다. 이를 서술체의 산문이 아닌 대화체 형식으로 제시하여 저자들의 상호 교감이 잘 드러나도록 하는 한편, 독자들의 쉬운 이해를 도모했다. 특히 한국의 실정, 한국의 질문들을 다루는 호스피스 이야기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 책은 환자를 “죽게 하지도, 죽게 내버려두지도 않겠다는 응답”(369쪽)으로서 호스피스의 실천들을 풍부한 맥락 아래 제시하며, 치료 중심의 패러다임을 넘어선 죽음의 대안을 모색한다.
“현대의학이 놓친 죽음의 살풍경 속에서
미래를 위한 힌트의 조각들을 성실하게 줍는다.”
_장일호(기자, 『슬픔의 방문』 저자)
왜 ‘평온한 죽음’인가
호스피스의 중요한 목적은 환자의 육체적, 심리적, 사회적 ‘편안함’이다. 환자의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 약물을 투여하고, 영양을 공급하고, 상담을 하고, 갖가지 요법을 시행한다. 호스피스에서 이루어지는 돌봄의 밑바탕에 환자의 편안함이라는 가치가 핵심적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제목에서는 그러한 지향을 담아 ‘평온한 죽음’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했다. 그런데 왜 ‘편안한’ 죽음이 아니라, ‘평온한’ 죽음일까? 호스피스에서 ‘환자가 편안한 상태’라고 말할 때, 이는 “‘고통이 없다’는 의미보다는 ‘힘들지만 하루의 일상생활이 지낼 만하다’는 전반적인 느낌의 표현”(273쪽)이다. 또 환자의 편안함은 “신체적 편안함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며, 비유컨대 ‘환자 마음의 공간이 넓어지는 것’(284쪽)이라고 볼 수도 있다. 별다른 맥락 없이 제시되었을 때 자칫 신체적인 의미로 쏠리기 쉬운 ‘편안한 죽음’보다는, 현실적인 고통을 배제하지 않고 환자의 내면과 그 관계성에 초점을 맞춘 ‘평온한 죽음’이라는 키워드로 이 책의 취지를 드러내려 했다. 각 장의 내용은 다음과 같이 전개된다(장별 내용을 ‘머리말’에서 발췌함).
1부는 ‘공간’(1장)과 ‘음식’(2장)을 통해 호스피스의 개괄적인 상을 그린다. 먼저 1장에서 동백 성루카병원의 정원, 카페, 기도실, 병실, 목욕실, 프로그램실 등을 둘러보면서, 호스피스라는 공간이 어떤 가치를 중심으로 디자인되고 작동하는지 살펴본다. 2장 ‘음식’은 삶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인 먹는다는 것을 통해 호스피스 돌봄의 특징을 첨예하게 드러낸다. 호스피스에서 음식은 단지 생존을 위한 것이 아닌,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실존적, 사회적인 것임을 깨닫게 된다.
2부에서는 ‘말기 진단’(3장)과 ‘증상’(4장)이라는 주제 아래 호스피스에서 행해지는 의료를 본격적으로 다룬다. 한국에서는 법적, 제도적, 사회적, 의료적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암 환자에게 말기를 선언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3장 ‘말기 진단’에서는 이러한 곤란한 현실에 대해 자세하게 짚어본다. 이어서 4장 ‘증상’은 환자의 아픔에 대한 호스피스의 접근 방식과, 그로부터 발생되는 윤리적인 난점들을 알아본다. 특히 호스피스에서 통증(pain)과 고통(suffering)을 어떻게 다루는지 조명한다.
3부에서는 ‘돌봄’(5장)과 ‘애도’(6장)를 키워드로 호스피스 돌봄의 특징을 부각시킨다. 5장 ‘돌봄’에서 주목하는 것은, 일반 병원에서 보기 힘든 세심한 돌봄과 이를 실현해나가는 다학제팀의 일하는 방식이다. 돌봄이 호스피스의 핵심임을 선명하게 밝힌다. 끝으로 6장 ‘애도’는 환자가 임종할 때의 임종실 모습과 사별 이후의 풍경을 두루 전한다. 임종기 환자의 신체 증상부터 그 시기에 다학제팀 구성원들이 하는 일, 그리고 사별가족 돌봄에 이르기까지, 호스피스가 지향하는 총체적 돌봄의 상(像)을 보여준다.
이렇게 집필된 내용을 각계 전문가 10인이 촘촘하게 검토했다. 기본적인 사실 관계, 논리 구조, 담론의 적절성, 내용 구성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있었고, 이를 충실하게 반영하여 최종 완성되었다. 전문가 10인의 목록은 다음과 같다: 동백 성루카병원 정극규 진료원장, 이정애 진료과장, 서울대학교 혈액종양내과 김범석 교수, 순천향대학교 간호학과 김형숙 교수,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인문·의학교육학교실 최은경 교수, 강지연 교수,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현철 교수, 스기야마 조가쿠엔 대학교 정보사회학부 가부모토 치즈루 교수,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이현정 교수, EBS 다큐프라임 ‘내 마지막 집은 어디인가’ 김서윤 취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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